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창법 트로트 가수활동 정식 데뷔 앞둔 예능인

인화동 구시장 형제지업사 골목 중간 지점에 있는 ‘민속떡집.’ 기름집과 한 지붕을 쓰는 60평 규모 널찍한 가게 안에선 고소한 기름 짜는 냄새가 솔솔 풍기고, 떡 찌는 연기도 모락모락 피어난다.

후끈 거리는 가게 안은 흥겨운 노랫소리로 열기가 더 뜨거워진다. 떡집 주인 윤지원 씨(58•본명 윤희)가 힘든 일을 노래로 풀어내는 장면. 이를 지켜보던 손님들은 어느새 박수장단을 치는 관객으로 변한다.

윤지원 씨는 구시장에서 유쾌 발랄한 떡집 아줌마로 유명하다. 판소리며 트로트, 한국무용까지 하는, 끼가 철철 넘치는 예능인이다.

그의 고향은 낭산면 낭산리 우금마을. 18살 때 서울로 올라간 그는 갖은 고생을 한 끝에 양평에서 제법 큰 식당을 운영했다.

음식 장사 또한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일이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있던 2012년 무렵, 식당 인근에 판소리공부방이 생겼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판소리가 궁금하고, 스트레스도 풀고 싶어 공부방을 찾았다. 그때부터 판소리는 지금까지 그가 놓지 않고 배우는 인생낙이 됐다.

그는 판소리를 하면서 한국무용도 했다. 또 ‘창극’ 단원으로 활동하며 무대에도 섰다. 뺑덕어미를 주인공으로 각색한 ‘뺑파전’에서 우스꽝스런 복장을 한 ‘황봉사’ 역을 맡아 연적인 심봉사를 이기고 뺑덕어미를 쟁취(?)한 장면을 재미있게 소화했다.

37년 만에 고향인 익산으로 내려온 그는 4년 전 구시장에 30년 가까이 된 민속떡집을 인수했다. 현재는 아들 박주형 씨(36)가 도맡아 운영하고, 그는 손님이 많을 때 일손을 거들고 있다. 떡 찌고, 기름 짜고, 아로니아 분말도 잘 만들어 하루에도 찾는 단골손님이 많다.

그는 익산에 온 후로 ‘트로트’에도 심취하기 시작했다. 지인과 한 음악실을 찾았는데, ‘창을 해서 그런지 목소리가 좋다’는 호평을 들은 후 트로트 재미에 푹 빠졌다.

노래자랑대회 등에도 출전해 인기상도 받았다. 내친김에 대한가수협회에 가입한 그는 가수활동에 나섰다.

이 때부터 쓴 예명은 ‘윤지원.’ 그는 조만간 ‘여자의 눈물’을 타이틀곡을 취입하며 정식 가수로 데뷔한다.

매일 아침 7시, 남중동 국민생활관에서 수영으로 건강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그는 아침 9시 30분 쯤 민속떡집에 나와 아들 밥을 챙겨주고 손님을 맞는다.

손님이 뜸해지면 차를 몰고 길을 나선다. 2시간가량 드라이브를 즐기며 목청을 가다듬는다. 차안이 바로 노래 연습실인 셈이다.

그의 장기는 판소리·민요창법을 섞어 트로트를 부른다는 것.

그는 “우리나라 전통 창법과 트로트풍이 섞인 노래로 음반을 내고 싶은 게 소박한 꿈”이라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