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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기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장 |
익산시노인종합복지관 3층 복도 끝에는 관장실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친구가 상주하고 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제 소중한 친구들을 잠깐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파트 차량진입방지석에 버려진 채로 죽어가던 것을 데려온 집돌이, 시들시들해 걱정이 많이 됐지만 이내 밝은 꽃으로 화답해준 꽃순이 등 바로 각각의 이름을 가진 40개의 화분입니다.
사실 이 화분들은 대부분 원래 주인이 키우기를 포기해 버려진 것들입니다.
우연히 아직 생명의 끈을 놓지 않은 채 버티고 있는 식물을 발견했고 혹시 몰라 분갈이를 하고,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줬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잎이 돋고 생기를 되찾은 것이 신기하여 하나 둘 모으다 보니 벌써 40개의 화분이 사무실에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누군가는 원래 주인도 포기한 화분을 가져와 정성스럽게 회복시키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하나하나 살리며 키우다 보니 사무실에 가득한 것이지 다른 큰 목표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꽃을 보살피면서 제가 생각하고 느꼈던 바를 지금 나누고자 합니다.
버려진 화분에 담긴 식물은 대개 볼품없고 초라한 모습으로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합니다.
이미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피폐해져 어떤 이는 물을 준다고 해도 본연의 모습으로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고도 말합니다.
물 한 방울, 햇빛 한 줄기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식물들은 어쩌면 사회복지사가 마주해야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은 사람이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것들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사회의 사각지대에서 소외된 채로 쉽게 발견되지 못하고 크게 관심을 받지도 못합니다.
작은 배려와 나눔 하나로도 삶을 이어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위급한 상황에 부닥쳐 생존의 위험을 느끼는 경우 역시 다수 있습니다.
화분을 돌보면서 죽어가는 식물에 당장 물과 햇빛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이전에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양분을 주면서 잠시 생기를 불어넣는 것으로만 만족한다면 진정한 보살핌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사회복지 현장에서도 적용되는 깨우침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감을 통해서 지속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고루 분배하며, 당사자가 스스로 회복할 기회와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재빠르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당사자에게 정을 붙이고, 이웃이 되며, 꾸준한 관심을 보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어려운 일을 같이 고민할 때에야 눈높이에 맞는 복지 서비스가 올바르게 제공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태도를 유지한 채로 복지 대상자가 품위를 지키며 당당할 수 있고, 의존적이지 않은 해결책으로 앞으로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자주적인 삶을 찾아주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복지를 진행해야 할까요?
화분의 식물을 잘 기르는 사람은 식물의 특성을 조밀히 이해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사회복지사는 당사자가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파악하면서도 결코 그들의 특성, 특히 강점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당사자의 경험, 지식, 성품 등 여러 강점을 바탕으로 그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원동력을 형성할 수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챙겨준다고 모든 식물이 되살아날 수는 없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굳센 의지가 당사자의 마음에 자리잡게 해야 합니다.
좋은 사회복지사란 그러한 굳센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당사자에게 적절한 필요를 채우는 것과 동시에 강점을 살려 자주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돕는 것입니다.
사회복지는 누구도 종속되지 않고 모두가 당당할 수 있는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그 꿈은 지역사회와 묻고, 듣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개인이 가지는 자신만의 강점을 갈고 닦으면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그 과정을 돕는 역할이라는 것을 명심하며 오늘도 현장에 나가 성실히 사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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