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수 원광대 LINC+사업단 지역선도센터 담당

며칠 전 작디 작은 동네에서 길냥이스타소셜클럽이라 부르는 고양이 여섯 마리가 서서히 죽어갔다.

죽은 고양이들 대부분은 고통스러워하며 아주 천천히 죽었다.

누군가 마련한 길냥이 쉼터 앞에서 죽은 고양이도 있었고, 길가에 드러누워 고개를 풀숲에 묻고 운명한 야옹이도 있었다.

예전처럼 쥐약을 놓으면 피를 토하고 죽어간다.

그런데 사람도 고통 속에 서서히 죽어가게 하는 농약은 고양이도 괴로움 속에 무지개다리를 고통스레 건너도록 한다.

남녀노소 가치관에 따라 강아지를 선호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들도 있고, 혹은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이것은 확실하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의하면 제8조 동물학대 등의 금지 1항에 누구든지 동물에 대하여 1호에서 4호에 이르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목을 매다는 등의 잔인한 방법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노상 등 공개된 장소에서 죽이거나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고의로 사료 또는 물을 주지 아니하는 행위로 인하여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범위.

어떤 이는 고양이가 아무곳에나 대변을 본다고 혐오를 넘어 몰살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또 다른 이는 길바닥을 떠도는 고양이가 가여워 사료를 조금씩 주며 생명과 생명이 소통하는 아름다운 장면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고양이를 몰살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눈 앞에 걸리적거리는 존재는 치워야 한다는 생각이 사람에게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앞에 걸리적거리는 존재를 치워야 한다고 여겨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도록 명령한 이도 있으니 우린 보편적 가치인 생명을 소중히 여김을 실천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에게는 생명을 죽일 자격이나 권한이 없다.

폴 페이그 감독의 영화 “The heat”를 보면 보스턴경찰서의 한 형사와 FBI 특수요원이 등장해 후반부에서 시신들의 신발에 묻어있는 페인트 자국을 보고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이는 장소와 범인을 찾아낸다.

형사와 FBI 특수요원은 페인트 자국이 신발에 묻은 시신이 발견된 곳을 기준으로 원을 그려 겹치는 부분을 찾아내는데, 바로 그곳이 범인이 있는 곳이었던 것이다.

길냥이스타소셜클럽 살묘사건이 벌어지자 고양이를 소중히 여겼던 이들은 슬픔에 빠졌다.

어제만 해도 밥을 먹던 작은 친구들이 갑자기 하늘나라로 영원한 여행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들은 이웃 간의 관계가 깨질까봐 고양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눈물을 꾹꾹 참고 있다고 한다.

이 길냥이스타소셜클럽 살묘사건의 최대 미스터리는 누가, 왜 고양이를 살해했느냐는 것이다.

예전과는 다르게 동물보호법이 강해졌음에도 불구하고,(동물보호법 제7장 벌칙 제46조를 보면 각 호별로 해당하는 죄를 저지른 이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6마리의 생명이 몹시도 추운 날 쓸쓸히 아픔 속에 죽어갔다.

길냥이스타소셜클럽 6마리의 죽음은 미스테리로 남겠지만 평소처럼 일상생활을 보낼 살해자에게는 양심의 가책과 죄책감이 평생을 따라다닐지도 모른다.

목숨을 빼앗고 가볍게 여기는 것은 작은 죄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우리가 착각하는 게 있다.

아무리 우리가 신앙을 통해 기도를 하며 죄의 사함을 청한다고 하여 그 죄가 뿅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죄는 그대로 그 자리에 사실로 존재한다. 우리가 같은 죄를 반복하게끔 양심이 무뎌져가는 일을 가볍게 생각한다면 우리는 결코 ‘좋은 사람’, ‘성숙한 시민’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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