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산동 빵굼터 골목 ‘노후 상수관’ 골치

시도 때도 없이 누수… 길 파헤치고 때우고 메워 누더기 신세

수압에 지반 깎여 차량 지나면 건물 들썩… 市, 8월 교체공사

한 주민 상수도관이 시도 때도 없이 터져 누더기 도로로 변한 갈산동 인북로 14길을 가리키며 상수도관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익산시 중심지역인데도 시골보다 못한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상수도관이 심심하면 터지고, 또 이거 때우느라고 길을 파헤치고. 그러다 보니 길은 누더기 되었네요. 언제쯤 상수도관 교체를 해주시렵니까.”

갈산동 인북로 14길. 이리중앙초 건너편 번암막걸리부터 시작되는 이 골목은 옛날 ‘갈산동사무소’가 있던 익산의 중심 주택가다. 지금은 허름한 단독주택이 즐비한 곳으로 변했지만, 30~40년 전만 해도 잘사는 사람들이 살던 부촌이었다.

그러다 점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사람들이 떠나고, 특히 익산 중앙동 일대가 슬럼화 되면서 복지 사각지대로 전락했다.

갈산동사무소 자리는 가난한 이웃들에게 빵을 구워 나눠주는 ‘사랑의 빵굼터’로 변했다.

도시기반시설이 열악한 이 골목에서 주민들을 가장 괴롭히는 문제는 ‘낡을 대로 낡은’ 상수도관.

주민 김모 씨(57)는 “아마 일제강점기에 설치한 상수도관일 것”이라며 “시도 때도 없이 터져 골목이 물바다가 되는 게 지금까지 백 번은 넘을 것”이라고 한숨 쉬었다.

김 씨는 잠자다가 물새는 소리에 깬 적도 한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맨홀 뚜껑을 타고 올라오는 소리를 듣고 신고를 하면 익산시는 그 때마다 땜질만 하고 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터지면 때우고, 파헤쳤다 매우는 게 반복되면서 골목은 누더기가 됐다. 길은 요즘 시골에서도 보기 어려운 비포장도로마냥 울퉁불퉁한 길로 변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지반 침하.’ 상수도관이 터칠 때마다 강한 수압 때문에 흙이 쓸려 내려가 길 곳곳의 지반 침하가 심하다. 육중한 트럭이 지날 때마다 건물이 들썩 거릴 정도로 지반이 약해져 있다는 게 주민들의 한 목소리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땅꺼짐(싱크홀)’이나 주택에 심한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주민들은 크게 걱정하고 있다.

주민들은 “다른 불편은 그나마 참겠는데, 더 이상 수도관 터지는 것은 못 참겠다. 땜질식 처방은 그만하고 이제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주민 김 씨는 “삼성생명 뒷골목의 상수도관을 교체했는데, 건너편 우리 골목은 도대체 언제 해줄 건지 걱정이다. 하루 속히 상수도관을 교체해 더 이상 주민들이 불편과 불만이 없도록 해달라”고 촉구했다.

익산시 관계자는 “작년에 민원이 들어와서 노후 상수관 교체를 발주했다. 공사업체를 선정했으나 도로점용 허가 때문에 당초 공사 계획보다 4개월 늦어져 오는 8월에 착공, 올해 안에 교체공사를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