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 지역 싸구려 저질 꿀 익산 대량 유통

양봉원 아닌 일반매장서 ‘설탕먹인 꿀’ 덤핑 판매 피해 속출

익산 양봉인 매출급감 신뢰도 추락 도산위기 대책마련 호소

익산양봉협회가 초비상이 걸렸다.

최근 ‘타 지역 싸구려 저질 벌꿀’이 익산에 대량 유통돼 봄과 여름 고생고생하면서 채취한 익산의 고급 천연벌꿀이 좀처럼 팔리지 않아 익산양봉협회 200여 회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매출이 예년보다 급감하면서 생활고까지 겪고 있는 익산 양봉인들은 그동안 믿고 사가던 단골고객 수도 급격히 줄어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며 하소연이다.

신용동에서 양봉업을 하는 양모 씨(52)는 “직접 벌을 키우지 않는 몇몇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생산한 꿀을 자신의 사업장에서 음성적으로 대량 판매하고 있다”며 “싸구려 저질 꿀을 덤핑가격으로 팔아 애먼 익산 양봉인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고 한숨을 지었다.

양 씨는 특히 “이들 중에는 원가 1만 원짜리 ‘사양꿀’을 ‘천연 아카시아벌꿀’이라고 속여 3만8천 원에 팔아 엄청난 차익을 거둔 사람도 있다”고 분개했다.

사양꿀은 벌에게 설탕을 먹여서 만든 꿀. 봄·여름철 아카시아꽃 등에서 채취한 천연벌꿀보다는 싸구려 저질 꿀이다.

시중 가격도 사양꿀은 2.4kg들이 1병에 평균 2만 원정도. 천연 아카시아꿀은 5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양 씨는 “아카시아꿀은 원가만 3만5천 원가량이다. 5만 원 이하로 팔면 사실상 적자”라며 “만약 5만 원 이하로 파는 곳이 있다면 사양꿀이 틀림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양 씨는 (사)한국양봉협회 양봉산물연구소의 시험성적서를 건네며 사기 당한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양 씨는 지난 9월 인화동 한 자동차부품판매점에서 천연아카시아꿀을 3만8천 원에 판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매장을 찾아 아카시아꿀과 잡화꿀 2병을 사서 시험 의뢰했는데, 모두 사양꿀 성분이 검출됐다고 설명했다.

양 씨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1399)에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더 이상 피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조치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나마 다행히도 익산시가 계도에 나서면서 자동차부품판매점에서 꿀을 파는 행위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음성적으로 꿀을 판매하는 행위가 성행해 익산 양봉인들은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양 씨는 “최근엔 중고물품매장에서 2만2천 원짜리 싸구려 꿀을 팔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이래저래 어려운 양봉인 등골 빼먹는 얌체족만 늘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울분을 토했다.

양 씨는 “양봉원이 아닌 곳에서 꿀을 판매해 양봉인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지만, 익산시는 손 놓고 단속조차 못하고 있다”며 “양봉원에서만 꿀을 판매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등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시민들 또한 값이 싸다는 이유로 덮어놓고 아무데서나 꿀을 사지 말고, 믿을 만한 양봉원에서 꿀을 구입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