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발생 3시간 뒤 현장 도착 사진만 찍고 세제 버린 공장行

시료 채취 검사만 의뢰·오염 확산 방지 안 해 비누거품 여전

삼기면 주민들이 비누거품이 일고 있는 기양천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9월 30일 오전 6시, 삼기면 기산리 마동마을 앞 ‘기양천’이 하얀 비누거품으로 뒤덮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원인은 삼기농공단지에 있던 한 세제공장에서 세제가 하천으로 흘러들었기 때문.

공장 대표는 “군산으로 공장을 이전하면서 바닥 물청소를 했는데, 바닥에 묻어 있던 세제가 우수관을 타고 하천으로 흘러들은 것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공장 인근 주민들은 “공장이 세제를 만들면서 나오는 폐수를 일부러 흘려보낸 것 같다”며 “세제 폐수 원액이 아니고서야 비누거품이 하천을 뒤덮고 지난 10월 2일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비누거품이 계속해서 생기겠느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주민 정모 씨(55)는 “9월 30일 아침 기양천에서 물을 품어 딸기묘 4만 주에 뿌렸다”며 자칫 묘가 말라죽어 1년 농사를 망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날 기양천에 비누거품 덩어리가 생긴 지점은 4곳. 높이가 3m, 폭이 8m에 달할 정도로 비누거품이 하천 전체를 덮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더욱이 마동마을에서 100m 상류에 있는 다리 밑에는 더러운 물이나 산소가 부족해도 살 정도로 생명력이 강한 ‘미꾸라지’가 떼죽음 당한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주민들은 심각했던 이날 사건에 대한 익산시의 미온적 대응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공장에서 흘러나온 세제로 하천이 오염됐는데도 익산시는 오염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조처하기는커녕 공장 단속만 하고 돌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날 현장 출동한 익산시 공무원은 2명. 녹색환경과에서 나온 여성 공무원들이었다. 이들은 사건 발생 3시간쯤 지난 오전 9시께 현장에 도착했다.

이들은 하천에 비누거품이 생기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사진 찍고 난 후 공장으로 향했다. 비누거품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다거나 제거하는 조처는 취하지 않았고, 떼죽음 당한 미꾸라지 사체도 채취해 원인분석을 하지도 않았다고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공장에 도착한 이들은 공장 대표가 오기만 기다리다 오전 11시 40분께 되어서야 세제가 유입된 우수관에서 시료채취를 했다. 우수관 입구에는 비누거품을 없애는 하얀색 ‘소포제’가 뿌려져 있었다.

이날 하천을 뒤덮은 비누거품은 공장 직원과 전북도 환경부서 관계자가 소포제를 뿌려 제거했다. 그것도 처음엔 주민들이 “소포제도 화학물질이어서 오염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익산시 공무원도 오지 않았는데 증거인멸하려는 것 아니냐”며 반대하자 나중에 “환경단체에서 지원나왔다”고 말해 소포제를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익산시 담당계장은 지난 2일 <익산열린신문>과의 통화에서 “주민들이 소포제 뿌리는 것을 반대해 비누거품을 빨아들여 제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사실과 전혀 다른 답변을 했다.

계장은 또 “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시료 검사를 의뢰했다. 특정 수질유해물질이 검출되면 공공수역 오염으로 인한 형사고발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아래 영상은 '소포제'를 뿌려 비누거품을 제거하는 장면. 주민이 휴대폰으로 촬영해 익산열린신문에 제보했습니다.

눈사람 크기만한 비누거품이 하천에 날리고 있다.

소포제로 비누거품을 제거하고 있는 장면.

삼기농공단지 세제공장에서 세제 폐수가 기양천으로 유입된지 하루도 안돼 미꾸라지가 떼죽음을 당했다.

바닥 물청소를 하면서 우수관을 통해 기양천으로 세제 폐수가 유입됐다는 삼기농공단지 세제공장 내부.

세제 폐수가 기양천으로 유입된 우수관 입구. 익산시는 이곳에서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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