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감독하는 후배공무원에 부담 백배… 법인 “100만 원 받고 봉사하는 자리” 해명

최근 두 달 새 익산시청 고위공직자 출신 퇴직공무원 2명을 채용한 A사회복지법인의 건물.

익산에서 이름만 대면 알 정도로 유명한 A사회복지법인이 익산시청 고위직 출신 공무원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구설수에 휘말렸다.

최근 두 달 사이에 익산시청 국장(4급 서기관)을 지낸 퇴직공무원 2명이 각각 A법인 산하 복지시설의 센터장을 맡으면서 호사가들 사이에서 ‘센터장 자리가 퇴직공무원 정거장이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2018년 정년퇴직한 B 전 국장은 두 달 전쯤 A법인 산하 노인복지센터장으로 채용됐고, 지난 7월 명예퇴직한 C 전 국장은 같은 달 15일부터 장애인단기보호시설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익산지역 정치권 등 시민들의 반응은 예사롭지 않다.

지방의원을 지낸 한 정치인은 “A법인은 그동안 시청 퇴직공무원들이 많이 거쳐 갔다. 그런데 두 달 사이에 국장을 지낸 고위공직자 출신 2명이 채용됐다”며 “그 배경이 심히 의심스럽다”고 눈초리를 세웠다.

정치인은 이어 “A법인은 국가나 익산시에서 보조금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다. 이런 곳에 익산시에서 국장을 지낸 사람 2명이 센터장으로 앉아있으니 현직 후배공무원들이 상대하기가 껄끄럽고, 제대로 관리를 하겠느냐”며 “A법인에서 보조금을 더 받아내기 위해 고위직 출신 공무원을 채용한 것이 아닌지도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이들 퇴직공무원의 월급도 논란거리다. 이들 2명은 센터장 월급 말고도 매월 공무원 퇴직연금으로 300만 원정도 받는다. 새로운 일터에서 고액의 월급을 받으면 퇴직연금에서 금액이 일정정도 차감된다. 때문에 “일반 직원보다 고액을 받는 센터장 자리를 맡고 있는 이들 2명이 퇴직연금을 깎이지 않고, 고액 센터장 월급도 고스란히 챙기는 꼼수를 부릴 수도 있으니 감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사회복지시설장(센터장) 월급 가이드라인을 보면 초봉이 월 250만 원부터 30호봉이 482만여 원으로 나와 있다.

A법인은 구설수 진화에 나섰다. A법인 이사장은 “2명의 고위직 공무원은 십 수 년 전부터 저와 형제처럼 지낸 분들이다. B 전 국장이 맡고 있는 노인복지센터장은 제가 겸직하고 있는 것이 너무 힘들어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C 전 국장도 오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시설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부탁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장은 또 “2명 모두 최저임금보다 낮은 100만 원 선의 월급만 받고 봉사하고 계신다. 또 그동안 이들 2명 말고도 우리 A법인엔 공직자 출신들이 많이 근무했고, 지금도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B 전 국장은 “제가 맡고 있는 노인복지센터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익산시와 크게 관련이 없다. 돈 버는 것보다 친동생같은 이사장이 도와달라고 부탁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C 전 국장은 “제가 복지업무를 본 지가 5년이 넘어 장애인단기보호시설에 근무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또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데 월급을 따지는 게 중요하지 않았다”며 “제가 국장을 지냈다고 해서 공무원들이 점검을 안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후배공무원들이 피해 없도록 선배인 제가 먼저 잘하고 껄끄럽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제가 나와서도 욕을 먹지 않겠느냐”고 해명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