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석박물관에 전시된 8kg 작품이 생애 최대 대표작 자부심 느껴”

고교 졸업 후 30년 넘게 오롯이 한 길 인생 명장 반열 ‘신화 창조’

은 99% 점토개발 체험 준비…나만의 브로치 제작 세계시장 석권 꿈

“책임감이 큽니다. 날로 쇠퇴해 가고 있는 익산의 귀금속 산업이 부활할 수 있도록 한 톨의 밀알이 되겠습니다.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해 보석도시 익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남성고 시절 65번 버스에 내려 열악한 영등동 귀금속단지를 보며 “나중에 개선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한 까까머리 고교생이 30여년 후 귀금속 명장 반열에 올랐다.

주인공은 어두컴컴한 방에서 한줄기 백열등 조명을 의지한 채 30년간 오롯이 귀금속 세공 한 길을 걸어온 소병돈 세아주얼리 대표(54).

익산시는 2018년 익산시 명장 귀금속 분야에 소병돈 대표를 뽑았다.

왕궁면 발산리가 고향인 소 명장은 왕궁초와 왕궁중, 남성고,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익산 토박이다. 발산리는 진주 소씨 집성촌이다.

22일 오후 2시 영등동 귀금속 단지에서 ‘세아주얼리’라는 새로운 상호를 갖고 일본 수출에 매진하고 있는 소병돈 명장을 만났다.

-축하합니다. 2015년 명인에서 올해 명장 칭호를 얻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텐데.

지난 30년의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돈보다는 신뢰와 기술을 바탕으로 한길을 걷다보니 오늘 같이 영광의 날을 맛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익산시 귀금속 명장 명예를 걸고 앞으로 더욱더 성실히 살아갈 각오다.

아울러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날로 쇠퇴해 가는 우리 귀금속 단지의 부활을 위해 마지막 열정을 바칠까 한다.

-귀금속 세공은 언제 입문했는지.

1988년 군대 제대 후 귀금속 일을 하던 소병묵 씨(현 라소르 대표) 소개로 우연찮게 발을 디뎠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해 두 말 할 필요 없이 결정했다.

새내기 세공사 시절 몇 군데 회사를 전전하다, 일본으로 건너가 일했다. 돈 벌러 갔지만 이때 어깨너머로 기술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익산에 돌아와서 열심히 배우고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이때가 인생의 터닝 포인트 셈이다.

-남성고 재학시절 열악한 영등동 귀금속단지를 보며 어렴풋이나마 꿈을 키웠다고 들었는데.

맞다. 별로 큰 꿈은 아니지만, 고교시절부터 귀금속 단지를 발전시키고자하는 마음은 있었다. 남성고 다닐 때 65번 버스를 타고 내리는 곳이 귀금속단지였다. 그래서 좀 낙후된 이곳을 보며 ‘나중에 꼭 개선시켜줘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다.

그러다 군대 제대 후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소병묵 씨가 세공기술을 배워 일본에 가서 돈을 벌자고 해 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귀금속 명인에서 마침내 명장에 올랐다. 특별하게 기술을 가르쳐준 분이 있다면.

서울 종로에서 일하고 있는 이동렬 씨(56)를 스승으로 꼽고 싶다. 익산에서 함께 일할 때 엄하게 가르쳤다. 밤새 공들여 만든 원형(몰드)을 맘에 들지 않으면 가차 없이 망치로 깨버렸다.

그때마다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기술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참고 버텼다. 아마 지금 학생들은 그 이튿날 그만 뒀을 것이다.

-익산보석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는 순금 미륵사지 석탑을 제작했는데.

30년 세공인생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코 순금 미륵사지 석탑이다.

그만큼 힘들게 제작했고, 작품성도 빼어나다고 자부한다. 장장 6개월을 밤낮없이 매달린 작품이다.

순금만 8kg이 들어갔다. 당시 금값만 5억 원에 달했다.

0.5~0.8mm 판제를 잘라서 한 땀 한 땀 납땜해 거대한 탑을 완성했다.

-귀금속 산업이 침체기다. 극복 방안이 있다면.

알다시피 익산 귀금속단지를 조성할 당시 수출주도형이었다. 그러다 수출자유지역이 해지되면서 내수에 치중했다. 자연히 세공기술자들이 하나 둘 서울로 떠났다. 그 후는 더욱 참담했다. 디자인이 달라 내수도 그리 녹록치 못했다.

그러다 1990년대 중반 중국으로 몰렸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익산 귀금속단지는 쇠퇴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금은 희망이 있다. 서울을 따라가지 말고 익산 고유의 디자인을 개발하면 과거 영광을 재현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주얼팰리스와 패션주얼리, 귀금속단지 등 귀금속 관련 산업을 한 군데에 집적화시키면 보석도시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귀금속 분야 최고인 명장 반열에 올랐다. 앞으로 계획은.

원광보건대학교 시간 강사와 체험 행사 등 그동안 해왔던 일에 더욱 몰두할 계획이다.

그리고 최근 개발한 순은 99%인 ‘은 점토’를 만들어 체험활동을 펼칠 생각이다. 은점토로 반지와 브로치 등을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리고 ‘명장 소병돈’만의 브로치를 만들어볼 요량이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도금을 할 때 다양한 색깔을 넣을 계획이다. 지금은 은색밖에 없는데 골드나 핑크 색 등을 그러데이션 기법(진한 색에서 점점 연한 색으로 변하는 방법)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글‧그림 황정아 기자

 #소병돈 귀금속 명장(名匠)이 걸어온 길

-2005년 반지세공에 무광택처리방법 특허 등록

-2010년 익산시청 순금 미륵사지 석탑 제작

-2010년 서동축제 반지 만들기 체험장 운영

-2011년 주얼팰리스 봄 축제 무료체험 행사 운영

-2015년 익산시 귀금속 명인 선정

-2018년 익산시 보석박물관 익산 귀금속 장인전 전시

-2002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귀금속가공 기능사

-2015년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귀금속가공 기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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