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약 10년 전만해도 지금의 SK빌딩(구 보배빌딩) 자리에는 피자헛콜센터가 있었다. 물론 아웃소싱업체인 (주)이지오스에서 운영하는 곳이었지만 원래 대전에 있던 콜센터가 없어지고 익산으로 왔다는 소문을 들었었다. 왜 익산으로 왔었을까? 이유인즉슨 익산사람들이 사투리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사투리는 일상생활에서 잘 쓰진 않는다. 때로는 흥분했을 때, 때로는 기분이 좋을 때 무의식적으로 입에서 나온다.

얼마 전 광주광역시에 갔을 때 일이다. 국립문화예술전당과 옛 전남도청, 금남로 일대를 돌아보고, 지역균형발전사례를 답사하는 일정으로 짜여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함께 답사에 참여한 의학박사 출신 모 교수께서 문화에 대해 하신 이야기가 문득 생각난다.

“저는 지역에 가서 유적지에 방문할 때 해설해주시는 분들께서 지역 사투리를 쓰셨으면 좋겠어요. 사투리가 더욱 친숙하게 느껴지는데, 표준어로 듣다보면 지역의 특성 없이 들려요.”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 어딘가에선 어수룩한 전라도 사투리가 들리면 하숙집 주인이나 방 주인이 허리에 손을 올리고 “학생, 전라도였어?”라고 묻는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군산이 낳은 명배우 김수미 씨의 수필책 곳곳에는 전라도 차별에 대한 억울함과 설움, 그리고 울분이 남아 있다. 그분의 맛깔 나는 수필집을 읽는 것은 잘 익은 김치를 먹는 것처럼 시원하고 아삭아삭하고 때로는 매콤하다. TV에서도 가끔 튀어나오는 그분의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는 정겹기 그지없다. (필자주 : 필자는 김수미 씨의 광팬으로 언젠가는 팬사인회나 팬미팅에 참여하는 것을 버킷리스트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

다만, 전라도 사투리가 부정적인 이미지로 사용되던 때가 있었다. 조직폭력배나 파출부, 건달, 동네 양아치, 등 악역은 전라도 사투리를 쓰는 일이 적지 않았다. 최근에도 전라도에 대한 인터넷 뉴스 기사 댓글로 “역시 7시”, “전라디언”, “역시 전라도랑께~”라며 비하로 괜히 마음의 상처를 입곤 했다. 그렇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사투리가 친근하게 들린다는 말이 더욱 자주 들린다. 필자 또한 그렇다. 업무 중 전화를 쓸 일이 많은데 중저음이라 필자의 첫인상은 주로 냉랭하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실제로 본 이들은 완전 반대라고 말을 한다. 다음은 24일 있었던 통화내용이다.

이희수 : 안녕하십니까, LINC+사업단 이희수입니다.

한○○ : 이희수 선생님이시죠?

이희수 : 네, 맞습니다.

한○○ : 아, 선생님 여기 동북아시아연구소인데요, 지난 주 행사 후 USB 두고 가신 거 같아요.

이희수 : (순간 당황하며) 워메, 어띃게 고것이 거기 들어가 앉았다요, 워메 나 미치겄네. 그짝도 샅샅이 보고 왔는디 제가 미쳐 못챙겼나보네요잉, 선상님, 징허게 감사혀요. 지가 워디로 가면 될까요?

한○○ : (이미 박장대소 중) 네, 저희 사무실이 ○○○에 있어요,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이희수 : 아이고, 선생님, 감사드려요. 후딱 지가 갈랑게 기다려 주셔요.

놀랍게도 칼럼 프로필 사진의 필자가 위의 말을 한 사람이 맞다. 필자의 업무스킬이라면 스킬일 수 있는데, 적절한 사투리의 사용은 분위기를 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앞 문단에서 사투리를 더욱 많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교수님의 마음도 바로 이것과 같은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한다.

현대는 이미 4차산업 혁명시대로 과학의 첨단의 첨단, 최첨단을 걷고 있고, 우리말은 이미 표준어화 되었다. 다만 지역 고유의 사투리를 문화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어떨까? 특히, 전북 익산은 사투리의 비빔밥과도 같다. 인접한 지역에 따라 사투리의 쓰임새와 예시도 다른 것이다. 익산에 사투리 아카이브가 있다면 어떨까라는 발칙한 상상도 해볼법하다. 사투리는 우리의 아이디어로 더욱 새롭고 더욱 가치 있게 달라질 수 있다. 어떻게? 우리의 관심에 의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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