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경찰, 최근 3년 440명 중 7명 처분 유지 나머지 감경

“먹고 살 생활비가 없어 어쩔 수 없이 기르던 강아지를 가지고 시장에 나왔습니다.”

지난해 3월 익산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던 70대 노부부가 선처를 호소하며 서글픈 눈물을 흘렸다.

부부는 전통시장에서 강아지를 팔다 동물보호법위반 혐의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허가를 받지 않은 노상에서 동물을 판매한 것이 불법이란 이유다.

남편 A씨는 4년 전 방광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끝없는 치료를 거듭해야 했다. 일정한 수입이 없던 그는 몇 년 전 아내까지 지병이 악화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병원비에 생활이 막막해졌다.

노부부는 집에서 기르던 개가 낳은 강아지를 상자에 담아 시장으로 나섰다. 꽃샘추위 속 노상에서 강아지를 팔던 부부는 그렇게 경찰서로 잡혀갔다.

범죄자 낙인이 찍힐 뻔 했지만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경찰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열어 이들을 구제했다. 과거 범죄 이력이 없고, 생활이 곤란한 생계형 범죄임을 감안한 것이다.

옛날 같으면 범죄자로 낙인찍힐 수 있는 ‘현대판 장발장’의 범행(?)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통해 상당수 구제되고 있다.

경미범죄심사위는 2016년 전북지역 4개 경찰관서에서 시범 도입해 2017년부터 모든 경찰서에서 본격 시행하고 있다.

위원회는 경미한 형사범죄나 즉결심판 청구사건 중 초범자, 사회적 약자,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 자의 처벌 감경 여부를 심사한다. 어려운 경제 여건을 감안해 생계형 단순 범죄자 양산을 막는다는 게 핵심 취지다.

8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2016년~2018년)간 위원회에 넘겨진 피의자는 모두 440명이다. 이 가운데 7명에 대해서만 원래 처분이 유지됐고, 나머지 433명은 감경 처분을 받았다.

형사입건 대상인 262명 중 259명이 즉결심판 대상으로 감경됐고, 즉결심판 대상 177명 중 174명은 훈방 조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고물, 생활용품 등을 훔치는 소액 절도나 단순 생활 범죄가 많아지는 추세"라면서도 "처벌만이 답은 아닌 만큼,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사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계자는 "피의자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모든 범죄가 구제 받을 수는 없는 만큼,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마음은 항상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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