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종포사업단 조직 30가지 국산종자 회원 텃밭서 정성껏 키워

구억배추·수비초 등 귀한 씨앗 1천여 명 시민에 무료로 보급

10일 오후 1시 금마면 서동농촌테마공원 2층은 발 디딜 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북적였다. 익산시여성농민회(회장 김양순)가 ‘토종씨앗’을 무료로 나눠준다는 소식을 듣고 익산 전역에서 찾아온 시민들로 가득했다.

로비는 ‘토종씨앗’의 전시장이었다. 구억배추, 수비초, 붕어초, 선비자비콩, 쥐이빨옥수수, 개걸무, 나물박, 붉은아욱, 흰들깨, 검정참깨, 노란참깨, 맷돌호박 등 이름도 재미있는 30여 가지 토종씨앗들이 작은 비닐봉지에 담겨 시민들 손에 전해졌다.

김양순 회장은 “이날 100여명의 시민까지 올해 대략 1천 명에게 토종씨앗을 나눠드렸다. 내년 봄부터 여러 지역에서 씨앗이 뿌려지고 싹이 터 알찬 결실을 맺길 바란다”며 환하게 웃었다.

로비 한쪽엔 토종 농산물로 만든 먹거리가 채웠다. 구억배추 김치, 농스 군고구마, 수비초(토종고추) 장아찌, 생강즙, 토종 옥수수 강냉이, 쥐이빨옥수수 팝콘, 호박떡, 호박죽, 그리고 밥까지 근사한 한 끼 식사가 마련됐다.

익산시여성농민회가 이 같이 무료 나눔 행사를 연 이유는 단 한 가지. ‘토종씨앗을 지키자’는 것이다.

첫 단추는 이현숙 전 도의원이 꿰었다. 의원시절인 2016년 ‘토종종자 보존 및 지원 조례’를 발의 제정해 토종종자 보급에 힘써왔다.

익산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인 이 전 의원은 ‘채종포사업단’을 꾸리고 단장을 맡았다.

뜻을 같이한 여성농민은 이현숙 단장을 비롯해 김양순 회장, 신향식 부회장, 송경순 작업반장, 김순화·신윤주·김순정·김태희 회원 등 8명. 이들은 지난해 12월부터 고창, 김제, 순창은 물론 충남 아산까지 토종씨앗을 구하기 위해 3~4개월간 발품을 팔았다.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게 구한 30가지 토종씨앗은 함열과 망성, 삼기 여성농민회원들의 텃밭에 심어졌다. 물주고, 거름 주고, 풀매며 고생고생 키워 탄생한 옥동자들은 자그마치 1천 명 시민의 손에 전해졌다.

이현숙 단장은 “왜 토종씨앗을 지켜야 하는지, 또 이날처럼 전라북도 등 지자체 지원을 받아 토종농산물을 재배하고, 토종씨앗을 나눠주는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우리나라 토종씨앗이 외국에 거의 다 팔려 지금은 역수입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 비록 국내엔 몇몇 농가들이 토종씨앗을 갖고 있기 하지만, WTO(세계무역기구)의 종자법에 의거 공식 종자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이렇게 행정을 통해서 사업을 하면 공식적으로 토종씨앗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해외유출을 막으면서 종자수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굳이 수입을 하지 않고도 우리 토종씨앗을 판매 보급하는 등 종자주권을 지킬 수 있고, 더 나아가 토종씨앗의 유전자원을 보존하며 육종을 통해 신품종 개발의 기초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익산시여성농민회는 내년엔 토종씨앗 종류를 늘려 시민들과 함께 ‘토종씨앗 지키기 운동’을 확대할 각오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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