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간 발품 팔며 농가 가축분뇨 무단방류 근절시켜 수질개선에 앞장

왕궁천 낚시터로 각광 고질적 악취도 잡아…현업 축산농가 생업대책 절실

“익산시 9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우스갯소리 보람…“시 직원에 감사”

양석호 왕궁축산인협의회 대표가 왕궁축산단지가 생긴 이래 해결하지 못했던 가축분뇨 무단방류를 근절시킨 일화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가 개벽했네요.”

얼마 전 왕궁축산단지를 방문한 익산시 공무원과 환경 관련 종사자들이 찬사를 쏟아냈다.

축산 폐수로 뒤덮였던 왕궁천에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이 떼를 지어 노닌다. 금방이라도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왕궁주교제에는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물이 맑아지고, 물고기도 제법 큰 것들이 잡혀 낚시터로 각광받고 있다.

붕어를 비롯해 메기‧가물치 등이 올라와 손맛이 그만이다. 낚시꾼들은 경치도 좋고 공기도 맑아 낚시터로 제격이라고 엄지척이다.

냇가에 축산분뇨가 쌓이지 않고 수질이 개선되다보니 악취도 거의 없다. 몇 년 전 만해도 심한 냄새 때문에 숨 쉬기조차 힘들었는데, 지금은 다니는 사람 얼굴마다 웃음기가 가득하다.

왕궁면 축산단지 일대를 천지개벽 시킨 주인공은 '왕궁축산인 협의회'. 왕궁면 일대에서 돼지를 키우는 80여 축산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중심엔 양석호 대표(64)가 있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양 대표는 20살 때 왕궁에 정착해 40년 넘게 돼지를 기르고 있다. 돼지 식구는 모두 3천두.

양 대표는 2011년 협의회를 구성하고, 돼지분뇨 무단 방류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365일 밤낮없이 농가의 비밀 배출구를 찾아다니는 일이 일상이 됐다. 이 같은 양 대표의 열정을 보고 익산시 공무원들은 “9급 공무원으로 채용된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양 대표는 “왕궁 축산단지 일대가 이처럼 변한 것은 ‘환경을 살려야 겠다’는 우리 협의회 회원들의 굳은 의지도 있지만, 익산시 공무원들의 협조 덕분”이라고 모든 공을 익산시에 돌렸다.

20일 오전 10시 왕궁 축산폐수처리장안에 있는 협의회 사무실에서 양석호 대표를 만났다.

-왕궁축산인 협의회는 무슨 일을 하는 단체인가.

2011년 왕궁면 축산 농가들이 모여 구성했다. 지금 80여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 축산인 권익보호를 위해 창립했다. 지금은 주로 축산 분뇨 무단 방류 근절을 위해 열심히 홍보하고 단속하고 있다.

분뇨를 1회 이상 무단방류할 경우 징계를 가하고, 처리장에 분뇨 반입을 금지시키는 등 다각적인 조처를 취하고 있다.

-왕궁천 물이 몰라보게 맑아졌다. 물고기도 제법 보이고, 낚시꾼들도 눈에 띄는데.

이 같은 광경을 보고 모두 ‘왕궁이 천지가 개벽했다’고들 한다. 분뇨 무단방류가 사라지니까 환경이 확 바뀌었다.

냇가에 맑은 물이 흐르고, 물고기들이 산다. 입소문을 듣고 강태공들도 몰려오고 있다.

-어떻게 짧은 기간에 수질을 개선시켰는가.

분뇨 무단 방류를 막았다. 축산 농가들을 일일이 방문해 ‘각서’를 받았다.

탐지기로 비밀 배출기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그것도 모자라 굴삭기를 동원해 의심되는 곳을 파헤쳐 무단 방류를 근절시켰다.

수변 정화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그로부터 3~4개월 만에 왕궁천 수질이 개선됐다. 분뇨가 냇가에 흐르지 않으니까 자연히 악취가 거의 나지 않는다. 돼지 축사에서 발생하는 가스 냄새만 조금 나고 있을 뿐이다. 악취는 80%가량 잡은 셈이다.

수질이 좋아져 2~3년 전 붕어와 메기‧가물치 치어 등을 방사했다. 지금은 물고기가 너무 많이 살아 고민이다(웃음). 베스를 풀어야 할 것 같다고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다.

-호남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왕궁에서 나오는 분뇨 냄새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악취를 80%가량 잡았다는데.

무단 방류 근절이 일등 공신이다. 축산 농가들이 한마음이 돼 무단 방류를 하지 않고 정상적으로 처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왕궁천 일대 수질이 크게 개선됐다. 그동안 냇가 바닥에 쌓인 분뇨가 흐르는 물로 인해 뒤집어지면서 악취가 발생했는데 그게 완전히 사라졌다.

또 익산시에서 악취저감제(광합성균)를 지원해줘 축사 안에 살포해 냄새를 잡았다.

무엇보다 축산 농가가 ‘수질개선’에 적극 참여해준 덕분이다.

-정부가 왕궁 축산단지 축사를 매입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지금 진행 현황은.

700여 축산농가 중 620농가를 매입하고 80여 농가만 현재 축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업 축산농가에 대한 대책은.

현재로선 막막하다. 아마 2~3년 후면 모두 매각하고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평생 돼지를 키우며 살아온 우리 현업 축산농가의 바람은 단 한가지다. 먹고 살 수 있도록 생업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다.

-그동안 어려웠던 점과 보람이 있었다면.

‘축산인 대표가 동료 축산 농가를 규제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괴로웠다.

그때마다 ‘분뇨 방류 의식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우리가 산다. 행정을 도와줘야 만 한다’고 설득했다.

보람은 왕궁 축산단지에 오는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왕궁이 천지가 개벽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다. 옛날엔 옷을 빨아도 냄새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젠 이런 고민은 말끔히 사라졌다.

그리고 호남고속도로 이용객들이 ‘악취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정말 열심히 함께 뛰어준 오현호 계장 등 익산시 공무원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양석호 대표가 '왕궁축산단지 매입현황도' 앞에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왕궁축산단지는 정부와 전북도, 익산시가 새만금 수질개선, 악취해결을 위해 휴폐업 축사를 매입 중에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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