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보유자 이인수 옹 수제자 임승용 등 보존회원 신명나는 마당굿 펼쳐

성포마을 별신제 유래 호남우도와 충청 웃다리 영향 받은 ‘호남좌도농악’

전라북도 무형문화재 제7-7호인 ‘익산성당포구농악’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한마당이 지난 6월 22일 함열 아사달공원에서 펼쳐졌다.

사단법인 익산성당포구농악보존회(이사장 임승용)가 주최하고 전라북도가 후원한 이날 행사의 제목은 ‘익산성당포구농악 전승 및 전수 후계 양성 활성화.’

성당포구농악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처음으로 가진 무대였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뻔한 성당포구농악을 지켜온 이인수 옹(93)이 참석해 수제자인 임승용 이사장을 비롯한 후예들의 신명나는 마당굿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인수 옹은 “마음만은 당장이라도 쇠나 장구를 들고 치고 싶지만, 박수를 치며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기쁘다”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이 자리에는 성당포구농악의 전승에 주춧돌을 놓은 박순자 씨도 참석해 전라북도 무형문화재가 된 성당포구농악을 보며 기쁨의 눈시울을 붉혔다.

박순자 씨는 금성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시절 이인수 옹과 함께 학생들에게 성당포구농악을 전수시켜 명맥을 잇게 한 주역이다.

성당포구농악 제3대 지킴이인 임승용 이사장은 “두 분을 모시고 이렇게 뜻 깊은 행사를 열게 돼 가슴이 벅차다. 350년 역사가 깃든 성당포구농악을 널리 전승 보전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헌율 익산시장, 이춘석 국회의원, 김수흥 국회 사무차장을 비롯한 정관계 인사와 지역주민 200여명이 함께했다.

성당포구농악의 문굿에 이어 함열여중 학생사물놀이팀의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문을 연 이날 행사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마당굿이 한 자리에 모였다.

군산문화원 농악보존회(대표 채수학)의 호남우도농악, 충남 논산 놀이패 한불휘(대표 박경환)의 충청도 웃다리농악 판굿, 풍물패 한마당(대표 김진옥)의 호남우도농악, 타악그릅 조롱목(대표 차자연)의 호남우도농악과 진도북춤, 난타 등이 선보였다.

호남우도와 충청 웃다리 영향 받은 호남좌도 성당포구농악

성당포구농악은 금강수계를 따라 뱃길로 유입된 무주, 진안, 장수의 호남좌도농악을 원형으로 마을 배후인 호남평야의 우도농악과 충청 부여의 웃다리농악(쩍쩍이가락, 길군악칠채, 육채 등)의 영향을 받은 독창적인 농악이다.

편성과 복장은 호남좌도농악과 차이가 없지만, 다른 판굿에서는 잘 세우지 않는 ‘오방기’를 세우고 오방진을 펼치는 것이 큰 특징이다.

성당포구농악은 두레굿-걸궁굿-판굿-사물놀이로, 기본 장단은 열두 마치 장단으로 돼 있다. 판굿의 가락은 다섯 마당으로 구성돼 있다.

성당포구농악은 호남우도농악의 영향으로 우도농악적인 ‘시김새’가 강하게 나타나는 등 호남좌도농악에서 볼 수 없는 굿가락의 다양한 분화와 세련미가 있다.

“장구 열채가락이 사람의 혼을 넣다 뺐다 한다”고 말할 정도로 성당포구농악의 장구 열채 가락은 흩가락, 겹가락, 겹겹가락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이날 ‘상쇠’로 나선 임승용 이사장은 보존회원들과 함께 장장 40분 동안 불볕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신명나는 굿판을 펼치며 관중들의 혼을 들었다 놓았다 했다.

성포마을 별신제서 유래한 성당포구농악

성당포구농악의 기원은 ‘성포마을 별신제’다. 성포는 금강에 접한 포구마을로 성당포라고도 불렸다.

성포는 조선시대 조창지가 있던 곳이다. ‘조창’이란 조세미를 수송하기 위해 수로 요충지에 설치한 곡식창고다. 대동법 확대로 1662년 성포에 설치한 조창의 이름은 ‘성당창’이었다.

성당창이 생기면서 성포마을 주민들은 해마다 성당포구가 바라보이는 용왕산과 대명산(일명 당집산) 순풍당에서 당산제를 지냈다.

