"시민 생명 구하는 게 일이죠"

사이렌 울리면 밤낮 없이 전천후 출동 최 일선 수호천사들

“벌집 제거‧현관문 개방 등에 허비 응급환자 놓칠까 불안”

사진은 11일 주간 근무를 맡은 구조 2팀. 왼쪽부터 김관석 팀장, 김영웅 대원, 서상희 대장, 김순호 대원, 조복용 대원.

팔봉동에 자리한 익산소방서. 화마(火魔) 현장에서 시민의 소중한 재산과 생명을 지키는 수호천사들의 보금자리다.

아늑하고 편안한 직장 분위기와는 달리 소방대원들은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24시간 출동태세다.

잦은 현장 출동으로 몸은 파김치지만, 누구하나 마음 편히 쉴 수도 없다. 촌각을 다투는 귀중한 생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지친 대원들을 위해 소방서 뒤 쪽에 마련된 쉼터와 카페도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에 긴장감마저 돈다.

그 중심에는 119구조대가 있다. 구조대는 화재와 재난 현장에서 생명을 구하는 게 주요 임무다. 화재 현장에서 활화산 같은 불기둥을 뚫고 사경을 헤매는 인명을 데리고 나오고,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익수자에게 가장 먼저 생명줄을 내미는 게 구조대원의 삶이다.

가령 화재 현장의 경우 불을 진압하는 것은 다른 소방관들이 맡고, 불 속에 갇혀있는 사람을 구하는 일은 구조대원들이 맡는다. 화재는 물론 교통사고, 수난사고 등을 가리지 않고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현장에는 곧장 출동한다.

익산소방서(서장 김봉춘) 119구조대는 모두 13명. 서상희 대장을 필두로 박명권‧김관석‧김성준 등 3명의 팀장이 자리한다.

대원들은 송지흥‧ 김순호‧ 김태용‧ 권경원‧ 조복용‧ 김현웅‧ 박주현‧ 김영웅‧ 박종만 등 9명이다.

이들 대원은 인명 구조만큼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베테랑들이다.

자격증 따기가 까다롭다는 인명구조사 1‧2급과 응급구조사 1‧2급 보유자들이다.

이들은 구조차량 2대에 145종의 구조장비를 자유자재로 다루며 각종 재난현장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 13인의 영웅들은 지난해 1천984건을 출동했다. 하루 평균 5.2회 꼴로 현장을 누빈 셈이다. 구조건수는 1천334건. 구조 인원은 무려 677명에 달한다.

9공수 여단 중사 출신으로 1999년 특채로 소방서에 입문한 김순호 대원(48)은 그동안 1천 명이 넘는 귀중한 생명을 구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2008년 동산동 아파트 화재. 당시 7층에서 불이나 몸이 불편한 장애인 할머니가 화마에 휩싸여 모두 다 가망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김순호 대원은 조원들과 함께 불길을 뚫고 집안 구석구석을 뒤진 끝에 베란다에 쓰러져 있던 할머니를 극적으로 구조하는데 성공했다.

김순호 대원은 “화재현장에서 어렵게 생명을 구한 분 들이 회복 후 사무실로 찾아와 주셨을 때 구조대원으로서 자긍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3총사인 박명권‧김관석‧김성준 팀장은 특수부대 출신으로 구조대 공개채용에 합격한 전문 구조대원이다. 이미 군대에서 산악‧수난 구조훈련을 숙달한 프로들이다.

일당십(一當十), 일당백(一當百)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는 이들은 인력이 부족해 제때 도움의 손길을 주지 못한 경우가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인명구조만 커버하면 어느 정도 제시간에 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응급상황이 아닌 개와 고양이 포획, 벌집 제거, 현관문 개방, 자동차 개문 등에 출동하다 보니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면서 “단순 민원으로 체력이 소진되고, 시간을 뺏겨 정작 급한 환자를 제때 구하지 못할 때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2014년 구조대 빨간 모자를 쓴 박주현 대원은 1년 만에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딴 천생 구조대원. 총각이자 구조대 막내인 그는 성실하기로 정평이 난 요즘 보기 드문 열혈 청춘이다.

조복용 대원은 3형제가 소방관인 ‘소방가족.’ 조태성‧조태경 3형제 중 막내인 그는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는 재난현장에 출동할 때가 가장 행복하고 살아있음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일당십(一當十), 일당백(一當百)을 기꺼이 감내하고 있다.

서상희 대장과 송지흥‧김태용 대원은 구조 특채는 아니지만,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획득해서 사람을 구하는 일에 보람과 행복을 찾고 있다.

인명구조사 자격증은 까다롭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수상‧수중‧일반 구조 등으로 나뉘는 인명구조사는 필기시험 통과 후 모두 12종목에 달하는 실기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합격률은 30%대에 그치고 있다. 1급은 15%대다.

박명권 구조 1팀장은 중앙소방학교 인명구조사 시험 평가단으로도 활약할 정도로 실력이 빼어나다. 익산소방서 구조대의 간판 얼굴이자 자랑인 셈이다.

서상희 대장은 “현장 통솔력까지 갖춘 박 팀장은 우리 익산소방서에서 없어서는 안 될 보배 중 보배”라며 “모든 인명 구조 분야에 능통한 베테랑”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김영웅 대원은 축구와 주짓수 같은 격한 운동을 통해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를 해소한다.

권경원‧김현웅‧박종만 대원은 인명구조사와 응급구조사 자격증을 딴 구조의 달인들이다.

이들은 “재난 현장에서 도움을 줬을 때 물 한잔 주며 ‘고맙다’라는 말을 들으면 피곤이 한 순간 솜사탕처럼 녹는다”며 “구조 된 후 겁에 잔뜩 질렸던 얼굴이 안도의 표정으로 바뀌는 모습을 볼 때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싶다”고 말했다.

오늘도 익산소방서 13인의 수호천사들은 30만 시민의 안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불속, 물속에 몸을 던지고 있다. /글‧사진 황정아 기자

서상희 대장 미니인터뷰

소방차 운전하다 구조대 자원 인명구조사 획득한 '집념의 사나이'

익산소방서 119구조대는 3개 팀 12명의 구조대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을 통솔하고 지휘하는 역할은 서상희 대장(50)이 맡고 있다.

서 대장은 1995년, 그리고 현재 인화119안전센터에 근무하는 작은 아버지 서형근 소방관의 권유로 제복을 입었다. 2번 낙방 끝에 3번째 합격의 영예를 안았다. 소방차 운전으로 시작한 그는 구조대에 가고 싶어 어렵다는 인명구조사 자격증을 획득한 ‘집념의 사나이’다.

그는 “위급 상황에 처한 시민들은 10초를 10분처럼 느끼기 때문에, 구조대원들은 1초를 1분처럼 여기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안전이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자부심과 책임감으로 구조 활동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 최형선 씨(50) 사이에 한빛‧한샘 형제를 두고 있다. 큰 아들 한빛 씨는 소방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에 있다.

도움을 받은 시민이 안도의 숨을 쉬는 모습을 볼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시민들이 보실 때 재난현장에서 답답할 때도 있겠지만, 항상 최선을 다해 구조하고 있으니 구조대원을 믿고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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