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경 연극연출가

익산역 건너편에 있는 문화예술거리의 거리는 ‘소망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조금 걸어가다 보면 오른쪽으로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줄 수 있는 미용실이 있고 그 옆으로 구제옷을 파는 가게가 있다.

또한 소망사 옆으로는 익산역을 생각나게 하는 ‘기차역카페’도 있다. 이렇게 시작된 거리에는 음악을 하는 단체, 인형을 만드는 공방, 맛있는 라면이 있는 가게, 갤러리, 세탁소, 만두가게 등 기존의 생활을 유지하던 사람들과 다양한 예술을 행하는 사람들이 거리에 함께 공존하고 있다.

얼마 전 우리 아르케 소극장 식구들은 문화예술의 거리에 작은 사무실이 마련되어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전과 다르게 특이한 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소리’다. 사실 소극장에 있을 때는 공연이 없을 때면 누군가가 4층까지 올라오지 않는 이상 사람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차들이 지나가는 소리나, 익산역에서 기차의 출발을 알리는 멘트 소리가 다 였다.

그런데 문화예술의 거리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들린다. 물건 주문을 잘못했다는 소리, 뚝딱뚝딱 두드리는 소리, 다양한 사람들이 걸어가면서 나누는 이야기 소리, 옛날 가요의 노랫소리 등. 나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 소리지만 그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되고 입가엔 미소가 저절로 만들어진다.

또한 밖으로 나와 거리를 걷다 보면 더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리를 걸으면서 자꾸만 왼쪽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고갯짓과 여기 저기 다양한 모양과 글씨체를 가지고 있는 간판을 읽는 눈! 참 재밌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길’은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라면 분명히 나타나는 것이 ‘길’이기 때문이다. 그 길을 통해서 우리는 만나기도, 때론 헤어지기도 한다. 즉, 길과 사람사이에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의미…….

거리가 생긴 후 그 거리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문화예술의 거리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로 새로운 그 무언가를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물론 지금은 어딘가 부족하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그 거리를 통해서 하나하나 새롭게 만들어질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그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다양한 예술의 모습이 거리 안에 가득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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