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자체가 따로 분리될 수 없어… 일종의 살림공동체인 셈”

“성적뿐만 아니라 창의성이나 도덕성 갖춘 학생 기르는데 역점”

“산업화‧민주화 다음 단계‘개벽화’… 다른 문명의 패러다임 기획”

박맹수 제13대 원광대 총장(64)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그는 100일 동안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보냈다. 지난해 12월 23일 취임 이후 지금까지 재학생, 교수, 직원 등 교내 구성원과 더불어 동문회, 지역사회 인사, 조직, 기업 CEO 등 수많은 사람들과 만남을 가졌다.

그는 덕분에 몸살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원광대학교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예상외로 높아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그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원광대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그 사람들과 함께 우리 대학이 마주하고 있는 복잡하고 쉽지 않은 문제들을 함께 고민해 간다면, 쌓여 있는 문젯거리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갈 수 있겠다는 믿음과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원광대를 익산만의 대학이 아니라 전북의 대학, 나아가서는 세계적인 글로벌대학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하게 됐다”고 말했다.

4년간 원광대를 이끌 그는 원불교 교무로 2003년 원불교학과 교수로 임용돼 학생복지처장, 원불교사상연구원장 등을 역임한 인물.

취임 100일을 맞은 박맹수 총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원광대를 세계 유일의 글로벌 대학으로 육성시킨다는 꿈을 갖고 계시다. 구체적인 계획은.

먼저 '세계 유일'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남이 하지 않는 것을 하면 그것이 바로 유일한 것이다. 우리 원광대학교는 세계 그 어느 대학도 하지 않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바로 ‘개벽의 꿈’이다.

'개벽'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차원, 새로운 세상을 연다'는 뜻으로, 그 정신은 1860년에 ‘사람이 하늘이다’를 주장한 '동학'에서 시작돼 1894년 동학농민혁명으로 이어졌고, 다시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기치로 1916년에 개교한 ‘원불교’로 이어졌다.

원광대는 원불교의 개벽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서 세워진 대학이다. 그래서 저는 원광대를 글로벌 개벽대학으로 만들기 위해 개벽의 일꾼을 양성하고자 한다.

예컨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오늘날은 지식의 암기나 축적보다는 문제해결능력이 강조되고 있다. 한 분야의 전문가보다는 융복합적 능력을 갖추어 다른 사람들과 널리 소통할 수 있는 열린 인재를 요청하고 있다. 이러한 융복합적 사고가 가능한 젊은이들을 저는 21세기의 개벽의 일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 대학에서는 성적뿐만 아니라 창의성이나 도덕성을 갖춘 학생을 기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도의실천 인증제, 후마니타스 장학사업, 글로벌 인문학강좌, 개벽포럼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및 도내 다른 대학과의 차별화를 갖고 대학경영을 하기 위한 총장만의 대학경영 방침은.

첫째는 소통에 역점을 둔 경영이다.

둘째는 현장을 찾아가는 경영이다. 얼마 전 퇴근시간에 승용차를 타고 가다가 정문 옆에 학생들이 많이 모여 있어서 무슨 일인지 살피려고 내렸다. 그랬더니 귀금속공예과 학생들이 새 학기를 맞이하여 ‘고사’를 지내고 있더라. 그래서 저도 참여해서 고사 상에 금일봉을 전했다. 학생들이 뜻밖에 총장이 참석하게 되니 한편으로는 놀라고 한편으로 몹시 기뻐하는 모습에 저도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셋째는 데이터(수치, 통계, 근거자료)에 근거한 경영이다. 사립대학의 경우는 신입생 모집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이 지원을 기피하는 학과는 폐지하거나 다른 학과로 통합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폐지되는 학과 학생들이나 교수들은 당연히 반대할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에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다.

구체적인 근거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야만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다.

넷째는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경영이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호흡을 같이 해야 한다. 그래야 그 대학이 살아남는다.

이와 더불어 원광대학교는 익산시민과 전북도민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획도 하고 있다. '홀로그램융복합연구소'를 교책연구소로 설립했으며, 이를 통해 원광대학과 익산지역이 공생하는 관계를 맺을 것이다.

-평소 생각하시는 리더십과 구성원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계획은.

우리 원광대학교는 부속병원을 포함해서 교직원이 3천, 재학생이 2만, 졸업생이 15만 정도 있다. 이 분들과의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 먼저 교직원들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강화할 예정이다.

40명 단위로 묶어서 1박 2일의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시대의 변화와 원광대학의 강점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다음으로 학생중심의 대학경영을 위해 학생회와의 대화에도 힘을 쏟을 예정이다.

셋째로 15만 동문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동문들과의 소통을 위한 채널을 다양하게 만들어가고자 한다.

원광대학교의 건학이념에 공감하고 원광대가 글로벌 개벽대학이 되도록 기도해주고 성원해 주는 지역사회의 여러 인사들과도 자주 만나 소통할 것이다.

-제13대 총장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안팎의 위기를 극복해서 원광대를 지속가능한 대학으로 만드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길은 바로 대학경영에 필요한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다.

저는 첫째는 예산절감, 둘째는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의 재정지원사업 수주확대, 셋째는 발전기금 확충 등 세 가지 방법으로 재정 확보를 이루고자 한다.

-과거 ‘모심과 살림 연구소장’을 지내시는 등 평소 ‘삶’과 ‘협동’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역공동체에 대한 지론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모심과 살림 연구소는 ‘한살림’이라는 철학을 연구하고 실천하는 곳이었다. ‘한’은 ‘하나’라는 뜻과 ‘크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래서 ‘한’은 커다란 하나의 공동체를 말한다. 한살림은 이런 공동체 단위로 삶을 생각하는 철학이다. 한 살림 철학에 의하면 지역은 하나의 큰 살림이다. 대학과 지자체가 따로 분리될 수 없다. 일종의 살림공동체인 셈이다. 원광대학은 작게는 익산, 크게는 전라도와 한 몸이라는 생각으로 살림을 꾸려나갈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하고 싶은 말은.

올해 3.1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우리 사회에서는 '개벽'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다음 단계로서 ‘개벽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이다. 촛불혁명 이후의 한국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리드하고 있는 것이 원광대학교다.

개벽사상 한일공동학술대회, 개벽학연구회, 개벽학당, 개벽포럼 등은 20세기와는 다른 문명의 패러다임을 기획하고 있다. 그것은 진보의 삶의 양식에서 순환의 삶의 양식으로의 전환이고, 성과 속이 어우러진 성속합작의 사회다. 이러한 원광대의 창조적 도전을 지역주민 여러분께서 관심 있게 지켜봐 주고 애정 있게 격려해주면 감사하겠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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