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유림, 이공수·소세양 등 4위 배향 엄숙한 제례

익산이씨·진주소씨 문중도 집안 조상 기리려 동참

21일 오전 11시, 미륵사지 옆 ‘냉정약수터’로 향하는 길 중턱 작은 기와집에 나이 지긋한 노인 20여명이 모여 있다. 이들은 선현들의 덕행을 기리며 향사(제례)를 지내는 ‘화암서원(華巖書院)’ 회원들이다.

화암서원은 ‘익산 최초 서원’이다. 1552년(명종7년) 지금의 자리인 금마면 기양리 노상마을에 세워졌다. 1869년(고종6년)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됐다가 1977년 익산유림에 의해 복원됐다.

화암서원은 현재 김종선 원장을 필두로 익산유림 35명이 보전하고 있다. 서원 앞 울창한 대나무 숲과 인근 전답 등 1만9천여 평의 땅도 관리하고 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이날이 화암서원에 배향된 선현들에게 향사 지내는 날이기 때문. 이들은 매년 음력 2월 중정(中丁: 두 번째 丁日)과 8월 중정에 향사를 지내다 지금은 재정이 열악해 2월 중정 날만 지내고 있다.

서원에 배향된 위패는 모두 4위. 이공수(李公遂)를 주벽으로 소세량(蘇世良)·소세양(蘇世讓)·이약해(李若海) 등 익산의 선현들이다.

익산이씨 시조 이문진(李文眞·고구려 영양왕 때 태학박사)의 자손인 이공수는 익산이씨 문충공파 시조. 고려 말 공민왕 복위에 공헌해 ‘익산부원군’에 봉해졌고, ‘문충공’ 시호가 내려졌다.

향사를 지내는 날엔 익산이씨 문중과 진주소씨 문중이 함께하고 있다.

이날엔 익산이씨 문충공파 문중 6명이 참석했다. 19대손 이영진(60·세무공무원 퇴직)·이영돈(80·운수업 퇴직), 20대손 이전식(82·제조업)·이우근(76·공무원 퇴직)·이정근(65·상업)·이원식(53·금강대 교수) 씨.

현재 익산에 살고 있는 이원식 교수를 제외하고 모두 서울에서 달려왔다는 익산이씨 문중은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의 손을 잡고 향사에 참석했다”며 “우리 집안의 훌륭한 조상을 추모하는 아주 경건한 제례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후손으로서 마땅히 해야 될 일이라고 생각해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익산이씨는 전국에 3천여 명 뿐인 희귀본이다. 그래서 더욱 애착을 갖고 집안끼리 끈끈한 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향사는 제관 17명이 엄숙하게 진행했다. 초헌관 오복철 씨(익산유도회장)를 필두로 아헌관 김중환 씨, 종헌관 이형배 씨 등 차례로 위패에 술잔을 올렸다.

향사를 마친 후 화암서원 회원들은 “선현들을 단순히 추모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분들이 살아온 역사를 공부하며 덕행을 본받고자 함이 향사의 주된 목적이다. 향사는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특히 “화암서원은 익산 최초 서원이지만, 그 어디에 ‘푯말’ 하나 없고, 역사를 설명하는 ‘안내표지판’도 없다. 익산시에서 관심을 갖고 세심한 문화행정을 펼쳐줬으면 좋겠다”는 말도 전했다.

익산이씨 문충공파 문중.

제관 명단.

화암서원홀판. 화암서원 향사를 지내는 순서를 적어놓은 홀기를 넣는 봉투.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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