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마면 젊은 예술가 등 주축 지역 활기 불어넣자 의기투합

금마우체국 옆 선화공원서 직접 만든 생활용품·먹거리 전시

금마면엔 매월 둘째 주 토요일 딱 하루만 여는 ‘도깨비장터’가 있다. 금마면 ‘선화공원’에서 열리는 벼룩시장, 바로 사람의 향기가 풍기는 재미있는 ‘플리마켓’이다. 선화공원은 금마우체국 옆에 있는 작은 주민쉼터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리는 플리마켓의 공식 이름은 ‘서동선화 뚝방마켓.’ 백제의 무왕이 되는 서동이 태어나고 자란 금마, 그리고 신라의 선화공주를 왕비로 맞은 후 천도를 꿈꾼 유서 깊은 금마를 상징하는 ‘서동선화’를 장터이름으로 내걸었다.

여기에 금마의 중심을 관통하는 ‘옥룡천’ 옆 뚝방에서 장터를 연다는 뜻으로 뚝방마켓이라 명명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뚝방마켓을 여는 사람들 주축은 금마면 주민들이다. 그것도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많은 시골에 흔치 않은 젊은이들이다. 그렇다고 해봐야 가장 어린 나이가 40대 초반이지만, 금마에선 굉장히 젊은 층에 속한다.

무엇보다 뚝방마켓의 장점은 금마면에 사는 젊은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지역에서 생산하는 먹거리 등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다.

지난 4월 13일 첫 문을 연 지 한 달여. 지금은 인근 지역 예술가나 농민 등도 참여하는 플리마켓으로 성장해가고 있다.

뚝방마켓을 계획한 주인공들은 이종열·채복단·문미혜·박노희·차선옥 씨 등 5명.

평소 언니, 동생하면서 가깝게 지내는 이들은 이종열 씨가 금마터미널 앞에 운영하는 ‘차(茶) 이야기’에서 자수 등을 놓으며 취미 생활을 함께했다.

도란도란 사이좋은 이웃인 이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재능을 토대로 한옥마을로 변신 중인 금마에 새바람을 불어넣자고 의기투합했다.

그것은 바로 사람 사는 냄새가 풀풀 풍기는 플리마켓을 열자는 것이었다.

단, 어떤 물건이건 자유롭게 팔 순 있지만, 될 수 있으면 내가 직접 만든 것을 팔기로 생각을 같이했다. 남의 물건을 떼어다 파는 장사꾼이 되지 말자는 뜻이었다.

지난 4월 5일 계획을 잡은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첫 장터 문을 열었다. 결실은 크지 않았지만 성공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서동선화 뚝방마켓 홍보맨 김문호 씨는 익산열린신문에 러브콜을 보냈다. 나들이하기 좋은 화창한 토요일에 온가족이 장터에서 휴식을 취하며 사람 구경, 물건 구경, 그리고 금마면 구경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취재를 요청했다.

지난 5월 11일 두 번째 뚝방마켓은 꽤나 인상적이었다. 손님은 여전히 많지 않았지만, 얼굴 하나 찌푸리지 않고 화기애애했다.

참여주민들은 “물건은 팔리지 않아도 사람 만나는 것이 좋은 하루”라고 입을 모았다. 모처럼 야외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예전부터 친한 사람들과 이야기꽃도 피우고, 또 이날 처음 만난 사람들과도 천천히 친분을 쌓아가는 것이 의미 깊다고 했다.

사람과 물건, 문화가 모이는 소통과 표현의 장이 된 셈이다.

가뭄에 콩 나듯 손님들 발길도 끊길듯하다 이어졌다.

진열된 물건들은 하나하나 시선을 잡아끌었다.

플리마켓 안방마님 이종열 씨는 다도(茶道)선생답게 ‘보이차’를 가지고 나왔다. 찻잔은 박옥수 도예가로부터 배워 만든 것을 가지고 나와 시음행사도 가졌다. 또 방부제 안 넣고 직접 만든 영양만점 ‘수제파이’와 ‘쿠키’, 그리고 여러 차 등도 선보였다.

조소작가인 김삼순 씨는 캄포나무로 만든 ‘도마’를 가지고 나와 큰 인기를 끌었다.

최규정 씨는 직접 손바느질해 만든 생활용품을 가지고 나왔다. 자수로 ‘시골아낙살림놀이’라고 쓴 문패(?)를 내걸었다.

삼기면 죽청마을에서 ‘옥수도예’를 운영하는 박옥수 도예가는 투박하면서도 기품 있는 작품을 전시해 눈길을 끌었다. 부군 김문호 씨와 자두 농사도 짓고 있는 박 도예가는 가을엔 자두를 가지고 나올 생각이다.

여성농업인 박미라 엄마는농부 대표는 김제에서 기른 ‘귀리’를 선보였고, 박해진 씨는 다육이를 가지고 나왔다.

또 왕궁에서 농업회사법인 (유)마누룽지 서동팜을 운영하는 김유순 씨는 마를 넣어 만든 누룽지를 가지고 와 큰 관심을 끌었다. 마 농사도 직접 짓고 있는 김 씨는 “마는 그냥 먹으면 맛이 없는데 누룽지로 곁들이자 정말 좋은 맛이 났다. 영양 간식이 따로 없다”고 자랑했다.

심순희 씨는 완주 화산에서 기르고 채취한 ‘꽃차’와 ‘수제식초’를 선보였다. 오미자, 찔레, 복숭아, 홍도화, 금계국, 진달래, 골담초 등 야생화를 비롯해 곡물식초, 쌍화차 등도 소개했다. 심 씨는 여산면 전통주 호산춘의 인간문화재인 이연호 씨의 제자다.

김영자 씨는 들에서 캔 쑥으로 떡을 빚었다. 손으로 둥글고 평평하게 눌러 만든 ‘개떡’이지만 봄맛을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손재주가 남다른 김 씨는 금마면사무소 주민자치프로그램에서 배운 한지공예로 수납장 등을 가지고 나왔다. 한지공예 경력이 올해로 8년째다.

김영옥 씨는 맛있는 ‘건어물’을 가지고 와 인기를 끌었다. 마흔한 살 주부인 김 씨는 금마신협 맞은편에서 ‘끝판왕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품질 좋은 건어물을 소량 포장해 인터넷으로 판매하는데 찾는 손님이 많다.

목공예가 유환성 씨는 나무로 만든 주차안내판, 연필꽂이, 도마를 가지고 왔다. 유 씨는 황등에서 수나무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세 번째 서동선화 뚝방마켓은 6월 8일 열린다. 이날엔 또 누가 어떤 물건을 가지고 시민들에게 선을 보일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종열 씨는 “뚝방마켓은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판매자는 정직한 마음을 가지고, 소비자는 가까운 내 이웃의 물건을 산다는 마음으로 웃음꽃 피는 장터가 됐으면 좋겠다”며 “요즘 금마에 한옥이 많이 들어섰다. 뚝방마켓 구경하시고, 공원을 둘러보며 한옥 구경도 하시는 하루가 되시길 바란다”고 초대메시지를 전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