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민

요즘 말로 듣는 이에게 퍽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말이나 글로써 수치심이나 불쾌함을 들게 하는 참견을 하는 이를 ‘오지라퍼’라 부른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오픈사전에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 남의 일에 지나치게 상관하는 사람’을 이른다고 기재되어 있다.

이웃 간의 정이나 따뜻한 관심이 아닌 듣는 이에게 상처가 되는 조언은 더 이상 조언이 아니다. 특히, 나이를 크리스마스 케이크로 비유하는 시대착오적인 발언은 요즘 세상에서는 빠른 인간관계 정리에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물론, 그 발언을 한 이가 정리를 당하는 쪽이다.

지난 해 1월 가임기 여성의 수를 지역별로 기재한 이른바, ‘출산지도’가 논란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2016년 출산율 회복을 위한 보완대책 국가조정회의에서 기존 정책의 문제점을 ‘국민과 현장에서 만나는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나 적극적인 참여 유도를 위한 인센티브가 미흡하다’라고 지적했다. 중앙 정부가 아닌 시‧도 차원의 저출산 대책을 잘 세우고 시행하는지 평가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15세부터 45세까지 가임 여성의 수를 지표로 삼아 지자체를 1등부터 꼴등까지 줄세운 지도는 중앙정부가 지방에 교부금을 배분할 때 ‘저출산 지표’를 바탕으로 나눠주겠다는 것이 출산지도 프로젝트의 목표였던 것이다. 이 출산지도는 당시 한동안 모든 연령의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안겼다.

“내가 애 낳는 가축이야?”출산지도를 접한 여성들이 십중팔구 하는 말이다. 물론, 인구수는 국가 경쟁력의 지표이지만 출생률이 중요하지, 출산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있어 아이를 비릊는 건수의 많고 적음이 여성의 책임이나 지자체의 우열에 대한 판가름으로 여겨지는 것이 아닌, 아이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출산지도가 가장 큰 규모의 오지라퍼였다면 우리 주변인이, 혹은 나 자신이 오지라퍼일 확률 또한 적지 않다.

“아이고, 이 선생은 엉덩이가 작아서 어디 애나 잘 낳을 수 있겠어?”

“그래, 갑순아. 네가 올해 나이가 서른 살이지? 시집갈 때 다 됐네. 시집은 언제 갈 거냐? 뭐? 아직 남자친구도 없어? 에잉, 쯧쯧! 옛날 같았으면 벌써 애 둘은 있겠다. 아기는 얼른 낳을수록 좋아.”

“뭐? 서른? 정옥아, 여자는 크리스마스 케이크야. 25 지나면 안 팔려! 유통기한 지난 거라고!”

이 모든 말은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모든 이가 들어온 말이다.

상황을 바꾸어도 위의 발언은 오지라퍼로 여겨질 가능성이 크다.

바로 위의 질문 중 실제 상황이었던 첫 번째 문장에 대한 사이다 답변으로 글을 마치고자 한다.

제 엉덩이가 작은 것이 순산의 척도가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발언은 매우 불쾌합니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제 생식에 과하게 걱정해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결재 끝났으니 전 나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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