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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칼럼= 오래된 식당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
익산열린신문 | 승인 2018.11.12 09:05
이희수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는 15년 동안 한 식당의 군만두만을 먹어온 오대수가 등장한다.

그러나 오대수 씨는 필자에게 상대가 되지 못한다.

31년 동안 가족끼리 외식하는 식당이 한곳이었다면 믿기겠는가? 자그마치 31년 동안 말이다.

아버지 생신 때, 혹은 어머니 생신 때, 혹은 오빠나 언니가 졸업했을 때 집밥이 최고라는 아버지에게 막내딸의 권위로 '가족외식'을 '직권상정'하면 그 많고 많은 식당 중에서도 대우 아카디아 차가 향하는 곳은 한곳이었다.

바로, 인화동에 위치한 오래된 중국 음식점 'H'다.

온 가족이 좋아하는 탕수육과 짜장면이 맛있는 H는 넉넉치 못했던 주머니 사정에도 한 끼 가족외식하러 가기에 좋은 곳이었다.

카세트테이프가 CD로, CD가 MP3로 변하는 동안에도 H 식당은 우리 가족의 외식 전용 식당으로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아버지께서도 '아버지 역할'은 처음인지라 막상 가족외식을 가려 하면 H 식당이 가장 먼저 생각나셨을 것이다.

짜장면을 먹든 탕수육에 짬뽕 몇 그릇을 시키든 사장님께서는 늘 한결같으셨다.

언뜻 보면 유교학자가 떠오르는 얼굴에 깃든 미소로 그는 테이블 곳곳을 누볐다.

"입에는 맞으십니까?", "요즘 건강은 어떠세요?", "아이고, 사장님,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H 식당 방문객 중 사장님으로부터 따뜻한 말 한 마디 듣지 않은 이가 있을까.

필자가 자라며 몇 번 다른 곳에서의 외식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가장 최고의 외식장소는 여전히 H 식당이다.

일적으로도 이곳을 찾을 때면 사장님께서는 어떠한 상황에도 적극 협조해주셨다. 가히 60년 역사의 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들어, 역사성과 문화성, 그리고 익산의 현대사에 있어 오래된 음식점 또한 문화콘텐츠로서 그 힘을 나날이 얻고 있다.

군산의 빈해원이 대표적이다. 빈해원은 드라마에도 종종 등장했고, 지역 맛집으로도 방송을 타곤한다.

또, 중요한 지역 문화재로도 지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익산에서는 H 식당을 포함해 구 영정통 거리의 Y, K 등 오래전부터 화교분들이 운영하는 곳이 있다.

또, 원도심에는 청국장집을 비롯해 '재야의 지역향토사학자'인 50대 이상 아저씨들의 오래된 맛집이 곳곳에 숨어있다.

대학생들이 지역의 문제를 팀프로젝트로 해결하는 지역연계형 캡스톤디자인 중 우연히 그들이 제작하는 맛집지도를 보게 되었다.

충분히 원도심에 적용할만한 방안이다. 원도심에 있는 오래된 중국음식점과 함께 익산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맛집지도가 제작돼 익산역에 관광객들을 위한 맛집지도가 놓인다면 어떨까?

한 사람이 수많은 맛집리스트를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이 동일한 맛집을 기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로, 지금이 익산의 문화예술관광에 대한 '감성마케팅'을 위해 슬슬 기초작업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오래된 익산의 맛집을 익산의 명물로 홍보한다면 어떨까? 그게 바로 한 자리에서 '익산의 맛집'으로 불리우며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 온 지역식당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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