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교장 “학교급식 만전 기하지 못해 죄송, 상황해결 최선” 밝혀

고동명 영등초 운영위원장이 10일 오전 학교 앞에서 교장 퇴진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3일 (주)풀무원 푸드머스가 제공한 더블유원에프엔비의 ‘우리밀 초코블라썸케이크’를 먹고 집단 식중독 의심환자가 속출한 이리영등초등학교의 학부모들이 “A교장이 늑장대처와 사태를 은폐하려고 해 피해를 키웠다”며 “A교장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함께 모든 책임을 지고 사임하라”는 성명을 냈다.

10일 오전 8시 이리영등초 정문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벌인 고동명 영등초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학부모들은 “학교에서 풀무원 케이크를 먹고 난 다음날 저녁부터 많은 학생들이 두통 및 고열증상을 보였다. 특히 5일에는 두통 및 고열로 보건실을 찾은 학생 수가 평소 대비 8배 많은 37명이나 됐고, 결석이 23명, 조퇴가 23명이나 생기는 등 이상 징후가 발발했지만, A교장은 교직원회의에서 일부 담임교사가 ‘식중독이 의심된다’는 이야기를 보고받고도 식중독의 ‘식’자도 꺼내지 말라며 보고체계를 통제했다”고 꼬집었다.

또 “전교생 학부모들에게는 ‘급식에 전혀 이상이 없는 환절기 개인 위생관리 미흡으로 인한 장염증상이라며 안심하라’고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을 문자로 전송하게 해 많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현 상황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해 치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특히 학부모들은 “6일 언론보도를 통해 영등초 학생들이 먹은 케이크에서 살모넬라균이 검출되어 이로 인한 식중독 의심환자가 전국에 2천160여명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A교장은 정상적인 보고절차를 통한 2차 3차 감염 피해자를 예방하지 못하게 했으며, 의도적으로 영등초 학생들이 식중독에 감염됐다는 보도를 은폐했다”고 강조했다.

10일 현재 영등초 집단환자 누적수는 161명. A교장이 교육청과 보건소에 식중독 의심신고를 한 7일 130명 환자가 최초 발생했고, 8일 15명, 9일 6명, 10일 15명 등 환자가 추가로 발생했다.

전체 161명 환자 중 55명이 완치됐고, 10일 현재 환자 111명 중 입원 18명, 통원 55명, 자가치료 38명이다.

A교장은 “초동대처가 늦었다”며 “학교급식에 만전을 기하지 못해 벌어진 불행한 상황에 대해 진심을 담아 허리 숙여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 상황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영등초에서 작성한 결석현황을 보면 식중독 의심증상이 최초 발생한 5일 결석이 23명, 조퇴가 23명이나 됐고, 6일 결석은 42명, 조퇴 29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A교장은 7일에야 식중독 의심신고를 했다. 같은 날 풀무원 케이크를 먹은 부천중이 식중독 의심신고 한 5일보다 무려 이틀이나 늦었다.

이에 대해 A교장은 “5일 학생 5명 정도가 아프다는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의사 진단이 뇌수막염이나 수족구, 감기, 장염 등 식중독으로 의심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래도 보건교사와 영양사를 불러 의견을 듣고 급식실 등을 전체 소독하고 식기도 전부 가열처리했다. 외부학습도 중단했다”고 해명했다.

A교장은 이어 “6일 풀무원 케이크 식중독 관련기사가 나온 후 영양사를 불러 회의를 했는데, 아이들 아프고 결석한 것이 케이크 때문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영양사의 얘기를 듣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날 오후 익산 전체 영양사 회의 때도 케이크에 대한 별다른 얘기가 없었다. 하지만 7일 집단환자가 발생해 식중독 의심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A교장은 또 “학교에선 ‘장염 증상’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학부모들에게 전송한 적이 없다. 다만 한 학부모가 저의 얘기를 잘못해석해서 보낸 것 같다”며 “교직원 회의에서 식중독에 ‘식‘자도 꺼내지 말라고 한 것은 개인적으로 섣불리 판단해 행동하지 말고 회의 결과에 따라 학교의 공식입장을 학부모들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차원이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영등초 급식실은 금요일까지 잠정 폐쇄됐고, 학생들은 오전 수업이 끝난 후 귀가하는 단축수업을 받고 있는 등 교육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편 학교식중독 사고 예방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담임교사는 매일 결석, 조퇴 등 평소와 다른 양상이 있는지 모니터링하고, 보건교사는 담임교사 모니터링 결과 및 보건실 이용자 증상을 평소와 비교해 집단환자 발생여부를 모니터링하도록 돼 있다.

학교장은 동일한 원인으로 추정되는 설사 등 식중독 유사증세 환자가 2인 이상 동시 발생한 경우, 인지 즉시 관할 교육지원청과 보건소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만일 이를 은폐하거나 미신고시에는 2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교육청은 관계자를 엄중 문책하도록 명시돼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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