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들 ‘티타임’ 갖게 한 문화전도사… ‘모두의 취향’ 담아내는 소통 공간

남부시장에서 동네책방 '두 번째 집'을 운영하는 이새나(왼쪽), 장영인 씨.

남부시장에 새로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열정과 꿈, 도전의 향기를 머금은 문화의 꽃이다.

시장에 꽃을 피운 이들은 동네책방 ‘두 번째 집’ 책방지기인 이새나・장영인 씨다. 책방에서는 이집사와 장집사로 불린다.

이들은 익산문화관광재단 ‘청년역사 꾼’ 사업을 통해 지난 10월 18일 책방 문을 열었다.

새나 씨는 “예전부터 책방을 운영하고 싶었다. 좋은 기회가 생겨 남부시장에서 꿈을 이루게 됐다”고 미소 지었다.

‘두 번째 집’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임윤희 작가의 ‘도서관 여행하는 법’이란 책을 통해 영감을 얻고 책방 이름으로 정했다.

이들은 누구나 책과 문화를 공유하며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책방의 모습을 그리며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일들을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

첫 시작은 그림책 강좌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본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손미영 강사(감나무 어린이 책 연구소 대표)를 초청해 ‘어른, 그림책을 만나다’ 강좌를 진행했다. 매회 1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번 강좌는 회를 거듭할수록 반응이 뜨거웠다.

오는 19일 ‘진정한 일곱 살’을 쓴 허은미 작가와 함께하는 강좌를 끝으로 ‘그림책 편견 깨기’가 마무리 된다.

열심히 달리다 보니 예상하지 못한 일도 일어났다. 시장 상인들과의 교류다.

이들의 책방은 오전 10시 상인들의 ‘티타임’으로 하루를 연다. 아침 일찍부터 기다리는 어르신들이 계셔 지각은 그야말로 사고다.

영인 씨는 “처음 책방을 열 땐 유동인구가 적은 시장 안쪽에 위치해 있어 걱정이 많았다. 우리가 변화시켜 보자라는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 생각이 현실로 이뤄진 것 같다. 상인들이 아침마다 차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사랑방이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새나 씨도 “누군가 우리를 여기로 보낸 것 같다”면서 “상인들의 세상사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책보다 더욱 흥미진진하다. 부모님을 떠올리기도 하고, 이곳이기에 들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한 가득이다. 책방의 음악까지도 좋아해주시는 상인들을 보며 시장에 들어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생선배인 상인들의 조언을 가슴 속 깊이 새겨 둔다.

새나 씨는 “책에 나오는 근사한 말이 아닌 날 것의 말 한마디가 깊게 생각하게 한다. 장사를 걱정하는 말, 맛있는 것을 나눠주는 마음, 소량의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주시는 따뜻함을 전해주는 어르신들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이들은 연말을 맞아 ‘북쇼(BookShow)’를 기획하고 있다. 같은 책을 보고 서로의 다른 해석을 듣는 새로운 형태의 쇼를 구상하고 있다.

내년에는 글쓰기 강좌도 계획하고 있다. 시장의 생선가게 사장님 요청이 발단이었다.

새나 씨는 “책을 좋아하는 사장님이 자신을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계셨다. 70대가 돼서야 글을 통해 표현하고 싶다고 하셔서 강좌를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모두의 취향을 담아낸 양질의 책을 소개하고 더불어 작은 음악회, 영화감상, 청소년들의 문화 공간 등 누구에게나 편안한 휴식처 같은 책방을 목표로 힘찬 날개짓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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