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진청 재직 때 익산 농업인교육장·농산물가공센터 건립 숨은 공신

“임기까지 신품종 3천 톤 보급 확대 ‘수지맞는 농사·부촌’ 만들 터”

소년은 1955년 오산면 남전리 농부의 집에 3남 2녀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넉넉하진 않지만 그나마 논밭 있는 가정형편 덕에 오산남초와 남성중·고를 졸업했다.

소년은 초등학교 때 반장을 지낼 정도로 바른 생활 어린이었지만, 중고등학교 땐 ‘지각대장’이라는 별명을 달고 살았다. 당시 오산면 땅은 ‘부인 없이 살아도 장화 없인 못 산다’는 말이 돌 정도로 질퍽거리는 수렁천지였다. 그 길을 자전거 타고 6년 간 다녔으니 지각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공부를 잘해 육군사관학교 시험에 합격했지만, 친척이 한국전쟁 때 공산당에 부역했다는 이유로 당시 불합리한 ‘연좌제’에 발목이 잡혀 청운의 꿈을 접어야 했다.

줄줄이 밑에 동생 2명을 가르쳐야 했던 아버지는 소년에게 수업료가 면제되는 사범학교에 진학하라고 권했다.

교사는 적성에 맞지 않다고 여긴 소년은 대학 진학을 포기, ‘국가공무원 5급 을류(현 9급)’ 시험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내디뎠다.

박철웅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65)이 공직에 입문하기까지의 이야기다.

농촌진흥청에 배치된 그는 1973년 10월 1일 지금의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자리에 있던 ‘호남작물시험장’에서 근무했다. 농민의 아들이 농업국가공무원 옷을 입고 고향으로 돌아온 셈이다.

이듬해 전주대 영어영문학과에 입학, 4년간의 주경야독으로 학사모를 쓴 그는 ‘통일벼’ 재배를 성공시키는데 행정적 뒷받침을 했다.

특히 농진청에서 40년 간 근무하면서 고향 익산의 농업발전에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익산시농업기술센터 앞에 있는 ‘농업인교육장’과 ‘농산물가공센터’ 건립은 그의 노력이 큰 힘이 됐다.

또 익산의 농업인들에게 현대화시설을 지원하는 일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를 농진청 등 농업관련 기관에서 찾도록 하는 등 자발적 홍보대사 역할도 톡톡히 했다.

2015년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제3대 총괄본부장을 끝으로 공직을 마감한 그는 2016년 3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연구재단 주관으로 익산농업기술센터 ‘전문경력인사’로 배치돼 활동했다.

그는 신품종 재배, 스마트팜 등 선진농민과 중앙부처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한편 익산시농업인대학에 엘리트 연구원 등 우수강사진을 초빙토록 하는 등 익산의 농업 신기술 보급에 앞장섰다

익산농업기술센터가 농진청으로부터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데 힘을 보탠 그는 2019년 첫 날 제4대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에 전격 취임했다.

‘조직에 꼭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나누면서 살자’가 좌우명인 그는 매주 토요일 직원들과 테니스를 즐긴다. 토요일엔 재단 내 테니스장, 축구장, 강당, 회의실을 시민에 개방하고 있다.

이리신광교회 안수집사인 그는 전북대 산학협력단 연구원으로 있는 송영선 여사(63)와 단란하게 살고 있다. 출가한 외동딸 박한나 씨(39)는 광주에서 소아과 의사를 하고 있다.

‘농가소득 향상, 국민행복 창출’이란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달려온 지 10개월. 날씨 화창한 22일 오전 이사장실에서 그를 만나 취임 10개월간의 성과와 청사진을 들어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 농업기술실용화재단은 어떤 곳인가.

국가 연구개발 성과의 신속한 농업현장 실용화를 위해 2009년 9월 7일 농촌진흥청 산하에 신설된 공공기관이다.

주로 농생명 특허기술의 이전과 사업화 지원, 농식품 벤처창업지원, 신품종 종자의 생산과 보급, 농자재·식품·농기계 검사·인증 등의 업무를 한다.

