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경의 에세이= ‘안녕, 우리들의 아지트’

한유경 소극장 아르케 객원연출

우린 자기 자신만의 ‘아지트’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 아지트는 자신의 집이 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 자기 나름의 아지트라는 공간을 만들어 쉼과 창조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소극장 아르케’는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 단원들의 아지트였음에 틀림없을 것이다. 아니 지역 사람들에게도 문화예술을 공유할 수 있는 아지트였을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10년 넘게 우리들의 아지트였던 소극장이 이번 공연을 끝으로 문을 닫게 된다.

너무나 쉽게 하나의 공간이 있다 없다 하는 시대이기는 하지만 10년 넘게 한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던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의 마음이리라.

하지만 한편으론 바쁘게만 지내왔던 우리들이 스스로 지나간 발자취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은 또 다른 마음이리라.

2007년 소극장 개관 기념작인 ‘돼지와 오토바이’ 공연을 시작으로 2018년 전북소극장 연극제 참여 작품인 ‘안녕, 우리들의 아지트’까지 매년 3~4편 이상의 공연과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예술 교육을 위해서 소극장을 찾았다.

물론 모든 공연이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매년 어떤 작품을 어떤 형식으로 올려야 하는 지에 대한 고민과 각성이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품을 올리고자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10년이 넘은 소극장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듣는 이야기 중 하나가 “여기에 소극장이 있었어요?”라는 말이라는 것은 좀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채찍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이젠 공연이 이루어지면 항상 찾아주시는 관객이 어느 정도 형성 될 수 있었던 점은 우리에게 좋은 당근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아쉬운 점은 이렇게 조금씩 알려지고 소극장을 이용하는 다양한 층이 형성되어지던 시기에 운영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어서 오세요. 소극장 아르케입니다.”

이제 이 말은 사라질 것이다.

“4층까지 올라오시느라 힘드셨죠?”

이제 이 말도 사용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2019년에는 ‘소극장 아르케’가 아닌 다른 문화공간에서 극단 ‘작은 소리와 동작’의 공연을 보게 될 것이다.

아직 옮겨 갈 아지트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아지트에서 이렇게 다시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어서 오세요. 소극장 아르케입니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