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애벌레숲 자연학교 대표

겨울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우리나라로 오는 겨울철새들을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요즘 벼 베고 난 자리에 까맣게 또는 전깃줄에 떼로 볼 수 있는 떼까마귀다.

어떤 이들은 겨울이면 산에서 까마귀가 내려오는 줄 알고 있지만 떼까마귀는 시베리아 만주에 분포하는 겨울철새다.

떼까마귀는 부리가 날카로워 겉으로 보기엔 무서워 보일 수도 있고, 위험하고 흉조의 의미로 알고 있는 이들도 많다.

하지만 까마귀는 예로부터 좋은 동물로 여겨져 왔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서도 나오듯 까마귀는 지극한 효성을 상징(反哺之孝)하는 동물이기도 하고, 성스러운 의미로 여겨지기도 했다.

까마귀의 다리 세 개 중 첫째 다리는 떠오르는 태양, 둘째 다리는 정오의 태양, 셋째 다리는 지는 태양을 상징해 삼족오(三足烏)라고 하며 신성시했다.

까마귀는 조류 중 뛰어난 기억력과 지능적인 행동으로 유명하다. 찻길에 호두를 떨어뜨려 자동차가 지나갈 때 깨지면 먹을 정도다.

예부터 사이좋은 부부를 상징하는, 실제로는 해마다 짝을 바꾸는 원앙과는 달리 떼까마귀는 짝과의 유대관계가 상당히 강하여 평생 동안 먹이를 먹거나 잠을 잘 때에도 항상 짝과 함께 다니는 금슬 좋은 새다.

집단 성향도 강해 이동시 앞선 무리의 속도가 느려지면 원을 그리며 상승하여 정체를 피하고 여러 무리로 나뉘어 먹이활동을 한다.

그렇다면 11월 무렵부터 겨울철새들은 모두 어디에 있다가 나타나는 것일까? 우리나라보다 겨울이 훨씬 추운 저 멀리 시베리아나 만주 등의 북쪽 지역에서 날아오기 시작한다.

시베리아나 만주에서는 너무 추워 아기 새들을 키우기 힘들고 먹이도 구하기 힘들어 따뜻한 나라로 찾아오는 것이다.

겨울철새들에게 우리나라의 겨울은 지내기에 알맞은 날씨다.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보내고 다음해 2~3월이 되면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또한 겨울철새들은 이동할 때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아주 많은 무리가 함께 이동한다. 함께 이동하는 것은 모두 힘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신기하게도 철새들은 해마다 같은 곳을 찾아서 간다. 새들이 왔던 곳을 어떻게 기억할까? 철새들은 해와 별의 위치를 보고 갔던 곳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별을 보면서 위치를 찾는다. 새의 머릿속에는 작은 자석이 있어 날씨가 흐리고 해와 별이 보이지 않을 때에도 나침반 역할을 한다.

철새들은 언덕이나 들판, 강의 모습을 보고 위치를 알 수도 있다. 바람의 방향이나 냄새를 기억해서 길을 찾기도 한다.

이러한 철새들 중 낮에 이동하는 새 종류로는 보통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새들이나, 사납고 힘이 센 새들이 주를 이룬다.

밤에 이동하는 새들은 몸집이 작은 새들로 낮에는 숲 속이나 논, 밭, 물가 등에서 곤충, 풀씨 등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다.

물새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동하는 것이 가능해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물속의 먹이를 먹을 수가 있고, 수면에서 휴식을 취하든가 하늘을 날아가다가도 적이 공격해오면 물속에 잠수해 위험을 피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떼까마귀에 대해 좋지 않은 시선으로만 바라봤던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만의 생존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떼까마귀의 군무를 볼 수 있는 우린 행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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