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목: 도시와 농업이 함께 하는 익산, 그리고 사람과 더불어 사는 제비
 

김은희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도농복합도시인 익산의 농촌 농번기 시작은 논에 물을 가두는 것부터 시작된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바쁘게 돌아가는 이때, 분주하게 날아다니는 연미복을 입은 신사인 제비를 만나게 된다. 서울시 보호 야생 생물 대상종인 제비를 익산에서 처음 만났을 때 얼마나 신기하고, 반갑던지 마을의 제비집을 찾아 세어보기도 했다.

제비는 4월쯤 우리나라로 날아와서 10월이면 다시 남쪽으로 날아가는 여름철새이다. 제주도나 남쪽 지방에서는 이르면 3월부터 제비가 날아온 것을 볼 수 있다. 제비가 가을에 강남 간다고 하는 말은 제비가 여름 철새이기 때문에 월동지인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흥부전은 제비를 등장시킨 우리나라 고대 소설로서 제비가 이미 오랜 옛날부터 우리의 생활과 함께 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에서는 왕자를 도와 가난한 사람을 돕다가 얼어 죽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처럼 제비는 사람과 가깝고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그럼, 경계심이 강한 다른 새들과 달리 제비가 사람과 더불어 사는 까닭은 무엇일까?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처마 밑에 둥지를 짓고 새끼를 키우는 제비를 아끼며 좋아했다. 먼 남쪽 나라에서 따뜻한 봄소식과 함께 복을 가지고 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비가 둥지를 짓는 집은 부자가 된다.’는 말이 생겨났다.

주로 농사를 지었던 옛날, 농부는 제비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집에 둥지를 지으면 배설물 때문에 더러워지고 시끄럽기도 하지만, 논과 밭에서 해충을 먹어 농사가 잘 되게 도와줘 제비가 찾아오는 것을 반갑게 맞이했다.

제비가 사람 사는 가까이에 둥지를 짓는 까닭은 정확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사람 가까이에 살면 천적인 고양이나 뱀, 까마귀로부터 피하기 쉽고, 집 가까운 논밭에서 먹이가 되는 곤충을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제비의 둥지는 새로 짓기도 하고 작년에 사용하던 둥지를 그대로 사용하거나 부서진 둥지를 고치고 다듬어서 다시 사용하기도 한다. 둥지를 지으려면 진흙과 지푸라기 등이 필요하다. 제비는 논이나 물이 얕게 고인 젖은 땅에서 진흙을 부리로 물고 날아와 자신의 침과 섞어서 둥지를 짓는다.

둥지를 지을 때는 암수가 함께 짓는데 기간은 1주일쯤 걸린다. 주로 이른 아침부터 오후 1~2시 정도까지 둥지를 짓는데, 제비가 둥지 짓는 재료를 물어 나르는 횟수를 합하면 1천 5백번이 넘는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온다고 하는데, 이는 습기 때문에 몸이 무거워진 곤충을 잡아먹기 위해 제비가 낮게 날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제비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무분별한 개발과 사람이 뿌린 농약이 제비의 몸에 쌓여 알껍질이 얇아져, 부화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최근 제비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타 지역에서는 여러 종류의 제비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왕잠자리를 사냥하는 전략적이고 지능적인 제비를 보며 제비의 개체수가 더욱더 늘어나길, 그리고 익산의 도시와 농업이 함께 성장해나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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