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업인 김유순 대표 2017년 마 가공사업 당찬 도전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이전 앞둬

위에 좋고 대장암 예방·면역력 강화 효과 탁월한 ‘마’ 함유… 차원이 다른 구수한 맛 일품

누룽지가 ‘마(山藥)’를 품었다. 왕궁면 초입에 있는 ‘농업회사법인 (유)마 누룽지 서동팜(대표이사 김유순)’이 생산한 누룽지다.

사실 ‘마’는 백제무왕인 서동이 익산에 살 때 산에서 캐어 장에 내다 팔던 우수한 식재료다. 익산시는 역사성을 살려 마를 농특산물로 만들기 위해 ‘서동마’ 육성사업을 진행했지만, 활용방법을 못 찾아 점차 시들해졌다.

‘누룽지’ 또한 한 때 선풍적 인기를 끌다가 기업들이 점차 많아졌고, 쌀 소비 감소로 경기가 위축된 상황이다.

이처럼 위기의 ‘마’와 ‘누룽지’에 생기의 군불을 지핀 주인공은 여성농업인 김유순 씨(49). 낭산 방교마을에서 마 농사를 짓고 있는 여성농부가 가공 사업에 당당히 도전장을 낸 것이다.

2017년 문 연 농업회사법인 (유)마 누룽지 서동팜은 동양물산 아래에 있다.

김유순 대표는 “조만간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에 입주할 생각이다. 땅 계약도 마쳤다”며 “남들이 어렵다는 마와 누룽지로 반드시 성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익산경제 발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암 예방·피로회복에 좋은 산에서 나는 약 ‘마’

마는 산에서 나는 약으로 통한다. 그래서 마의 또 다른 이름은 ‘산약(山藥)’이다. 마는 ‘뮤신’이 풍부해 위장에 좋다. 속 쓰림을 가라앉히고, 대장암을 예방한다. 또 ‘사포닌’도 많아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여기에 면역력을 강화시키는 ‘콜린’과 갈증해소는 물론 혈당을 낮추는 ‘디아스타아제’, 피로를 회복시키는 ‘철분’과 ‘비타민’도 풍부하다.

구수함의 차원이 다른 ‘마 누룽지’

마는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국민 먹거리지만, 생으로 먹으면 아무 맛이 없다. 그냥 맹탕이다.

그런데 가열을 하면 맛이 다르다. 쪄서 먹는 감자와 비슷하다.

감자는 당뇨가 있는 사람에게 좋지 않지만, 마는 혈당을 낮춰 당뇨환자에게 더 좋은 식재료다.

또 고구마는 간식거리지만, 마는 반찬거리로 우수한 식재료다.

감자 대신 된장찌개, 카레 등은 물론 조기찌개, 닭볶음탕에 넣으면 맛이 좋다. 볶아먹어도 맛있다.

김 대표는 직접 재배한 마를 건조기로 말린 후 분말을 만들고 깨끗이 씻은 쌀과 섞어 누룽지를 만든다.

가마솥 틀에 들어가 불속에서 100번을 움직여 나온 ‘마 누룽지’는 일반 누룽지와는 구수함의 차원이 다르다.

마 특유의 맛에 누룽지의 맛이 어우러져 맛과 향이 깊다.

마 누룽지는 150g 1봉지가 4천 원, 500g 1봉지는 1만2천 원, 1kg 1봉지는 2만4천 원이다.

선물세트로 구매하면 150g 10봉지가 4만 원, 마가루 150g 1봉지+마 누룽지 150g 3봉지+마 누룽지가루 150g 1봉지 세트는 2만4천 원이다.

마 누룽지는 간식으로 먹어도 좋고, 끓는 물에 3분 정도 익혀 먹어도 맛이 그만이다.

생마를 깎아 판매도 하고 있다. 깐 생마 가격은 150g에 4천 원.

김 대표가 생산한 제품은 모현동 익산원협 하나로마트와 신동 푸드마트데이로 납품해 판매되고 있다. 또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상·하행)와 정읍농협 하나로마트에서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온라인은 ‘탑마루쇼핑몰’, 개인 직거래도 하고 있다.

실패 거듭할수록 성공의 희망은 더욱 커져

김 대표는 농사짓기 전 군인의 아내로 살았다. 정읍 이평이 친정인 그는 같은 대학교(우석대)에서 만난 윤기엽 씨(52)와 결혼했다. 대학 때 그는 아동복지학과, 부군 윤 씨는 의상학과를 나왔다. ROTC였던 윤 씨는 여산 부사관학교 대위로 예편한 후 2004년 농사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 또한 농부가 됐다. 첫해부터 안 해 본 농사가 없었다. 토석잠, 쉽사리, 지렁이, 씀바귀, 검은 생강 등 수많은 농사를 지었지만 실패를 맛보았다.

2015년부턴 마를 주력으로 심었다. 3천 평 밭에서 키운 마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첫해는 종자만 2천만 원어치 구매했는데 모두 얼어 죽어 큰 손해를 봤다.

2016년엔 사온 종자로 모종을 만들었다. 자체 모종 생산능력을 갖춘 것이다.

2017년엔 창고에 보관한 마가 갑작스러운 한파로 얼어 죽어 손해가 컸다.

이렇게 실패와 시련이 계속될수록 성공의 희망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판로가 많지 않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굉장히 좋았고, 입소문이 퍼져 고정고객이 점점 늘어났기 때문이다.

2017년 김 대표는 가공공장을 차렸다. 생마로 파는 것은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지인이 “누룽지처럼 먹거나 차로 마시면 좋을 텐데”라고 한 말이 촉매역할을 했고, 동양물산 아래 150평 빈 건물을 임대해 ‘농업회사법인 (유)마 누룽지 서동팜’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사업을 더 견고히 다지기 위해 조만간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로 공장을 이전할 예정이다.

“일손 많이 가도 천연 영양분 더 담는 게 중요”

땅속에서 자라는 마는 형태가 고르지 않다. 못생긴 감자보다 더 못생겼다. 마는 손으로 일일이 깎아야 먹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손이 많이 가는 식재료다. 자동으로 깎는 기계가 있으면 좋으련만 이런 기계가 없다.

조금이나마 수고를 덜려면 손에 딱 들어오는 크기로 작게 키우면 된다. 마를 심을 때 간격을 좁히면 작게 키울 수 있다.

그런데 김 대표는 마를 일부러 크게 키운다. 마가 땅 속에서 마음대로 클 수 있도록 간격을 넓혀 심는다. 일손이 많이 가도 천연 영양분을 더 많이 담기 위해서다.

김 대표는 “일일이 손으로 깎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하지만 일손이 많으면 자연히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지역경제도 좋아지지 않겠느냐”며 “남들은 자동화를 생각하지만, 저는 수작업을 고수한다.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바로 기계가 아닌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람에게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많은 사람들이 생산에 참여하면서 같이 사는 선한 기업을 만들고 싶은 게 김 대표의 꿈이다.

☎문의 063-831-7576.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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