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롯이 염소와 교감하는 체험프로그램 진행… 11월 17일 1회 염소축제도 개최

20여 년 간 애니메이션에 열정을 바쳐온 애니메이터 김수진 씨(45)가 염소들의 엄마로 변신했다.
지난 2012년 친정이 있는 익산으로 귀농을 결심한 수진 씨와 부군 이태형 씨(48). 익산 오산면에서 농사를 지으며 염소를 키우던 부모님을 보고 염소우리농장 문을 열었다.

아무런 지식도 없이 뛰어 든 결과는 처참했다.

수진 씨는 “너무 쉽게 생각했다. 덕분에 큰 공부를 했다. 미래 산업으로 손꼽히는 염소를 제대로 알고 다시 시작하기 위해 심기일전했다”며 “다행히 두 번째 도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6차 산업 등 여러 교육을 받던 수진 씨는 2017년 염소체험농장에 다시 한 번 도전했다.

수진 씨는 “생산물 수확체험은 많았다. 동물과 교감하는 체험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체험농장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분홍염소체험교육농장은 흑염소, 뿔 없는 염소, 유산양, 색깔이 다양한 염소 등 9마리의 염소가 누비고 있다. 체험프로그램은 차별화를 뒀다. 먹이주기에 치중하지 않고 오롯이 염소와 교감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체험의 주 목적이다. 가족들이 체험을 오면 1시간 정도 염소를 분양해준다. 염소와 산책을 하면서 빗질하고, 먹이를 주면서 염소와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또 봄, 여름에는 허브체험을 결합해 순환농업체험을 진행한다. 염소 똥 줍기로 시작해 허브를 심고, 염소 똥이 퇴비가 되는 과정 등을 체험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느끼게 해준다.

지난 10월에는 귀농귀촌지원센터와 함께 힐링캠프도 진행했다. 농업인, 성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캠프에는 심리상담가를 초청해 정서적 안정과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특히 농사 중에 골칫거리로 손꼽히는 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며 풀만의 예쁜 모습을 발견하는 특별한 시간도 가졌다.

수진 씨는 “숲 체험과 접목해 천천히 걸으며 주변에 아주 작은 풀도 다시 보는 시간이었다. 반응이 정말 좋았다”며 “그래서 염소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힐링을 할 수 있는 체험프로그램으로 재밌게 꾸며 볼 계획”이라고 미소 지었다.

오는 17일 열리는 ‘안녕! 분홍염소야’ 가을 축제는 오미자모히토, 염소야 놀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염소바비큐 등 맛있는 음식도 곁들여 진다.

부군 이태형 씨와 함께. 부부 가운데에서 포즈를 취하는 검정색 염소 '알파'는 11월 방영 예정인 TVN 드라마 '톱스타 유백이' 촬영을 마친 염소스타다.

시설 투자보다 체험프로그램 연구에 더 집중하는 김수진 씨. 아이디어의 원천은 두 아들 재하(11)･재서(7)다. 아이들이 농장에서 하는 놀이가 곧 체험이 된다.

수진 씨는 “아이들이 자연에서 노는 방법을 스스로 찾아낸다. 쓰고 남은 종이에 풀과 들꽃을 붙이는 프로그램은 우리 아이들이 농장에서 하던 놀이”라면서 “사진을 찍기 위한 체험보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동물과 교감하는 체험, 자연의 아름다움을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귀농귀촌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수진 씨는 사랑과 정이 있는 농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수진 씨는 “이곳 황등면 구자리 신성마을에 스며들고 싶다. 선비 같은 마을 분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고 싶다”면서 “앞으로는 성인, 다문화가정, 농업인을 위한 체험과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진로체험도 해볼 참”이라고 밝혔다. /황정아 기자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