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 예산 증액 무색… 30만 붕괴 전북서 인구 가장 많이 줄어

익산열린신문 자료사진. 고설 딸기 하우스 내 일손돕기 장면.

오래 전부터 귀농을 준비한 직장인 A씨(59). 익산시내에서 농촌으로 이사와 딸기 농사를 지을 생각을 갖고 있던 그는 지난해 갑자기 계획을 변경해 김제에 터전을 잡았다.

A씨와 같이 익산으로 귀농을 준비하던 B씨(60)도 A씨처럼 김제로 귀농했다.

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귀농을 도왔던 C씨(41)는 허탈하기만 하다. 20년 넘게 지어온 딸기농사 기술을 알려주며 오순도순 같이 농사짓기를 소망했지만, 이들로부터 김제로 떠난 이유를 듣고 난 후엔 C씨의 마음도 흔들리고 있다.

C씨는 “익산시민인 이들이 김제로 귀농한 이유는 농업보조 사업 여건이 익산보다 좋다는 것이었다”며 “솔직히 익산이 아주 옛날 선조 때부터 농사짓고 살아온 터전이 아니라면 김제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C씨는 익산과 김제의 농업 보조 사업을 비교하며 A씨와 B씨가 떠난 이유를 설명했다.

익산은 한 농가당 1년에 한 품목만 보조한다. 딸기농사의 경우, 하우스, 고설베드, 난방기, 다겹보온커튼 등 여러 품목에서 하나만 지원한다.

이에 반해 김제는 한 농가당 한 번에 하우스, 고설베드, 난방기, 다겹보온커튼을 통째로 지원한다. 한 마디로 딸기농사 짓는데 필요한 풀세트를 한꺼번에 보조하는 것이다.

농업인 입장에서 보면 익산보다 김제가 훨씬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는 여건이다.

C씨는 “이 때문에 예비귀농인들 사이에선 ‘귀농하려면 김제로 가야한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라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익산은 귀농인구가 계속 늘고 있다. 그러나 김제보다 많지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익산의 귀농인수는 2013년 63명, 2014년 62명, 2015년 59명, 2016년 88명, 2017년 106명으로 감소했다가 늘어난 반면 김제는 2013년 70명, 2014년 77명, 2015년 81명, 2016년 89명, 2017년 111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더욱이 익산은 올해 농업분야 예산을 지난해보다 147억8천429만2천 원이나 늘려 총 1천392억8천682만2천 원으로 편성했다. 전체 본예산의 12.76%를 차지할 정도로 농업 지원에 큰 비중을 뒀지만, 귀농인 유치에서 바로 옆 김제보다 큰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귀농을 준비하던 익산시민들이 김제로 유출되는 현상도 빚어지면서 인구감소를 부추기고 있는 모양새다.

7월 말 현재 익산 인구는 29만5천876명. 2017년 12월말 30만187명에서 불과 7개월 사이 4천311명이나 줄었다. 한 달 평균 615.8명이 감소한 셈이다.

익산은 이미 전북에서 인구감소가 가장 높은 지역으로 전락한 상태다.

최근엔 김제가 ‘농림부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조성지역’으로 선정되면서 익산은 귀농인 유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앞으로 청년창업 보육센터, 임대형 스마트팜, 실증단지 등을 조성하는데 1천600억 원 정도가 김제에 투자될 예정이어서 익산의 농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익산시 농업부서 관계자는 “내년에 시설 보조에서 김제처럼 풀세트 지원을 시범적으로 추진해볼 생각이다. 농업분야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를 통해 익산 농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정책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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