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성상 타향살이 고향의 정과 향기 한시도 못 잊어 익산사랑 남달라

송학동 태생 ‘돼지 등을 타고 달리는 소년 ’유명…초중고시절 주경야독

기독교 심취 전국장로회장 …“침체 향우회 고향발전으로 승화 시킬 터”

훤칠한 키에 깔끔한 정장차림은 영락없는 선비 그 자체다. 한 치도 흐트러짐 없는 반듯한 행동거지는 보는 이들의 옷매무새와 모양새를 절로 바로 잡게 만든다.

오는 9월 7일 취임식을 앞둔 이강욱 재경익산향우회장(71)의 이야기다.

송학동 태생인 그는 50여년 타향살이 동안 익산역에 내려 고향의 향기를 맡으면 무릎이 꺾일 정도로 감동을 느끼는 ‘고향바라기’다.

고향 익산을 그 어디, 누구와도 비견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영원한 익산 사나이’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침체된 재경익산향우회를 이끄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지 모른다. 향우회 수장을 흔쾌히 수락한 것도 남다른 ‘익산사랑’이 없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다.

30만 출향인사 중 1만여 향우 회원들의 결집과 단결을 통해 ‘고향 발전’을 꾀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년 임기인 그는 장차 서울에 ‘익산장학숙과 익산향우회관’ 건설을 꿈꾸고 있다.

‘돼지 등을 타고 달리는 소년’

그는 철도공무원인 아버지 밑에서 6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1년 열 두 달 농사를 지으며 가정경제를 책임졌다. 가냘픈 몸으로 똥지게를 지어 나르며 논에다 뿌렸다.

‘소년 농사꾼’은 틈틈이 돼지와 닭을 키울 정도로 동물을 사랑했다. 새도 100마리나 길렀다. 학교가기 전 개구리를 잡아 기르던 ‘매’ 먹이로 주기도 했다.

그는 “일찍이 집안 농사를 떠맡으면서 농가풍의 정서가 풍부했다. 장남으로서 책임감이 컸던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는 어린 시절 돼지 등을 타고 1km나 달려 동네 어르신들이‘돼지 등을 타고 달리는 소년’이라고 불렀다.

20년 전 자신의 성장기를 만화로 엮어 서울 서초구 초등학생들에게 나눠주기도 했다. 그 책 제목이 바로 ‘돼지 등을 타고 달리는 소년’이다.

주경야독 명문 남성고‧공군사관학교 입학

하루 종일 농사로 피곤하지만, 새벽기도는 빼놓지 않고 다녔다. 송학교회가 그의 기독교 모태다. 송학동에서 이리중앙초와 이리동중까지 걸어서 학교에 다닌 그는 남성고에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고교 시절 밤에 일하면서 하늘의 별을 보며 꿈을 키운 그는 농촌을 일으켜 세우고 가정과 사회에 유익한 청년이 되겠다고 별에게 다짐했다.

망토를 입은 나폴레옹을 동경한 그는 당시 교복으로 망토를 입고 다니던 공군사관학교에 지망했다.

공군사관학교 시절엔 총학생회장을 맡으며 리더십을 키웠다. 시골출신이 총학생회장을 맡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웠다. 하지만 체력이 좋고 사명감이 남달라 무난히 학생회를 이끌었다. 이때 받은 리더십 훈련은 나중에 사회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시(詩)는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중고교 시절 시간 나는 대로 시를 습작해 온 그는 공군사관학교 때 문예부 반장으로 활동하며 본격 시를 썼다.

시 주제는 주로 고향마을. 송학동 오솔길과 허허벌판에 쏟아지는 아름다운 별빛을 노래했다.

이 같은 젊은 시절 시적 감성은 지금도 꿈틀대곤 한다. 고향에 내려오는 KTX 열차 안에서 가끔 메모지에 시를 쓰기도 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그는 귀띔했다.

그는 “고향땅을 밟으면 내음이 정말 좋다. 무릎이 꺾일 정도로 감동이 전해온다. 풍겨오는 향기는 이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만의 보물”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공부 더하고 싶어’ 고려대 법학과 졸업

1970년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그는 중령으로 예편했다. 군 시절엔 공부가 더하고 싶어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에 학사 편입해 졸업장을 따기도 했다.

그 후 50대 초반인 1998년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데 이어 연세대 연합신학원에서 장로 행정학을 전공했다.

“어려서부터 일하면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배움에는 왕도가 없다. 일흔 살이지만, 지금도 책을 놓지 않고 있다”며 “건강만 허락한다면 대학교나 학교에 다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복음 전하는 건축업자 변신

군복을 벗은 그는 1988년 건축업에 뛰어들었다. 2008년 은퇴할 때까지 20년간 한우물만 파며 성실히 일했다. 규모는 작지만 꽤 잘돼 주변을 도울 정도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이때 만난 게 서울역 노숙자들. 그는 10년 넘게 기독교 단체인 민족사랑 공동체 소속으로 일하며 노숙자들의 자립을 돕고, 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서울 서초구 샘터 중앙교회 장로인 그는 10년 간 국가발전 기독연구원 이사장을 역임했다. 2012년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후보 정치권 복음화 소통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2006년부터는 대한예수교 장로회 개혁총회 전국 장로회장을 맡고 있다.

익산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는 요즘 익산 KTX역사 사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분주히 익산과 서울을 오가고 있다.

‘모든 것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꿈을 꾸자!’

부인 이윤숙 여사(70) 사이에 1남 1녀를 둔 그는 평생 부인에게 감사의 마음을 안고 살고 있다. 4층 양옥집에 산 군산 부잣집 딸인 부인이 가난한 집 장남에게 시집와 불평 한마디 없이 가정을 꾸려 고마울 따름이다. 부인은 공군사관학교 2학년 때 미팅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큰 아들 형재 씨(45)는 호주에 거주하고 있고, 딸 효정 씨(43)는 결혼해 따로 살고 있다.

가훈은 ‘사랑.’ 그는 모든 것을 사랑하라고 아이들에게 가르쳤다. 좌우명은 ‘끊임없이 꿈을 꾸자’다. 일주일 한두 번 친구들과 즐기는 골프가 수준급이다. /글‧사진 우창수 기자

이강욱 재경익산향우회장이 걸어온 길

-송학동 출생

-이리중앙초‧이리동중‧남성고 졸업

-공군사관학교 졸업

-공군 중령 예편

-고려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 졸업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연세대학교 연합 신학원 장로 행정학 전공

-문재인대통령 후보 정치권 복음화 소통위원

-대한예수교 장로회 개혁총회 전국장로 회장

-익산KTX역사 사수 비상대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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