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십 수 년 해결 못해 청와대 청원 서명운동도 돌입

악취배출기준 강화했지만 LG화학 등 상습 초과배출 심각

익산시민들에게 악취 고통을 안겨주는 제1익산 국가산단.

오는 8월이면 아빠가 되는 박대희 씨(37·영등동)는 요즘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밤이면 아파트 창문을 뚫고 들어오는 공장 악취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리는 고통을 갓 태어난 아들이 겪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당장 산업단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러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한 여름 밤 소리 없는 공포가 또 다시 시작됐다. 영등동, 부송동, 어양동과 인접한 제1·2국가산업단지에 있는 화학공장에서 지독한 악취를 내뿜어 시민들이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어린 아이를 둔 젊은 부부들은 악취 때문에 혹여 아이들이 건강을 해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부송동·영등동 주민들은 익산시가 십 수 년 동안 ‘악취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해결을 못하자 지난 12일 청와대에 악취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청원을 내고, 서명운동에도 나선 상태다.

익산시청 홈페이지 <시정에 바란다>에는 악취 때문에 머리 아프고, 숨쉬기 힘들다며 악취 근원지를 색출해 처벌해달라는 원망과 호소가 뒤섞인 글들이 계속해서 올라오고 있다.

익산시는 악취배출허용기준(공장 배출구 기준)을 다른 지역 1천 배보다 절반을 낮춰 강화한 500배를 적용해 악취저감에 나섰지만, 1·2산단에는 화학약품 제조업체가 많고 이들 업체들이 막대한 비용이 든다는 것을 이유로 시설개선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익산시는 야간 악취상황실을 운영, 이달만 총 5곳의 악취발생업체를 적발해 대부분 개선명령하는데 그쳤다.

지난 9일에는 밤 9시부터 11시까지 냄새를 역 추적해 1산단에 있는 가축 단백질 및 배합사료제조업체인 ‘체리부로(주)’와 2산단 합성수지 및 기타플라스틱 제조업체인 ‘국도화학(주)’, 왕궁 축산분뇨위탁처리업체인 ‘뉴워터’에서 악취를 유발한 사실을 발견하고 개선명령을 내렸다.

또 13일 오전 5시부터 7시까지는 ‘팔봉동 소각장(익산시 신재생자원센터)’에서 암모니아 냄새와 음식물 처리냄새가 감지돼 주의 조치했다.

19일에는 1산단 기타기초무기화학물질제조업체인 ‘LG화학 전지재료’와 ‘체리부로(주)’가 적발돼 개선명령을 받았다.

특히 ‘LG화학 전지재료’와 ‘체리부로(주)’는 지난 4월 11일 악취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해 이미 개선명령을 받았던 곳이고, 국도화학(주)는 지난 6월 15일 악취배출시설 변경신고를 하지 않아 과태료 50만 원과 경고 조치를 받은바 있다.

기업윤리를 중요하게 여기는 큰 기업들이 시민 건강은 고려치 않고 상습적으로 악취를 초과 배출하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시민들은 “악취는 수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죽음의 독가스다. 악취를 상습적으로 초과 배출하는 업체는 개선명령 등 솜방망이 처분만 내릴 것이 아니라 영업정지 등 강한 처벌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제2국가산단 옆 부송동 동아1차아파트에서 바라본 익산시내 아파트 단지. 하늘이 미세먼지로 잿빛처럼 뿌였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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