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채심리상담센터/교육마술연구센터 센터장

2009년 ‘다문화 언어 지도사’로 황등의 한 초등학교에서 다문화 친구들을 대상으로 마술스피치 프로그램 교육을 진행한 적이 있다. 2학기가 시작된 어느 날 2학년 담임선생님께서 나를 찾아와 놀란 눈으로 말했다.

“선생님! 지금이 2학기인데 제가 우리 반 다은이(가명) 목소리를 오늘 처음 들어 봤어요. 홍미선 선생님이 교실에 가서 마술 보여주라고 했다고 친구들에게 마술을 보여주더라고요.”

1학기 내내 교실에서 친구들과 말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하지 않아 단 한 번도 다은이의 목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는데 다은이가 2학기가 되어 친구들에게 쉬는 시간에 마술을 보여주면서 말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됐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상기된 모습으로 목소리에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다은이는 까만 피부에 동그랗고 반짝이는 까만 눈과 긴 머리가 특징인 아주 귀여운 친구였지만 엄마가 베트남 분이라는 것과 친구들과 다른 자신의 모습 탓인지 다소 위축돼 보이고 자기표현이 서툰 말이 없는 아이였다. 1년간 마술을 배우며 자존감을 키워간 다은이는 1년이 끝나갈 즈음에는 한국마술연맹이 주최하고 교육마술연구센터가 주관한 ‘제2회 다문화 마술스피치 대회’에서 교육장상을 받고, 자신감이 최고조에 올랐다. 그렇게 우리는 1년간의 인연을 뒤로 하고 각자의 삶을 살았다.

그렇게 세월은 몇 년이 지나고 2016년 8월 익산교육청(에서) 중학생 리더십 캠프에서 마술치료프로그램을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부안 신재생에너지 테마파크에 갔다.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하나 둘 강당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때 한 여학생이 무대 위로 달려와서 “홍미선 선생님~! 저 권다은이에요. 캠프 일정표에 선생님 성함이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선생님을 본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우린 서로 한눈에 알아보고 서로 얼싸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머 우리 다은이 회장단인거야?”라는 물음에 다은이는 지금의 자신과 전혀 다른 과거를 알고 있는 나에게 자랑스럽게 “저 전교 부회장이에요”라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다은이는 장래희망이 엄마 나라말인 베트남어를 열심히 익혀서 베트남과 한국을 오가는 스튜어디스가 되고 싶다고 했다. 다문화 언어지도사 시절! 엄마 나라 언어와 아빠 나라 언어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는 선택된 사람들이라고 꼭 엄마 나라말을 함께 배워보라고 했던 나의 말이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지고, 멋지게 자라준 다은이가 자랑스러웠다.

마술스피치는 사람의 하고자하는 동기를 유발시키고 삶의 태도와 자세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진짜 마법이다. 앞으로 10년 후 다은이의 꿈이 더 크고 더 멋지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오늘도 주문을 걸어본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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