그러던 중 1719년 성포에서 조세미를 싣고 한양 서강나루로 가던 조운선 51척이 당진 앞바다에서 풍랑을 만나 침몰하거나 파손되는 큰 사고가 벌어졌다. 함열 현감은 파면되고 지방민들은 다시 조세미를 내야 하는 시달림을 받아야 했다.

그 즈음 조운선 관리원 함무장의 꿈에 한 노인이 나타나 신주 3개를 주어 받아들었다. 꿈에서 깬 함무장은 오랜 궁리 끝에 신주 3개가 ‘복희씨’, ‘신농씨’, ‘허원씨’ 3신(神)이라 여기고 이때부터 순풍당에 신주를 모셔 ‘별신제’를 지냈다.

이렇게 당산제와 별신제를 지내면서 함께한 풍물이 바로 ‘성당포구농악’의 전신이다.

사라질 뻔한 성당포구농악 되살린 이인수 옹

별신제와 함께한 성당포구농악은 조선말엽 순풍당이 무너지면서 전승이 끊겼다. 1894년 동학혁명 이후로 매년 흉년과 가뭄이 계속되자 마을 주민들은 별신제를 축소해 당산나무아래서 당산제를 지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우리문화말살정책으로 못하도록 하면서 당산제도 중단됐다.

성당포구농악은 마을굿으로 전해졌다. 1926년 태어난 이인수 옹(93)은 7살에 동네 굿을 따라다니다 성당포 수장구였던 큰아버지 고 이덕근 씨로부터 장구가락을 익혔다. 한마치에서 칠채굿과 구정놀이(개인놀이)까지 전수받으며 15살 때까지 끝장구로 활약했다.

이후 큰아버지 등 명인들이 세상을 떠나면서 마을굿인 성당포구농악도 침체하자 이리, 김제 등으로 원정을 다니며 풍물을 쳤다.

1981년부터 이리농악단에서 활동하던 이인수 옹은 1985년 전국민속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리농악단은 그해 대통령상 수상 영향으로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1-3호로 ‘호남우도 이리농악’을 지정받았다. 예능보유자는 설장고인 고 김형순 씨였다.

이 때 남의 마을굿을 치는 것에 회의가 생긴 이인수 옹은 더 늦기 전에 성당포구농악을 복원하기로 결심하고 고향으로 올라와 대명산 기슭에 연습장을 마련했다.

1992년 지금은 폐교된 성당면 금성초등학교와의 연을 맺어 농악단을 창설하고, 학생들에게 전수하기 시작했다. 농악단 창설은 풍물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박순자 교사 덕분이었다.

학생들은 전주대사습대회에서 입상한 후 수많은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성당포구농악은 80년을 오롯이 가락을 전승 보전한 이인수 옹의 노력 덕에 매년 익산문화원 주최의 ‘성포별신제’라는 이름으로 당산굿이 행해지고 있다.

월명마을에 사는 장구 명인으로 알려져 ‘월고(月鼓)’라는 호를 가지게 된 이인수 옹은 임승용 (사)익산성당포구농악보존회 이사장에게 가락을 전수한 후 편안히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여전히 농악의 열정은 뜨거운 천생 굿쟁이다.

2전 3기 ‘전북 무형문화재 지정’ 이뤄낸 임승용 이사장

350여년 전해져오는 성당포구농악은 제1대 이덕근, 제2대 이인수에 이어 제3대 지킴이인 임승용 이사장에게서 명실 공히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라는 결실을 맺는다.

세 번째 도전 끝에 얻은 금자탑이어서 더욱 빛이 난다.

1999년 이인수 옹을 찾아가 성당포구농악을 전수받은 임승용 이사장은 성당포구농악을 알리기 위해 온힘을 기울였다. 함열 전통시장 살리기 공연, 정월대보름 굿, 노인복지시설 공연 등 성당포구농악을 알릴 수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갔다.

자체적으로 정기발표회를 연지도 10년이 흘렀다. 공연 때마다 음식을 마련해 손님들에게 푸짐한 잔치도 열었다.

뜻 있는 사람 10여명과 설립한 사단법인 익산성당포구농악보존회는 현재 80여명이 가입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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