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정말입니다. 오늘은 짜장 먹는 이야기만 할랍니다.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식당은 필자의 ‘영혼을 채우는 닭고기수프’를 파는 곳으로 여기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정치가 어떠하니, 사회가 어떠하니 하는 머리 아픈 문제는 잠시 접어두고 상상음식기행을 떠나보겠습니다.

우성약국에서 ‘이리에서 제일 가는’이라는 뜻의 이일여고 방향으로 걸어가다 보면 농협 맞은 편에 ㅅㅁ국수라는 곳이 있습니다. 이곳의 잔치국수는 2천 원이요, 비빔국수도 2천 원입니다. 참고로 필자는 위대(胃大)하여 둘 다 먹고 나옵니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순서는 상관없습니다. 비빔국수를 먼저 먹든 잔치국수를 그 다음으로 먹든 마음대로입니다. 국수를 볼이 미어져라 후루룩 빨아들여 국수 가락이 콧등을 탁 쳐도 체면 생각하지 않고 말 그대로 ‘흡입’을 합니다.

이곳은 미리내가게입니다. 다른 이가 먹을 수 있도록 국수 값을 미리 내 기부를 실천할 수 있습니다. 기분 좋게 먹고 좋은 일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렷다. 참, 의식의 흐름대로 쓰려니 제일 중요한 맛 이야기를 지나칠 뻔 했습니다. 이곳의 간은 저염 식재료를 쓰기 때문에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2천 원짜리 국수의 맛이 아닙니다. 국수는 모름지기 입 안에 와락 넣고 간간이 국물로 식도에 도로를 개통해가며 먹어야 제 맛입니다. 필자는 그렇습니다. 국수가 나를 먹는 건지 내가 국수를 먹는 건지 ‘면아일체’의 경지가 따로 없습니다.

얼마 전 필자가 먹고 사는 일이 좀 ‘되기에’대학로에서 홀로 술을 마시다 친오빠 차에 타고 20분 내내 혼나며 귀가한 다음날이었습니다. 순대국밥이 사무치게 그리웠는데 일터 근처에서는 이런 맛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오로지 필자의 오장이 원하는 것은 백종원 님이 다녀간 그 집 바로 옆집의 순대국밥이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부터 그곳에 계셨을 듯한 할머니께서 하시는 순대국밥 집인데 남자친구가 바뀌어도 주인장께서는 늘 처음처럼 맞이해주셨습니다. 에헤라데헤야. 순대국밥 한 그릇의 가격도 두 어 번 바뀐 걸로 기억합니다.

돼지기름 냄새가 진득하니 밴 의자에 앉아 순대국밥을 주문하면 풋고추와 된장, 깍두기와 김치, 부추무침, 새우젓과 함께 국밥이 등장합니다. 벅찬 마음으로 주위를 슬쩍 둘러보면 소주 한 병 반주삼아 자시는 어르신 한 분도 보입니다. 숟가락을 투창처럼 국밥 한 가운데에 휙 던지면 순대와 고기 사이에 톡 하고 박힙니다.

먹을 것으로 장난하면 안 되니 상상으로만 하시기를 권장합니다. 어머님이 누구니, 아버님이 도대체 어떻게 너를 키우셨니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술꾼이 아니어도 마지막 해장을 하는 것처럼 국밥 한 그릇을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원샷 후 뚝배기를 탁 하고 내려놓으면 어느새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고, 매운 기운 때문에 입술은 조금 붓고 시원한 기운이 슬슬 올라옵니다. 음식으로 힐링하는 이 기분, 참 좋습니다.

가끔 갑자기 사무치도록 떡볶이를 먹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필자는 매운 것을 잘 먹지 못합니다. 필자를 정말 싫어하는 이가 있다면 ㅅㅈ떡볶이나 ㅇ떡을 가장 매운 맛으로 2인분 가져다주고 눈앞에서 다 먹으라 하면 필자는 그가 필자에게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라는 의미로 해석하고자 합니다. 

각설하고, 점심시간 때마다 가끔 대학로에서 동산동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허겁지겁 먹고 다시 택시를 타고 날아가듯 달려오게 했던 떡볶이집이 있습니다. 갈 때마다 이곳만 뚝 떼서 대학로로 옮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얼마 전 실제로 그 일이 일어났지 뭡니까. 위치는 대학시절 민주화운동에 동참하셨다는 사장님께서 운영 중인 진달래복사 건물 2층입니다.

적당히 매운 맛에 진하고 칼칼한 고추장과 어우러지는 떡, 소시지, 캔 옥수수, 버섯 등 주재료에 메뉴별로 돼지고기와 치즈, 통오징어 한 마리가 올라가 있습니다. 즉석떡볶이라 테이블 위의 가스버너에 불이 켜지면 필자 마음속의 하이라이트도 탁 켜집니다. 국물이 설설 끓고 모든 재료들이 어우러지며 익으면 그때부터 모든 게 암시랑도 않습니다. 살고자 하니 먹고, 먹어야 살아집디다. 그래서 지금 필자는 신용동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엄마의 돼지갈비김치찜을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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