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가공이 답…소농이지만 고소득

젖소 6마리‧밀 재배 농가 빵 만들어‘맛의 왕관’인증 손님 북적

7천수 산란계 농장 부부, 바이오가스 설치‘전기 판매‧계사 난방’

평창올림픽 참가 딸 둔 유기농가 부부 “자녀들 농업 꺼려”고민

“농사 목적 부의 축적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 생산 공급 자부심”

오스트리아 강소농 발터 씨 가족.

김훈 애벌레농장 대표

교보대산농촌재단이 주관하는 연수가 벌써 3일차를 맞았다.

농사를 짓고 집을 떠나본 적이 없어 걱정이 태산이다. 쌈 채소는 싱싱하게 잘 자라고 있는지, 납품 업체에 제때 공급은 되고 있는지, 그리고 숲 해설사로 일하는 아내와 아이들은 잘하고 있는지….

이 모두를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선진 농업을 하나라도 더 배우고 보기 위해 꾹 참았고 새로운 아침을 시작했다.

독일의 기차가 궁금해 새벽에 뉘른베르크 중앙역을 찾아 가는 산책으로 연수 3일차를 시작했다.

일요일 아침이라 출근하는 직장인 보다는 밤새워 주말을 즐긴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뮌헨을 거쳐 오스트리아로 국경을 넘었다.

국경을 넘는 특별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보이는 풍경이 비슷해 가이드가 얘기해 주지 않았다면 국경을 넘은 사실을 모르고 지나갈뻔 했다.

오스트리아 강소농 발터 씨, 농산물 가공 소득 짭짤

강의 하류에 위치한 슈와츠는 오스트리아 티롤주의 도시며 인구는 1만3천 명이다.

풍부한 자원으로 오스트리아 제국에서 빈 다음으로 큰 도시였다고 한다. 이곳에 오스트리아 소농의 부가가치 보범 사례인 발터 씨 부자를 만났다.

할아버지부터 이어온 농장은 농장주 발터 클라이들 씨와 아들 발터 클라이들2세가 함께 대를 이어오고 있다.

현재 6ha의 자가 소유농지와 1ha의 임차 농지에서 젖소 6마리와 밀, 호밀, 감자, 과일 등을 재배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7ha(2만1천평)를 소유(임차)한 농업인은 소농이라 할 수 있다.

발터 씨도 농업소득을 높이기 위해 농산물 가공을 시작해 '맛의 왕관(Genuss Krone)‘ 인증을 다섯 차례나 수상한 농산물 가공의 달인이다.

일반 밀을 사용해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래종 전통 밀로 만든 빵은 지역에서 인기가 높다. 주 1회 빵이 나오는 날이면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빵 굽는 날이면 조용하던 시골마을이 북새통을 이룬다.

재배, 조정, 제분 등 빵을 만드는 전 과정을 부부와 아들이 직접하고 있다. 1층 축사의 남은 공간에 닭을 키우고 있어 빵을 사러 오는 손님에게 신선한 달걀을 판매해 추가소득을 올리고도 있다.

텃밭과 과일나무에서 수확한 농산물은 시럽, 술, 잼으로 가공해 판매한다. 농사의 목적이 경제적 부의 축적이 아니라, '건강한 먹거리'를 재배하고 생산하는 사회적 책임과 자부심을 가지고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연대와 협동의 정신, 전 세계 농업인의 공통점

발터 씨 부부는 2년 정도 후에 농업에서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 농장을 물려받을 발터 클라이들2세는 농장 규모를 넓히고 소비자가 찾기 편리한 곳으로 이전하고 싶은 꿈을 갖고 있다.

이들 부자는 농업회의소와 농민단체의 도움을 받고 있다. 농업회의소는 농업인 특히 소농에게는 꼭 필요한 조직이라 말한다.

농장 한 켠에 세워진 40년 된 트랙터는 발터 클라이들2세가 태어나기 전부터 지금까지 사용한다는 게 발터 씨의 자랑이다.

그러고 보니 마당에 널려 있는 장남감도 트랙터다.

이틀간 숙소는 알프스산맥 아래 오스트리아 엘마우의 농가민박이다.

자정을 넘겨 이어진 토론과 발표의 열기는 알프스의 눈을 녹일 만큼 뜨거웠다.

엘마우 농가민박을 하는 다수의 농민은 농업소득과 보조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소농이다.

스키시즌인 겨울과 시원한 여름이 성수기이고, 민박 손님은 대부분 20여년 이상 된 단골이며 한 번에 일주일 이상 장기 숙박한다.

오스트리아 티롤주에 있는 치즈체험과 판매시설, 역사 테마가 갖춰진 ‘빌더케제 티롤특산 치즈 공방’을 찾았다.

인근 농가의 우유로 치즈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한정 생산하는 카망베르 치즈가 유명하다.

농사가 어려운 지역 환경이지만 축산과 농촌 휴양으로 어려움을 극복한 곳이다.

놀라운 것은 체험, 판매 시설이 500년 된 티롤 지방의 전통 가옥이다. 유럽연합에서 가옥을 유지하고 보전하는데 지원을 해주고 있다.

30년 유기농업 라이쉬 부부를 만나다

30ha 초지에서 젖소 10여 마리를 키우는 라이쉬 부부의 유기농업 역사는 30년이다.

일반 농산물에 비해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차별화 전략이 '유기농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주위의 오해와 편견도 있었지만 묵묵히 한 길을 걸어오고 있다.

농가 입구에 스키 점프 사진이 걸려 있어 물어봤더니, 라이쉬 부부의 딸이 스키 점프 국가대표이며 평창올림픽에 참가했다고 함박웃음이다.

5월 중순에도 함박눈이 쏟아지는 알고이 지방이라 스키선수로 성장하기에 최적의 장소다.

부부는 5명의 자녀 중에 아직 농업을 물려받겠다고 나서는 자식이 없어 고민이 깊다.

다른 직업에 비해 소득이 상대적으로 낮고 노동강도가 높아 쉽게 아이들이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자연은 있는데 자유는 없다'는 부부의 말이 계속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독일 다이스 양계농가 발전소 시설 부수입 올려

독일 알고이 지방에 위치하고 있는 다이스 양계농가를 들렀다. 2000년 초에 양계를 시작해 지금은 7천 수 규모의 산란계 농장이다.

부부가 시작해 처가와 통합해 규모를 확장했다. 지금은 가족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들 가족은 바이오가스 시설을 설치해 발전된 전기를 판매한다. 남은 전기는 주택과 계사의 난방에 사용하고 있다.

달걀 수집과 선별을 위한 자동화 시설을 갖추고 있어 효율을 높이고 있다.

특히 신선도와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농장 반경 40km이내 지역의 식품매장과 호텔, 레스토랑과 거래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다음 주에는 지속 가능한 농업의 기초가 되는 농업학교를 방문한다.

/김훈 시민기자

맛의 왕관 5관왕

발터 씨 집에서의 식사

발터 씨 집에서 농업을 배우다.

발터 씨 트랙터와 장난감 트랙터가 인상적이다.

빌더케제

람사우교회

라이쉬 부부

다이슨 양계농가

다이슨 양계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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