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연일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 속에서도 봄은 찾아왔다. 봄의 소식을 전해주는 꽃이 피고, 겨울동안 보이지 않았던 동물들도 나타나 자신만의 지혜로 봄을 알린다.

요즘 익산시내의 가로수 중 키 큰 나무를 보면 유난히도 바쁜 친구들을 만나게 된다. 나뭇가지를 열심히 물어 나르는 ‘까치’다.

까치는 자기 영역이 있고, 그 영역에 있는 사람도 기억해서 늘 보던 마을 사람이 아니면 금방 알아보고 ‘꺅꺅’경고해 옛날부터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했다.

까치는 소식의 전령사이자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텃새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과 몽고에서도 공통된 풍습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1980년대 일본에서는 까치가 매우 희귀한 새이며 번식지 자체가 천연기념물이었다.

한반도와 일본 열도 사이에 바다가 있어서 생물 지리학적인 격리로 말미암아 일본에는 까치가 서식하지 않았지만 토요토미히데요시가 조선을 침략하면서 조선에서 가져갔으며 그 뒤에 일본에 토착화되었다고 한다.

까마귀과에 속하는 까치는 7월7석 견우직녀의 오작교 전설로도 유명하며 설치류, 작은 새의 알과 새끼, 뱀, 곤충류 등을 잡아먹을 뿐만 아니라 농작물이나 사과, 복숭아 등도 먹는 잡식성이다

까치는 암수가 힘을 합쳐서 집을 짓고 겨울부터 특히 2~3월에 둥지의 재료를 물어 나른다.

둥지는 대개 새로 짓지만, 낡은 둥지를 보수해 리모델링하는 경우도 있다.

나뭇가지를 주재료로 하고 진흙을 이용하여 둥근 모양으로 둥지를 트는데 옆면에는 삼각형의 출입구를 낸다.

겉에서 볼 때 뭔가 엉성하게 대충 나열해 놓은 것 같지만 까치둥지는 보온, 통풍, 배수, 습도유지까지 계산된 살아있는 숨 쉬는 생태주택이다.

1,000~2,00개가 넘는 나뭇가지를 찔러 넣음으로써 나뭇가지 사이에 마찰면을 증가시켜 외부의 힘을 분산시킨다.

동시에 큰 나뭇가지 사이에 낀 작은 나뭇가지가 쐐기효과를 일으켜 압력이 가해지면 더 단단해지는 원리를 이용해 태풍이 휘몰아쳐도 잘 견디어 내는 구조다.

까치가 둥지를 지을 때 이용하는 나뭇가지는 죽은가지를 이용하는데 부족하면 생가지도 꺾는다.

놀라운 것은 상식적으로 생가지는 잘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까치는 어떻게 생가지를 이용할까? 불교의 ’육조단경‘부촉품의 내용을 보면 낙엽귀근(落葉歸根)은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나무는 ’낙엽귀근작용‘으로 물과 양분이 모두 뿌리로 돌아가기 때문에 나뭇가지는 건조한 상태가 되어 쉽게 ’뚝뚝‘부러지는 것이다. 까치의 오랜 세월 시행착오 끝에 얻은 지혜인 것이다.

육조스님이 열반에 들기 전 대중들이 물었다. “스님께서 지금 가시면 언제 오십니까?” 육조스님은 “나뭇잎이 떨어지면 뿌리로 돌아간다. 오면 가야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낙엽은 결국 뿌리로부터 시작됐다. 현상이든 삼라만상이든 결국은 근원으로 돌아간다.

봄은 나무 근원인 뿌리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까치의 부지런한 날개짓과 함께 올해에도 익산의 가로수들이 건강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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