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KT에 땅 매각·임대 요청… 길 개통되면 관광명소 기대

관리 손길 없는 ‘안전사각지대’… 차량 추락·자살 사고 등 빈번

임우섭 삼기면 죽청마을 이장이 미륵산 등산로 중에서 유일하게 가로막혀 있는 KT중계소를 가리키며 하루 빨리 등산로를 개통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그마치 50여년 가로막혀 우범지대로 전락한 익산 ‘미륵산 KT 중계소’에 등산로가 뚫릴 지 관심이다.

김용호 삼기면장은 27일 <익산열린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지난 8월 초 KT에 공식 협조공문을 보냈다. 미륵산 정상에 있는 KT 중계소 옆에 등산로를 개통할 수 있도록 땅 일부를 익산시에 매각하거나 유·무상 임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미륵산 정상에 있는 KT 중계소에 등산로를 개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수없이 있었지만, 움직임에 나선 것은 아마 이번이 처음이다.

그것도 사업부서가 있는 익산시 본청이 아닌 변방 삼기면에서 KT에 공식 문건을 보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면서도 혁신적이다. 공문 발송은 정헌율 시장의 재가를 받아 이뤄졌다.

삼기면 용연리가 고향이라는 김용호 면장은 “미륵산 최정상인 장군봉에 오르는 등산로 중에서 유일하게 막힌 곳은 KT 중계소뿐이다. KT에서 제안을 적극 받아들이면 50년 이상 묵은 등산객들의 염원을 이루면서 관리소홀로 인한 사고도 막고,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산열린신문>이 26일 오후 KT 관계자의 양해를 구해 둘러본 KT 미륵산 중계소 내부는 인상적이었다. 커다란 중계탑 건물 아래에 성인 서너 명은 충분히 다닐 만큼의 길이 나 있었고, 군사용 철책과 초소 너머로 익산시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닫혀 있는 철문을 개방하고 철책과 초소만 난간으로 바꾸면 큰돈 들이지 않고도 친자연적인 등산로를 만들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또 KT 중계소와 나란히 있는 ‘경찰청 송신탑’과 ‘KBS 송신탑’ 옆에는 이미 등산로가 나 있기 때문에 따로 협조를 받을 필요가 없어 보였다.

그 자리에 동행한 임우섭 삼기 죽청마을 이장은 “현재 비어있는 경비실 건물을 헐고 그 자리에 전망대를 설치하면 익산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봉우리를 연결해 ‘구름다리’ 등을 만들면 전국 관광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기면으로부터 공문을 접수받은 KT 본사에서는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KT에서 매각 내지 임대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 익산시 본청에서 등산로 개통을 위한 사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미륵산 장군봉과 KT 중계소와의 직선거리는 약 500여m. 하지만 지금은 철문이 가로막고 있어 등산객들은 왔던 길로 되돌아가기 일쑤다.

일부 강심장들은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난간도 없는 낭떠러지를 지나 등산을 하기도 한다. 땅이 미끄러운 겨울철엔 자칫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사실 초창기 20여명이 근무했던 KT 중계소가 무인 시스템으로 되면서 관리가 소홀해져 주변 일대는 크고 작은 사고가 빗발치고 있다.

지난 6월 14일에는 차량이 추락해 2명이 부상을 당했고, 8월 20일엔 한 시민이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차량에 불을 지르는 사건도 발생했다.

임우섭 이장은 “KT 중계소 주차장에서 술판이 벌어지기도 한다. 새벽 2시 넘도록 차가 드나들기도 한다. 우범지대가 따로 없다”며 “특히 산 중턱에 있는 ‘치마바위’는 패러글라이딩 명소였으나 유골을 몰래 뿌리거나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이 생겨 범죄 온상이 되고 있다. 하루 속히 KT 중계소에 정식 등산로를 개통해 익산시에서 안전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륵산 KT중계소 안길.

미륵산 KT중계소 안에서 바로본 익산시내.

미륵산 KT중계소 안에서 바로본 익산시내.

KT중계소 바로 옆에 나 있는 낭떠러지길로 등산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니고 있다.

지난 8월 20일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차량에 불을 지른 시민 때문에 전소된 차가 지난 26일 치마바위 앞에 방치돼 있다.

패러글라이딩 명소로 꼽히던 치마바위가 지금은 유골을 몰래 뿌리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찾는 범죄온상으로 전락해 있다.

치마바위 앞에 불에 탄 차량이 방치돼 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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