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익산교육지원청 익산교육장

한여름 폭염이 20일 넘게 지속되고 있다. 기상관측 이래 폭염 지속일수와 열대야 지속 일수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예년에는 한여름의 무더위도 8월 15일을 전후로 수그러들어 가을을 느끼게 하는 바람이 살갗을 스치고, 새벽녘으로는 풀벌레들의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그런데 올해는 더위가 끝이 없을 것 같이 지속되고 있으니 기상변화를 실감한다.

사람의 삶은 자연의 법칙을 벗어날 수 없다. 태양의 계절 여름은 갈바람으로 곡식을 영글게 하는 가을에 자리를 내주고, 기성세대는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 이것이 우주 순환의 원리이고 자연의 이치다.

현대 문명은 자연을 거스르며 환경 파괴와 대자연의 질서를 깨뜨려왔다.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문명이란 이름으로 개발을 한 여파가 자연의 질서를 흩뜨려 놓아 이상기후와 자연 파괴의 현상을 일으켰다. 남북극의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대기의 오존층이 파괴되는 것은 온실가스의 대량 배출 영향이 컸고, 편리성을 추구한 일회용품 생활화와 폐비닐 플라스틱 사용이 바닷물까지 미세플라스틱으로 오염시켰으며 나아가 지하수까지 플라스틱이 녹아들게 한 것은 사람중심의 문명 개발에 대한 자연의 역습현상이 아닐까 한다. 올 여름을 지내면서 이번 여름의 고온과 가뭄 현상이 일시적인 현상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런데 다가올 미래에도 여름 고온 현상과 가뭄, 국지적 폭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본능적 예감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감각적 본능이 맞지 않기를 바라지만 자연 현상의 급속한 변화 시기에 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인류 문명 발달의 역사는 자연을 극복하고 자연을 이용하는 역사였다. 아쉽게도 현대로 가까울수록 자연을 파괴하고 자연을 거스르는 문명 발달이 자연의 재앙을 일으키게 하는 수준으로 변해왔다는 점이다. 우리 나라만 해도 4대강 개발을 비롯한 국토의 난개발로 인해 금수강산을 몸살나게 했고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해치게 하는 일로 귀결되지 않았는가?

우리는 후손들에게 오늘의 자연을 빌어 쓰고 있다는 생각으로 선조들이 물려 준 자연 환경을 훼손하지 않고 잘 쓰고 물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자연에 발 딛고 사는 우리 모두의 행동 지침이 되어야 한다.

자연의 급격한 변화 모습을 보면서 급변하는 시대의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살펴 본다. 교육을 통한 무한 경쟁구도 유발을 자연의 무한 개발에 대입하면 교육의 미래의 모습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가 하는 것은 예측하기 쉽다. 그동안 학교교육이 유용한 사람을 기르는데 중점을 두어 성적 향상 중심의 교육을 당연시 해왔으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고 본다. 아직도 교육을 통한 무한 경쟁을 조장하고 다른 사람보다 선점을 통한 우월적 줄세우기 교육으로 선발적 기능에 교육의 목표를 정하고 있다면 4차산업혁명 시대의 바람직한 교육 방향은 아니라고 본다. 교육의 수월성 추구라는 말로 차별화된 교육집단을 조장하여 성적으로 줄 세웠던 때도 오래 되지 않은 과거의 일이다.

교육은 사회변화의 중심축에 있다. 사회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것이 교육이다.

교육 본연의 모습은 경쟁이 아닌 협력을 통한 개개인의 행복한 삶의 체득 과정이다. 사람살이는 서로의 부족함을 협동생활을 통하여 채워주고 서로 돕는 공동체 생활을 익히는 과정에서 더 나은 삶을 추구하는 관계다. 우리는 사람살이의 기능적 성장에만 중점을 두고 교육을 해오지 않았었나 하는 반성이 든다. 인간을 도구화하여 유용한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 교육의 본질로 착각하고 교육의 역할로 한정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 중에 쓸모 있고 쓸모 없는 사람을 어떤 근거로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인가. 특히 자라나는 유소년과 청소년들이 쓸모 있고 쓸모 없음을 단순한 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근거라도 있는가. 어떤 학생은 쓸모가 있고 어떤 학생이 쓸모가 없다고 예단하여 가소성이 풍부한 시기의 삶을 한정해서는 안된다. 학생마다 사람마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데 삶의 가치가 충분히 있는 것이다.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존재다. 오늘날의 기후이변과 자연파괴를 무엇이 일으켰을까를 반성하면서 교육의 무한 경쟁과 성적 위주의 끝없는 줄 세우기를 멈춰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에 대해서 깊게 생각하고 더불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 앞만 보고 나갔던 경쟁위주의 학교교육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으며, 학교마다 성찰적 모습으로 교육을 보게 되는 현상이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활동과 인권이 존중되는 평화로운 학교. 학교 혁신을 통하여 학습과 삶이 연계되는 학습 중심 교육. 학교자치를 존중하는 참여적 교육과정 운영. 배움과 성장에 토대를 둔 평가제도 정착. 민주적인 학교문화 조성. 공정하고 투명한 교육행정의 실현 등으로 학교교육이 제자리를 찾기 위하여 학교마다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고 있다.

이제는 교육이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학교를 지원하고 학습을 학생 입장에서 지원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주체도 학교에 돌려주어야 한다. 학교가 많이 가르치려는 것보다 제대로 가르치도록 학교교육에 힘을 실어주는 교육거버넌스를 구축해 주는 지원시스템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교육은 사랑이다. 학교가 모두의 사랑과 관심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신뢰의 시선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배가 어느 정도 기울면 복원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침몰하게 된다. 복원력이 충분할 때 제대로 항해할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과 사랑으로 교육을 지원해야 한다.

다행히 익산시민들은 교육을 교육답게 만들고자 하는 정신이 강하고 각계각층에서 교육을 지원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이들 모두의 힘이 익산교육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킬 것이다. 익산교육을 함께 고민하고, 다양한 계층이 같이 모여서 교육의 바른 방항을 찾고자 하는 시민이 많을수록 학교는 학교교육의 본연에 충실하고, 학생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을 익혀 삶의 보람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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