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형덕 (유)동양금고 대표

25년 전 어렵게 시작했던 금고제조업이 자리를 잡으려 하는데 온 나라를 강타했던 IMF라는 생각지도 못한 불황을 맞아 공장 문을 닫아야 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하던 때가 있었다.

그 시절 우리나라는 IMF를 극복하기 위해 온 국민이 금모우기 운동에 동참하면서, 해외시장에 수출해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때  나는 해외 경험도 전무한데다 영어도 못하면서 무역이 뭔지 잘 모르는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어려운 난관을 타개해 보고 싶은 마음에 내 물건을 해외시장에 수출이나 한 번 해봐야 되지 않겠느냐고 마음을 먹게 됐다.

나의 첫 해외 마케팅 포인트로 싱가포르시장을 생각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로 땅도 작고 인구도 적은데도 동남아시아 주변 국가를 상대로 돈을 많이 버는 부자나라인 점을 감안해, 한 번 가보기로 마음먹고, 여행사에 현지 가이드를 붙여 달라 부탁하고 나간 것이, 나의 첫 해외나들이였다.

현지에 도착해 가이드를 만나 숙소로 이동하면서, 가이드에게 이번 여행의 목적이 투어가 아닌 내 제품을 팔기 위해 바이어를 만들려고 왔다면서, 현지 Yellow Pages(전화번호부)에 있는 금고 판매업자들을 만나서 상담하려고 한다 하니, 바이어를 만나러 외국에 출장 나오는 사람이 사전 미팅약속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 타고 온 나를 보고 기가 막히다는 표정이었다.

그래도 그 시절 IMF라는 모두가 어려운 상황인지라 그 고비를 넘기고자 도전으로 생각하고 출장 온 나를 조금은 이해하려 했던 것 같았다.

첫 날, 가이드와 함께 호텔 로비에 앉아 전화번호부 책에 있는 금고업자 리스트 20여 곳에 전화를 했는데, 대개가 사전약속도 없이 뭐 이런 경우가 있느냐는 반응에, 내 자신이 해외마켓팅에 대해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도 멈출 수 없기에 가이드에게 사정을 말하고 재통화로 며칠 후라도 좋으니 현지 사업장을 찾아가 제품 설명을 해보면 좋겠다고 양해를 구했던 바, 10여 곳의 방문상담을 양해 받아 미팅을 하게 됐다.

그 후, 현지 사업장을 하루에 3~4곳씩 방문하면서 성과 없이 며칠을 보내던 중, 둘째 날 방문했던 한 바이어로부터 재방문 요청을 받게 됐다.

혹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 기대 반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을 했는데, 그 바이어가 말하길, “엊그제 나의 첫 방문상담에 놀랐다면서 보통사람이라면 하기 힘든 도전정신에 감동했다면서, 자신도 사업초기에 어려운 고비를 많이 겪었던바 마음에 걸려 첫 시범오더(TRY ORDER)를 약 US$10,000정도 제시할 것이니, 내가 말했듯이 향후 제품의 품질을 지켜주고 유지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더구나 “첫 오더의 제품이 괜찮다면, 매월 20피트 1컨테이너(US$25,000정도)씩 연간 30만 불 정도는 수입해 줄 수 있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

이에 나는 “주어진 기회에 정말 감사드리며, 앞으로 최선을 다해 만족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서로의 믿음을 확인하듯 반갑게 악수를 한 후 서명한 계약서를 가지고 바이어와 헤어지는데, “정말 하늘이 무너져도 최선을 다해 노력하면 솟아날 구멍이 생긴다“는 속담이 생각이 났다.

이 후, 5박 7일간의 싱가포르 모든 일정을 마감하고 그동안 나를 위해 수고를 아끼지 않은 가이드에게 감사를 표하고 귀국하는 비행기를 탑승했다. 나는 6시간의 긴 여정에도 불구하고 기쁘고 벅찬 마음에 잠을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이렇게 싱가포르를 방문해 내 거래처를 하나 만들었으니, 앞으로 더 노력하면 이 지구상 200여 국가가 있으니 그 중에서 더 많은 거래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부푼 꿈을 갖게 됐다.

그리되면 충분히 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고 나중에는 글로벌 회사로 발돋음 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밝은 전망을 기대하게 됐다.

익산열린신문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