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 전라북도익산교육지원청 교육장

변화가 가파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인구, 기후, 환경, 국제사회, 이념 등 자연과 사회의 급변현상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느끼는 일이 되었다. 1945년 광복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변해온 과정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말하면 전설의 고향으로 받아들이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인구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에서 최하위로 급락했다. 사계절이 뚜렷했던 온대기후는 여름은 고온다습한 아열대 기후, 겨울에는 추위가 오래 지속되는 설명하기 복잡한 기후대로 변화했다. 어디서나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마시던 약수 같던 샘물은 간 데 없고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돈 주고 사먹는 시대가 되었다. 고향에서 뿌리내리며 대를 이어 살던 모습은 사라져 빈집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핵가족은 1인 가구로 전환되는 세상이다.

학교교육도 가파르게 변화해 왔다. 변화된 학교교육을 말하자면 한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함께하고 싶은 것은 유·초·중등교육이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가를 현장교육자, 학부모, 학생, 지역사회가 공유하며 가장 최선의 방향을 찾고 있다. 청소년 시기의 교육은 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주인공으로서 스스로 삶을 개척하도록 기초 기본이 되는 소양과 전문성 습득의 기반을 배워가는 데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유·초·중등교육은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어디로 향하도록 사회가 조장하고 있는가? 좋은 대학 입학과 더 좋은 직장을 택하는데 좋은 위치에서 경쟁에 앞서기 위한 교육을 향하고 있지는 않은가. 많은 부모들은 자녀가 다른 아이보다 성적이 앞서고, 내신 등급이 좋아서, 대입에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게 하여 부모가 선망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를 바란다.

끊임없는 경쟁 속에서 자라는 자녀는 협동과 배려를 하고 싶어도 경쟁구도 속에 휘말리고 만다. 문제는 사회구도가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세팅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는 말 뿐이다. 농촌에 관심이 있어 농업관련 공부를 하고자 하여도 사회에서는 농촌에 비전을 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식량자급률이 30%를 밑돌아도 농사짓는 사람들의 소득이 자유무역협정 체결(FTA) 결과로 생산비도 못 건지고 있다. 어지간히 농사지어서는 기초생활하기에도 힘든 상황이 되니 청소년들이 농업에 종사하려고 하겠는가? 전문계고를 졸업해서 기능인이 되어도 기본생활 보장이 안 되고 삶이 질이 떨어지니 누가 기술인이 되고자 하겠는가? 익산은 농업과 공업이 공존하는 도시다. 대한민국의 전형적인 농공업도시다. 우리 고장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래에도 고장의 품속에서 소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익산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라나는 학생들이 교육을 통해서 함께 더불어 협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야 한다. 교육을 통해 경쟁에서 이기게 하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지역에서 공부하는 학생이 고장의 대학교에 진학하여 고장에서 일자리를 찾고 이들이 결혼하여 자란 곳에 뿌리내리면서 후손을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기반을 국가와 지역사회 공동체가 나서서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도로 하나 더 놓고 공장 하나 더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고장의 산업이 제 평가를 받고 여기에 취업하는 젊은이들이 안심하고 보람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경제구조를 탄탄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학생들은 협동의 학습, 다양한 경험을 하는 학습, 놀이를 통해 배우는 사회적 학습을 하며 자란다. 장차 직업을 가졌을 때 우열이 아닌 평등한 체제에서 생활할 수 있는 의식을 갖고 자라고 있다. 줄 세우기 경쟁은 결국 최후의 승자만 남게 하는 게임이다. 경쟁은 자기 자신과의 내적 경쟁 즉 인내와 몰입을 통한 자신의 과거와의 경쟁일 때 지속적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자기성찰적 경쟁을 이끌어 내야 한다. 이것을 이끌어 내는 것이 교육의 힘이다. 학교 교육이 제 갈 길을 가도록 사회와 국가가 함께 해야 가능한 일이다. 다양한 사람과 어울려 서로 존중하며 신념을 갖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 기반을 마련해 주면 교육은 본연적 교육 목표에 충실하며 사회발전의 기본 역할을 할 것이다.

변화된 사회의 구조 속에서 교육의 백년대계를 실천할 수 있도록 시민 모두가 함께 하기를 소망한다. 모든 시민이 선생의 눈으로 아이를 보게 될 때 익산은 학교가 된다. “익산은 학교다”가 모든 시민들의 가슴속에 함께 한다면 익산은 과거의 교육도시로서의 명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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