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열린뉴스 현장취재
멀쩡한 ‘봉분’ 감쪽같이 사라진 황당사건박모 씨 시부 묘 고구마 밭에 묻힌 사연
우창수 기자 | 승인 2019.06.07 09:07

농업인 이모 씨 고구마 밭 만들다 실수로 남의 봉분까지 메워

“풀밭에 가려 모르고 한 일 죄송”… 원상복구·사과의 뜻 밝혀

박모 씨가 고구마 밭 속 묻힌 시아버지 묘를 가리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시아버지 ‘봉분’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습니다. 자손 된 도리로 조상 묘도 못 지켜 면목이 없네요. 고구마 농사짓는 사람이 밭 만든다고 남의 묘를 함부로 훼손했는데 정말로 분통터지네요. 하루속히 원상복구하고 진심으로 사과하길 바랄 뿐입니다.”

청각장애2급인 박모 씨(74)는 말 대신에 몸짓으로 격한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10일 박 씨를 따라 간 자리는 고구마 밭이 넓게 조성돼 있었다. 박 씨는 한 곳을 가리키며 동행한 사위를 통해 “이 자리가 시아버지 봉분이 있던 곳”이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봉긋 솟아 있던 봉분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고구마가 심어져 있었다. 봉분이 훼손된 황당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박 씨의 시아버지 묘가 있는 곳은 A면 B종중의 땅. 박 씨는 종중 땅 일부를 개간해 50년 넘도록 밭농사를 지어왔다. 봉양하던 시아버지가 눈을 감자 밭 한쪽 귀퉁이에 봉분을 조성했다.

박 씨는 매년 양대 명절과 그리고 시아버지 기일에는 벌초하고 고인의 넋을 기렸다. 지금은 남편도 세상을 떴고, 장성한 아들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멀쩡하던 봉분이 사라진 것은 지난 4월 말. B종중으로부터 땅을 임대한 이모 씨(63)가 고구마 밭을 만들다가 실수로 박 씨 시아버지의 봉분을 메워버린 것이다.

이 씨는 5일 익산열린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봉분이 있는 줄 정말 몰랐다. 저도 조상이 있는 사람인데 봉분이 있는 줄 알았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며 박 씨와 그의 가족들에게 죄송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봉분이 고구마 밭에 묻힌 경위는 이랬다. 이 씨는 10년 전 B종중의 땅을 임대해 고구마 농사를 지었다. 이 씨가 임대한 땅은 박 씨가 개간한 땅과 시아버지 묘 바로 위다. 땅 높이가 박 씨 땅과 묘보다 무려 1m정도 높다.

이 씨는 고구마농사 짓다가 5년 전 지인에 이 땅을 빌려주고 나무를 심도록 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나무는 관리가 안 돼 잡목으로 변했고, B종중에게 매년 줘야 할 임대료도 밀렸다.

B종중은 이 씨와 올 초 밀린 임대료를 청산하고 새로 임대계약을 맺었다. 5년 만에 임대한 땅을 밟은 이 씨는 잡목을 제거하고 농사지을 준비를 했다. 이 과정에서 이 씨는 B종중에서 박 씨의 땅까지 임대를 허락한 줄 알고, 그곳까지 손을 대는 실수를 범했다.

지난해까지 밭농사를 지어오던 박 씨가 다리가 불편해져 더 이상 큰 농사를 짓지 못하는 처지에 놓였고, 대신 일부만 고구마와 감자를 심었는데 이마저도 풀밭으로 변해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이 씨가 착각한 것.

이 씨는 “종중에서 박 씨 땅까지 빌려줬다고 생각했다. 박 씨 땅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 이 땅까지 개간하라는 줄 알았다. 비록 풀밭 일부분에 누군가 고구마를 심은 흔적이 있었지만, 비닐만 씌워져 있고, 고구마는 모두 풀에 가려져 있었다. 포크레인 기사에게 1m아래로 푹 꺼진 풀밭(박 씨 땅)에 흙을 메워 임대한 땅과 높이를 갖게 하라고 시켰는데, 그 풀밭에 봉분이 있는 줄 까맣게 몰랐다. 포크레인 기사도 봉분을 보지 못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조만간 박 씨와 가족을 만나 원래의 봉분이 있던 모습대로 복구를 하고, 진심으로 사과를 올리겠다”며 “박 씨가 밭농사를 짓지 않겠다면 그 땅에 대한 임대료도 지불토록 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우창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570-986 전북 익산시 목천로 283 201호(인화동 2가 90-3)  |  대표전화 : 063)858-2020, 1717  |  이메일 : ikopennews@hanmail.net
정기간행물ㆍ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 01281  |  등록일자 : 2013년 10월 17일  |  발행인 겸 편집인 : 조영곤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영곤
Copyright © 2019 익산열린신문. All rights reserved.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