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 보훈수당 지원 대상서 제외 10년 넘게 차별

‘1종 의료급여’가 전부… “서울·진안처럼 지원해야”

5.18민주 유공자 김병태 씨(왼쪽)외 최갑선 씨가 ‘국가유공자’ 증을 들어 보이며 “국가유공자 말뿐이지 예우는 기초생활수급자보다도 못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남중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병태 씨(63·남중동)와 최갑선 씨(65·남중동)는 “익산시가 5.18민주 유공자에 대한 예우가 전혀 없다”며 서운한 감정을 내비쳤다.

5.18 민주화운동 국가유공자인 이들은 익산시가 지난 1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부터 국가유공자에 지급하는 보훈수당을 월 2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인상한다’고 하자 그동안 참아왔던 설움을 터뜨렸다.

인상된 보훈수당 지급 대상자에서 5.18 민주유공자가 또 다시 제외됐기 때문이다.

사실 익산시는 2009년 ‘국가보훈대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시행해 오고 있지만, 유독 5·18 민주유공자를 지원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고 차별해왔다.

거의 해마다 조례를 개정할 때도, 심지어 지난해 11월 보훈수당을 인상키 위해 개정할 때도 5·18 민주유공자 예우는 신경 쓰지도 않았다.

정부 또한 2002년 ‘5·18 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서 딱 한 번 보상금을 지급한 후로 보훈수당 한 번 준 적 없다는 게 김병태 씨와 최갑선 씨의 설명.

현재 ‘1종 의료급여’ 혜택만 받고 있다는 이들은 말만 ‘국가유공자’이지, 삶은 기초생활수급자보다도 못하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들은 “국가가 우리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간 후 지금까지 외면하는 것도 모자라 익산시도 우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들은 1980년 겪었던 끔찍한 고문과 학대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1980년은 박정희 정권이 몰락하자 이를 틈타 전두환과 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 세력이 정권 장악을 위해 ‘비상계엄령’을 선포하며 국민을 억압할 때였다.

당시 전북대 3학년생인 김병태 씨는 4월 25일, 창인동 성당에서 천주교청년회 부회장으로서 ‘시국강연회’를 개최하고, 4월 31일 전북대 내에서 전국 최초로 가두시위를 벌이며 ‘계엄철폐와 군부독재 타도’를 외쳤다. 이후 군인들에게 납치되다시피 끌려가 모진 고문을 받은 후 6개월 만에 풀려났다.

똑같은 전북대 학생인 최갑선 씨는 1977년 박정희 정권의 유신체제를 반대해 ‘긴급조치’ 위반으로 3년 집행유예를 받았다가 이듬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 특별사면 후 1980년 복학 후 기독학생청년연합회에 소속돼 전북대에서 군부독재 타도 집회를 열었다가 수배령이 떨어졌고, 결국 붙잡혀 경찰과 군인들에게 말도 못할 고문을 당한 후 자유의 몸이 됐다.

‘전과자’여서 취직도 안 돼 젊은 날을 힘겹게 살아온 이들은 5.18민주화 운동과 관련돼 ‘국가유공자’ 신분이 됐지만, 여전히 ‘고문후유증’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허리디스크와 협착증, 가슴통증은 물론 온 사지가 쑤셔 약 없이는 살기 어려울 정도다.

이들은 지금이라도 익산시가 5.18민주 유공자에 대해서 국가유공자에 맞는 차별 없는 정당한 예우를 해주길 간곡히 바라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 서초구와 전북 진안군 등 여러 지차제가 국가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조례의 지원대상에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사람을 명시해 보훈수당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근거를 제시했다.

익산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창수 기자  ikopennews@hanmail.net

<저작권자 © 익산열린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