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대 사두 취임…“100여사원 화합 이뤄 전국최고 궁도장 만들 터”

굵직굵직한 전국대회 유치 지역경제 활력…주차장 등 협소 지원 절실

건축자재 임대사업 자수성가…전북레슬링협회 부회장 등 사회활동 활발

1800년경 우리 조상들은 황등산에서 섬유로 짠 베를 과녁삼아 궁술을 연마했다.

이곳을 순조 34년(1834년)부터 건덕정(建德亭)이라고 불렀다.

200여년 넘게 우리나라 전통무예인 궁도의 명맥을 올곧이 지켜온 건덕정.

선인들의 숨결과 역사가 살아있는 건덕정 제44대 우두머리에 주재선 사두(62)가 올랐다.

주 사두는 10일 건덕정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 임무에 들어갔다.

건설회사와 건축자재 임대업 경영자인 그가 궁도의 매력에 빠진 건 6년 전.

박수현 전 사두의 권유로 처음 국궁을 잡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아침 건덕정에 나와 활시위를 당겼다.

하루 2시간씩 과녁을 정조준 하다 보면 어느새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는다.

사선에 서 있을 때만큼은 모든 근심과 걱정을 화살과 함께 날려 보낸다.

손끝을 떠난 화살이 탁 소리를 내며 과녁에 명중할 때면 스릴이 이만저만 아니다.

145m 떨어진 과녁을 향해 쏜살같이 하늘로 날아가는 화살을 보노라면 모든 피곤함은 어느새 눈 녹듯 녹아내린다.

그는 “궁도의 매력은 첫째 집중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예의범절 운동이기 때문에 심신을 단련하는데 그만이다. 여느 운동과는 달리 자기와의 싸움도 큰 매력덩어리”라고 궁도 예찬론을 펼쳤다.

10발 쏘면 5발 명중… ‘두 손 5중’ 수준

다른 사원(회원)보다 비교적 늦깎이로 궁도에 입문한터라 그의 궁도 실력은 초보 수준.

10발 쏘면 5발 명중한다. 궁도에서 1손은 화살 5발. 그래서 궁도 용어로 그의 실력을 말할 때 ‘두 손 5중’이라고 말한다.

그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직 초보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다. 올해는 좀 더 채찍을 가해 연마할 각오다, 100여 명의 사원 가운데 중간 정도가 목표”라고 수줍게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실력은 그리 중요치 않다고 말한다. 전통무예를 즐기며 심신을 단련하는데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전북대표 선수 산실…걸출한 스타 다수 배출

건덕정은 매월 한차례 자체대회를 갖는다. 월례회를 겸해서 열리는 자정대회지만 친목대회 성격이 강하다.

대회가 열리는 날엔 사원(회원)들이 5~6명씩 돌아가면서 음식을 장만한다. 간소하게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주 메뉴는 김치찌개지만 삼겹살 파티도 가끔 열린다.

회원들끼리 준비한 상품을 서로 나눠 갖기도 한다. 물론 대회 우승자에겐 푸짐한 상품이 주어진다.

이처럼 화기애애한 대회 분위기 속에서 탄생한‘궁도 스타’도 즐비하다.

장충기 사원은 전북 대표선수로 뽑혀 전국체전 등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건덕정’의 명예를 빛냈다.

평범한 가정주부인 진영실 사원은 전국을 제패한 여장부다.

김우성‧안철성‧최규환‧박은정 등 건덕정 4인방도 전국을 호령하는 최고의 스타다.

20‧30대 시련 딛고 자수성가한 전문 건설인

삼기면 용연리 출생인 그는 자수성가한 전문 건설 경영인이다.

40대 초반 황등에서 건축자재 임대업을 차려 대성공을 거뒀다.

특유의 성실함과 추진력을 인정받아 전북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주문이 밀려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간 매출액은 25억 원 정도.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 않다.

그는 “정말 2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주문이 들어오면 단 한 번도 어긴 적이 없었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신용을 쌓았다”면서 “이제는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다”고 소박한 소망을 밝혔다.

그는 모기업인 민경산업을 기반으로 지난해 건설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이름은 태영건설. 영등동에 둥지를 튼 태영건설은 상가와 집 등을 짓는 건축회사다.

이처럼 건실한 회사를 경영하는 전문경영인으로 우뚝 섰지만, 그에게도 큰 시련은 있었다.

인생의 황금기인 20‧30대를 송두리째 앗아간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바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신마비. 그는 군복무시절 갑자기 전신이 마비되는 증세로 7년여 동안 병원에 누워 있었다.

그는 “정말 암담했다. 병명을 알 수 없으니 딱히 치료방법도 없었다. 정말 방황을 많이 했다”면서 “아마 당시 장애 등급을 받았으면 최고 등급인 1급을 받았을 정도로 심각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그는 기적처럼 일어났다. 다리는 약간 불편하지만, 일상생활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회복됐다. 장애 4급 진단을 받았다.

오랜 투병생활을 털고 나온 그는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 식당에서부터 포장마차까지 해보지 않은 일이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다.

그러길 수 년여. 어느 정도 목돈을 마련한 그는 동생들과 함께 민경산업을 차리고 ‘주재선’이란 이름 석 자를 세상 밖으로 알렸다.

전국대회 유치 일등공신…지역사회 기여

그는 사두에 취임하고 잠시 여유 부릴 시간도 없이 오는 6월 큰 행사를 앞두고 있다.

건덕정에서 사두대회 겸 승단대회가 열린다. 전국 400개 정(궁도장) 중 1년에 5곳에서만 개최되는 대회이기에 어렵사리 유치했다.

전국 3~4천 명의 궁도인이 5박6일 동안 익산에 머물며 먹고 마시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는 고민이 많다. 손님을 맞이할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한 것. 화살을 실어 나르는 ‘운수대’도 설치해야 하나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그는 “전국 대회를 유치하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다. 하지만 주차장과 운수대 등 시설이 열악해 익산시 등 관련 단체의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시작하면 끝을 본다’최선을 다하는 삶

그는 매사에 적극적이고 최선을 다한다. 시작을 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새롭게 출발하기가 힘들지만, 일단 시작하면 반드시 정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는 게 그의 생활방식이다.

전북레슬링협회 부회장인 그는“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남한테 피해주지 않고, 주위사람들과 잘 어울려 살아갈 요량이다.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배려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황등에서 우리 처갓집 식당을 운영하는 부인 이혜경 씨(62)와 수미, 다미, 여진, 성미, 태영 등 1남4를 둔 다복한 가정의 가장이다.

건덕정 제44대 주재선 호 집행부(무순)

-고문: 장현순 김현식 박수연 박은정 박지수 손주호 옥승호

-수석 부사두: 김우성

-부사두: 송정상

-사범: 박종용

-사무국장: 최지숙

-총무: 최규환

-재무: 안철성

-감사: 주정은

-홍보기획: 허대성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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