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子가 만든 세계 유일 ‘실내형 승강장’

청년 CEO 홍진형 대표, 아버지 홍석구 씨와 2년여 연구 끝에 개발 성공

익산시청 민원봉사실 앞 설치… 사방 통유리·냉난방·공기청정기능 갖춰

익산시청 민원봉사실 앞 ‘버스승강장’이 변신했다. 지붕과 벤치만 덩그러니 있던 개방형 승강장이 근사한 카페처럼 ‘실내형 승강장’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사방이 탁 트인 강화 통유리로 된 승강장은 외관부터 세련미가 넘친다. 럭셔리하기까지 해 익산시의 품격을 한 단계 올려주는 듯하다.

자동유리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훈훈한 온기가 가득하다. 추운 겨울을 느낄 수 없을 만큼 따뜻한 바람이 위에서 불고 있다.

편백나무가 설치된 천장에선 은은한 피톤치드 향이 내려와 온몸의 피로까지 풀어준다.

미세먼지도 이 승강장 안에선 걱정할 게 없다. 공기청정기능을 갖춘 냉난방시스템이 설치돼 항시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여름엔 시원한 바람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겨울엔 차가운 벤치에 엉덩이 붙이기 힘들지만, 이곳은 ‘발열의자’를 설치해 편안히 앉아 버스를 기다리면 된다.

한쪽 유리 벽면엔 버스시간을 알려주는 커다란 모니터가 있다. 그 옆 작은 모니터에선 익산시를 홍보하는 영상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승강장은 자외선 걱정할 필요가 없다. ‘3M’으로 선팅을 해 자외선을 99% 차단하고 있다.

또 장애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미끄럼방지 림프’가 장착돼 있고, 바닥도 녹슬지 않는 알루미늄 판에 미끄럼방지를 설치해 안전하다.

밤늦게 귀가하는 시민들도 승강장 안에 있으면 안심이다. 승강장 위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새벽까지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어서다.

단박에 버스 승객들을 감동시킨 세계 유일의 실내형 승강장.

이 승강장을 만든 회사는 익산에 있는 작은 신생기업이다.

지난해 대학을 막 졸업한 27살 청년 CEO 홍진형 대표가 설립한 ‘에코앤테크(주)’다.

신동 새한주유소 사거리에서 원광대 방향으로 200m정도 우측 ‘(유)라이프디자인건설’ 건물 2층에 있다.

익산시청 민원봉사실 앞에 설치된 실내형 승강장은 홍 대표가 만든 첫 제품이다.

홍 대표는 첫 제품을 아주 뜻있게 썼다. 5천만 원 상당의 승강장을 지난해 12월 24일 시민편의를 위해 익산시에 기증한 것.

그의 통 큰 기부는 익산시민들에게 잊지 못할 큰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홍 대표는 실내형 승강장의 공식명칭을 ‘이동식 독립형 다목적 친환경 에코 스테이션’이라고 했다.

상표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특허출원 준비 중이다.

‘경험은 창작의 산파’ 父子가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

홍 대표 아버지는 30여년 인테리어 산업디자인 사업을 펼쳐온 홍석구 (유)라이프디자인건설 대표(53)다. 원광대, 원보대, 병원 등 500여 곳의 인테리어를 한 실력파 건설인이다.

원광대 미술대 조소과에서 조각을 전공한 홍석구 대표는 4차원 미술을 한 사람답게 풍부한 상상력으로 인테리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아들 홍진형 대표는 원광대에서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한 후 가업을 잇기 위해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다.

실내형 승강장은 부자가 개발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개발 동기는 2년 전 어느 겨울날이었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온 부자는 폭설로 택시조차 잡기 어렵게 되자 승강장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이날은 유난히도 칼바람이 매섭게 불었고, 벤치에 앉자마자 엉덩이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발은 시리고, 입은 추위에 얼어붙었다. 버스를 기다리는 10분이 10년 같았다.

경험은 창작의 산파였다. 다음날 부자는 아침식사를 하다 어제의 쓰라린 기억을 떠올렸다. 찬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아늑한 실내형 승강장을 만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부자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2년 간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지난해 3월 마침내 제품 설계가 완료됐다. 7월 금강동에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제품생산에 돌입했다.

12월 탄생한 첫 작품은 익산시에 기증돼 익산시청 민원봉사실 앞에 설치됐다. 시민들의 호응은 가히 폭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