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사업소 측 “매각 못해” 입장 고수… 이전 요구 주장 ‘공염불’

익산시 “잘못된 사실로 시민 현혹 말라” 당부했으나 요지부동

월성동에 있는 종자사업소.

“익산시청사를 월성동 ‘종자사업소’로 이전 건립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 산하기관인 종자사업소가 익산시에 여러 차례 전달한 입장이다. 익산시 신청사기획팀은 지난해 7월과 올해 4월, 5월 세 차례 종자사업소를 방문해 의견을 물은 결과, 똑 같은 말을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익산시는 “지난해 황호열 전 시의원이 월성동 종자사업소를 최초 거론한 이후 ‘익산시청사 이전 추진회’도 같은 부지로 시청사 이전을 요구해와 종자사업소로부터 정확한 입장을 들었다. 세 차례 모두 똑같이 이전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었다”고 배경을 털어놓았다.

종자사업소의 시청사 이전 불가 이유는 너무나 명확하다. 우선 이웃동네 완주군 신청사가 들어선 ‘잠종장’과 달리 종자사업소는 놀리고 있는 땅이 아니다. 연구관 1명 등 16명이 근무하고 있다.

특히 종자사업소는 1936년 설립돼 지금까지 벼와 맥류, 두류, 유류, 고구마 등 원종의 생산과 보급을 93%나 담당하고 있는 농업중추시설이기 때문에 아무런 계획 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종자 하나를 생산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은 토지개량이나 생산기반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익산시의 신청사 추진일정에 맞춰 종자사업소를 옮길 수 없다는 결론이다.

익산시는 “익산시청사 이전 추진회가 땅 일부라도 익산시가 매입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주장하고 있지만, 종자사업소에서는 일부 부지라도 매각을 하면 종자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못을 박았다.

익산시는 “이러한 사실을 익산시청사 이전 추진회에 수차례 알렸다. 이들은 종자사업소로 이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종자사업소를 거론하고 있다. 잘못된 사실로 시민들을 현혹시키는 행위는 하지 말아 달라고 수없이 호소해도 들은 척도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시민 김모 씨(43·어양동)는 “종자사업소가 매각을 거부하고 있는 이상 시청사 이전을 바라는 일부 시민들의 주장은 공염불이나 다름없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김칫국부터 마시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걱정했다.

익산시로서도 시청사 이전은 사실상 어렵다. 국가 정책사업인 ‘리뉴얼사업’에 선정돼 청사건립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리뉴얼사업은 현 청사자리에 짓는 게 필수조건이다. 따라서 청사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면 리뉴얼사업으로 진행할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리뉴얼사업은 노후청사를 개발할 때 수익시설들을 청사 내에 포함시켜 청사건립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한 사업이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가 길을 열어준 사업이다.

익산시는 현 청사에 수익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대신에 옛 익산경찰서와 상하수도사업단 등 부지를 개발해 청사건립비 일부를 충당할 계획이다.

종자사업소 부지가 한 눈에 다 담지 못할 만큼 광할하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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