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일출 명소 '왕궁리 5층석탑'

하늘을 공경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후손들을 위한 ‘선물’

국보 제 289호 사진작가들의 일출 명소…“겨울이 제일 아름답다” 감탄사

노아의 자손들은 세 나라를 세웠다. 그 세 나라는 같은 언어를 쓰면서 서로 흩어지기를 싫어해 한 지역에서 함께 살았다.

그러다 무한한 탐욕에 젖은 인간들이 하나님과 같이 높아지기를 원했기에 바벨탑을 쌓기 시작했다.

높이 더 높이 쌓다보니 바벨탑은 구름위로 올라가서 바람이 불면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인간의 욕심은 멈출 줄 몰랐다.

당시는 벽돌을 햇빛에 말려서 사용했는데 이들은 영원히 무너지지 않는 탑을 위해 불에 구워서 쌓았고 벽돌 사이를 흙 대신에 역청으로 견고하게 접착했다.

벽돌이 부족하자 밑돌을 빼서 위에 얹은 무모한 행동까지 한다.

얼마 후 바벨탑은 무너졌고 목숨을 건지 사람들은 언어가 달라서 각지로 흩어지고 말았다.

인간의 탐욕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바벨탑이야기다.

소설가 테드 창의 네뷸러상을 수상한 단편 '바빌론의 탑'은 결말이 이렇다.

탑을 쌓아 하늘에 닿은 인간들은 활석을 깨고 궁창에 빠지게 되었다.

그런데 소설의 야훼는 탑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정해진 경계 너머로 손을 뻗치고 싶어 하는 인간들에게 왜 벌을 내리지 않았을까?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 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이렇게 하여 인간은 자신의 위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세상에 절대불변인 것은 없다. 단지 탄생되고 소멸되는 과정만이 있을 뿐이다. 모든 사물이나 사람은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

왕궁면 왕궁리에 있는 국보 제 289호 '왕궁면 오층석탑'이 그런 존재다.

부여 '정림사지 오층석탑'과 함께 백제의 찬란한 문화유산이다.

왕궁리 유적은 백제의 궁궐터다.

백제 제30대 왕인 무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왕궁리 유적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왕궁리 오층석탑'이다.

높이 8.5m에 이르는 위풍당당한 석탑은 사방으로 돌아가며 둘러봐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특히 동쪽에서 해가 떠오를 때쯤 붉게 물들어가는 薄明(박명‧해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 얼마 동안 주위가 희미하게 밝은 상태)의 하늘 아래 오층석탑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추위가 기승을 부린 27일 새벽에도 왕궁리 유적은 운동을 하러 나온 시민들과 일출을 담기위한 사진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사진이 취미라는 이성진 씨(43‧전주)는 “동해 정동진 보다 일출이 아름다운 곳이다. 특히 소나무와 탑을 배경으로 붉은 지평선과 푸른 하늘을 한 번에 담을 수 있는 겨울이 제일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역사의 바벨탑이 인간의 탐욕에 대한 벌이라면 '왕궁리 오층석탑'은 하늘을 공경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우리들을 위한 선물이다. /김훈‧김은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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