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금마면에 위치한 화산서원에서부터 구룡마을 대나무 숲까지 둘레길을 걸어보자.

가끔 고양이들이 마음씨 좋은 캣맘으로부터 밥을 얻어먹곤 하는 비공식 급식소를 지나 화산서원 옆에 있는 이정표를 향해 들어가 오르락 내리락 그 길을 걸어간다.

야트막한 언덕이지만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필자는 제일 편한 운동화를 신고 밀짚모자를 쓰고 수더분한 차림으로 걷는다.

이곳은 등산객들이 많이 찾지는 않는 길이라 혼자 걸어가며 노래를 부르면 스트레스가 저절로 날아간다. 헤비메탈부터 라틴팝에 이르기까지 요즘은 기술이 좋아 블루투스 이어폰도 저렴하게 잘 나온다.

걸어 가다보면 산에 자생하는 다양한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뱀딸기, 산딸기, 쑥, 효능이 녹용 못지않다 하여 붙은 별명인 갈용(葛茸, 칡순)까지. 얼마 전까지는 산딸기철이라 길가에 무수히 열린 산딸기를 톡 따서 바로 ‘호로록’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양한 향기 또한 느낄 수 있다. 흙냄새, 솔잎향기, 그리고 산뜻한 공기, 다양한 꽃향기까지. 여유 있게 걷고 있노라면 산 바깥의 일은 아무것도 아닌 듯 느껴진다.

간혹 장끼 한 마리가 날아가거나 고라니가 숨바꼭질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애처롭게 길가에서 생을 마감한 참새 한 마리를 본다면 그의 극락왕생을 잠시 빌어주자.

고양이 가족들이 소풍나와 한가롭게 몸단장하는 모습 또한 볼 수 있다.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자연은 휴식을 준다. 눈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액자가 된다.

또 한참을 걷다보면 구룡마을로 가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쭉 내려가면 저수지 하나가 보이고 낚시를 좋아하는 필자는 늘 이곳을 지날 때마다 낚시 생각을 하게 된다.

어차피 낚시를 하러가도 떡밥으로 곱게 경단 만들어 어공(魚公) 식사 대접하러 가는 거니 큰 의미는 없으렷다.

그대로 계속 내려 가다보면 마을 하나가 나오는데 이곳이 바로 대나무숲으로 유명한 구룡마을이다. 성인 남자 세 명이 감싸 안을 만큼 커다란 느티나무 한 그루가 터줏대감처럼 서있다.

이 나무의, 아니지, 이 나무님의 연세는 300세이다. 익산에서 가장 나이 많은 보호수로 예부터 이나무의 이파리가 고르게 피면 그 해는 풍년이 들고, 아랫부분이 먼저 피고 윗부분이 늦게 피면 흉년이 든다는 말이 전해진다.

느티나무를 두른 평상에 누워 눈을 감고 바람에 속삭이는 나뭇잎 소리를 듣고 있으면 몸이 노곤노곤해지며 근심조차 바람에 사라지는듯하다. 물 한 잔 마시고 느티나무에서 대나무숲을 향해 출발한다.

한강 이남 최대 규모의 대나무숲이 바로 구룡마을에 있다. 가는 길에 손을 하늘로 내민 죽순들을 만날 수도 있다. 대나무숲 입구에서 보면 아직 개발이 덜 된지라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대로 안으로, 안으로 걸어가면 쭉쭉 뻗은 대나무들 사이로 군데군데 앉아 쉴 수 있는 돌 의자도 있다. 여름이라 간혹 모기에게 물리기도 하지만 그럴 때면 쑥을 찾아보자.

쑥 이파리를 손으로 조물조물 한 다음 물린 곳에 문지르면 가려움과 부어오른 부분이 가라앉는다. 이렇게 걷다보면 일터에서, 학교에서, 혹은 다른 곳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누그러진다. 노래도 부르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여유있게 걷게 친구. 그 길을 따라서 걸어갈 때, 내일 일어날 일들을 걱정하지 마요. 오늘로 충분하니까, 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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