현재 재단엔 6본부 22개 실·팀·센터로 조직돼 있다. 2009년 설립당시 161명이었던 정원 규모가 현재는 310명으로 인력이 크게 늘었다. 예산은 설립당시 160억 원에서 900억 원 규모로 확대 돼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성장했다.

- 이사장 취임 이후 중점 추진한 사업은.

3가지 정도다. 우선 신품종 종자의 신속한 농가보급이다. 종자보급량도 작년 1천150톤 정도에서 올해는 1천700톤, 임기 말까지 3천000톤 정도로 확대할 계획이다.

농약 적게 쓰고 수확량 많은 신품종 재배로 ‘수지맞는 농사, 부촌’을 만드는 게 목표다.

다음은 기술이전 및 창업지원 확대다. 창업지원 관련 예산이 많이 늘어 올해는 작년보다 100여개가 늘어난 250여개 업체를 관리하고 있다. 내년에는 350개로 계획 중이다.

끝으로 농생명 ICT검인증센터도 2018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3년간 100억 원을 투입해 완공할 계획이다.

- 대표적 성과를 꼽으면.

재단 설립 미션인 기술실용화와 관련해 기술이전 건수가 우리나라 최고 수준이다. 이미 2017년 1천 건을 넘어섰고 작년에 1천200건, 올해는 1천300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화 성공률은 올해 42.7%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 농무부 최고치를 상회하는 선진국 수준이다.

- 익산 이전 후 지역인재 채용도 많이 늘렸는데.

재단은 설립 이래 지속적으로 신규채용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익산으로 이전한 2018년도부터 지역인재 비율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20%, 올해는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정부 가이드라인 22%를 상회한 30% 수준으로 상향됐다.

현재 70여명이 익산을 비롯한 전북에서 채용한 젊은 인재들이다.

- 농식품 벤처창업 확대를 위해 재단에서 7개의 센터를 운영한다고 들었다.

재단은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 올해 농식품분야 혁신성장을 주도할 예비창업자 및 창업보육업체를 선발해 창업보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 재단은 농식품벤처창업센터(이하 A+센터)를 서울, 부산, 세종, 경기, 강원, 전남, 경북 등 7개소를 운영하고 있다.

A+센터는 농식품 예비창업자 발굴과 현장 밀착지원 뿐 아니라 30여 개 입체적인 프로그램으로 창업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하고 있다.

- 얼마 전 국제종자박람회를 성공리에 마쳤다.

재단은 우수 신품종 종자보급을 활성화하고 종자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제종자박람회는 종자산업의 발전과 국내 종자의 수출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다. 올해도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3일간, 김제 민간육종연구단지 일원에서 국내 우수종자 수출 활성화를 위해 개최했다. 3만2천 명의 관람객과 68여개의 국내외 종자기업들이 참가해 43억 원의 수출계약 성과를 거뒀다.

- 재단의 도움을 받으려면.

재단은 언제든지 열려있다. 농식품관련 우수기술에 대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063-919-1000)로 상담을 하거나 방문(익산시 평동로 457)하면 직원들이 상세히 답변해 줄 것이다.

또 11월부터 제주권, 영남권,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등 5개 권역별로 2020 기술이전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인데 이곳에 오면 기술이전 및 지원 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1대1 상담도 받을 수 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 구상 중인 재단 사업이 있다면.

농산업체가 보유한 기술을 기반으로 금융기관의 투자나 대출 등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화하고자 한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해 최첨단 농업기술의 현장 보급 확산을 통해 기술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량을 모을 것이다.

미래 농업을 선도할 유망 기술 발굴 및 기술이전 확대를 통해 산업적 파급력을 높이는데 힘을 쏟겠다.

마지막으로 미래 종자수요 대비 고순도 원원종, 원종 생산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원종 생산포장은 4개 지역 14ha정도인데 2022년 이후 원종 100톤 정도의 생산면적이 더 필요하다.

재단은 익산, 김제 등 여러 지역에 흩어져 있는 원종 생산단지를 1개 대단위 지역으로 집중화, 첨단화해서 우리나라 최고의 우량종자 확대보급으로 농가소득 창출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나갈 방침이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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