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마저 '장애인 편의증진법 위반' 충격

장애인 편의증진법 시행 된지 20년 됐지만 ‘제자리걸음’

시골 초등학교 문턱 높고 화장실 좁아 휠체어 통행불가

A면 B초등학교 현관. 턱이 높아 휠체어를 타고 넘기가 무척이나 어려워 보인다. 계단 옆에 휠체어가 지나도록 설치한 길은 경사가 워낙 심해 뒤에서 누군가 밀어주지 않으면 엄두도 못 낼 상황이다.

C면 D초등학교 화장실. 이곳은 장애인 전용 변기가 하나도 없다. 휠체어를 타고 들어갈 공간이 나오지 않아 아예 장애인 전용 변기를 설치하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내려 손잡고 이동할 수 있도록 벽면에 설치해야 할 손잡이도 생략됐다.

E동 F아파트 경로당은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더욱이 엘리베이터도 없는 2층에 있어 하반신을 못 쓰는 나이 지긋한 장애인들에겐 너무나 높은 장벽이자 그림의 떡이다. 이곳은 허리 굽은 노인들조차도 못 가본지 한참 됐다.

G동 H대형슈퍼마켓. 이곳은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한참은 부족해 보인다. 법정 시설은 갖췄어도 형식적인 수준이다. 돈 벌 욕심으로 많은 물건을 진열해 통로가 좁아 휠체어 지나기도 벅찰 정도다. 심지어 성인 2명이 겨우 지날 만큼 비좁다.

익산의 일부 초등학교와 아파트 경로당, 슈퍼마켓 등 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이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6월 18일부터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실태 전수조사’를 펼치고 있는 익산시에 따르면, 주로 시골인 면 지역 초등학교와 오래 전 건축된 아파트 경로당, 슈퍼마켓에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할 장애인편의시설이 매우 부족하다.

장애인편의시설은 199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등 편의증진법률’에 명시된 곳은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현재 익산시에는 법률 시행 후 지어진 건축물 중 1천665개소가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대상이다. 모든 관공서와 학교는 물론 면적이 300㎡이상인 동네슈퍼까지도 여기에 포함돼 있다.

건축물 용도에 따라 72종으로 분류해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종류와 개수가 정해지는데, 소매점의 경우 면적이 300㎡이상, 기숙사는 30명 이상, 공장은 정직원이 50명이상이면 최소한의 장애인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장애인편의시설은 여전히 뒷전. 법률이 시행된 지 무려 20년이 됐지만, ‘안 되면 말고 식’이 관행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할 관공서와 학교마저도 법을 어기는 어이없는 행태를 20년 간 보여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익산시 관계자는 “5년마다 전수조사를 하는데, 지적된 사항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라며 “관공서와 학교 등은 법규를 준수토록 하기 위해 곧바로 시정조치를 내리는 등 행정처분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추석 전까지 전수조사를 완료할 계획”이라며 “사유시설의 경우는 먼저 계도하고, 불응 시에는 경고조치, 계속해서 어기면 시정조치, 과태료 처분 등을 단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