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축 위해 유령단체 조직 불법 현수막 내걸어 '말썽'

익산시 “잘못된 정보로 주민선동 말라” 경고…50일만에 철거

전북대 익산캠퍼스 뒤 송계기 앞 삼거리 담벼락에 붙었던 재개발 현수막. 결국 헛소문으로 밝혀져 지난 2일 모두 철거됐다.

전북대 익산캠퍼스 뒤에 ‘재개발을 추진한다’는 현수막이 나붙어 주민들이 혼돈에 빠진 사건이 벌어졌다. 나중에 용어를 잘못 쓴 것으로 파악돼 떼어내긴 했지만, 주민들의 머릿속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문제의 현수막이 등장한 것은 2018년 11월 중순경. ‘남중동재개발추진위원회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님들의 협조로 재개발을 이루게 되어 깊이 감사드립니다’라고 적은 현수막이 담벼락 등 여기저기에 내걸렸다.

장소는 전북대 익산캠퍼스 뒤 송계기 앞 삼거리에서 남중동 국민생활관 맞은편 기림전자 옆 주변까지 서너 개가 나붙었다.

약 40일 넘게 이 현수막이 붙어 있는 것을 본 주민은 아무 소식도 없이 재개발 이야기가 불쑥 튀어나온 게 의심스러워 지난해 12월 말 익산시에 민원을 냈다.

민원을 접수한 익산시도 황당했다. 전북대 익산캠퍼스 주변 주민들로부터 재개발 요구를 받은 적도 없고, 시 자체에서 추진할 계획도 없기 때문.

사실 확인에 나선 익산시는 주변 통장들을 통해 수소문한 끝에 현수막을 써 붙인 장본인을 찾아냈다.

시 주택과 관계자는 “한 부동산업자가 이 주변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땅 매입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용어를 잘못 선택해 ‘재개발’을 넣어 말썽을 빚은 것”이라며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이어 “남중동재개발추진위원회도 부동산업자가 지어낸 유령단체였다”며 “당장 현수막을 떼어내라고 조치했고, 다시는 주민들을 선동하는 불법현수막을 내걸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일 현수막은 일제히 사라졌지만, 주민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 “부동산업자가 유령단체를 만들어 활개 치는 동안 통장 등 주민대표들은 뭐 했는지 한심스럽다. 아파트 짓는다고 땅 매입하는데 기웃거리지나 않을지 걱정도 된다”며 혀를 찼다.

시 주택과는 “이 부동산업자가 아직 아파트 사업계획을 제출하지 않아 상황이 어떻게 전개 중인지 모른다. 사업계획이 제출돼야 땅 매입이나 아파트 규모 등을 정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개발’ 된 곳은 지금까지 익산시에서 단 한 곳도 없다. 재개발 절차는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지자체에서 노후 건물 수 등 여러 요건을 검토해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재개발정비구역으로 지정해 추진한다. 주민들로 추진위를 구성하고 재개발조합도 설립해 공동주택, 상가 등 용도에 따라 사업시행 인가, 건축 허가 등 수순을 밟는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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