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 간 문화재 발굴에 열정 쏟아… 미륵사지‧당간지주 등 책 펴내

나무 전신주‧옛 정취 간직한 골목 등 중앙동 매력 알리는 ‘홍보대사’

“익산에는 알려지지 않은 문화유산이 많아요. 가볼만한 곳도 80여 곳이 넘죠. 새로 만들어내기 보단 있는 것을 활용한 관광 홍보가 된다면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될 듯합니다.”

익산의 발전을 누구보다 꿈꾼다는 중앙동 문화반장 전창기 씨(63)의 바람이다.

그는 문화유산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35년 간 열정을 쏟은 부여문화재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문화유산의 매력에 푹 빠진 것.

그는 미륵사지, 왕궁리 유적, 제석사지 등 익산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발굴 현장에서 청춘을 보냈다. 덕분에 문화유산과는 뗄 수 없는 관계가 됐다.

애틋한 문화유산 사랑은 책 출판이란 도전까지 부추겼다.

그는 “사무실에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미륵사지에 있는 당간지주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는 전화였다. 학예사가 자리를 비워 내가 설명해야 했는데 매일 보던 당간지주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면서 “나도 공부를 하고,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자료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한 자료를 토대로 글을 쓰고 방안지에 그리던 그림 실력을 더해 ‘알기 쉬운 미륵사지’ 등의 책을 펴냈다.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 놓은 글과 직접 찍은 사진, 그림 등이 더해져 누구나 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사비를 털어 제작하다 보니 출판사를 통한 정식 출판은 할 수 없었다. 인쇄소에서 제본 형식으로 책을 제작해 지인들에게 나눠줬다.

2년 전 퇴직한 그는 익산의 숨은 문화유산 홍보대사를 자처하며 제2의 삶을 설계하고 있다. 더불어 중앙동 곳곳에 숨겨진 보물들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이리여고에 있는 남중동오층석탑 등 시내에도 알려지지 않은 유물들이 많다. 특히 중앙동의 미로 같은 골목과 나무전신주는 일제강점기의 흔적과 옛 시대의 생활상을 보여줘 보존가치가 높다”면서 “타 지역 관광지는 복고를 주제로 꾸민다. 중앙동은 꾸밀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가 과거다. 이 부분을 잘 활용한다면 익산의 색깔을 만들 수 있고, 좋은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더욱이 중앙동 뿐 아니라 익산의 가볼만한 곳도 여러 곳 소개했다. 부송동 익산문화체육센터에 있는 친환경식물원은 만나는 이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곳이다. 또 제2공단에 위치한 방짜유기 공장과 북, 장구 등을 4대째 만들고 있는 이리농악사는 손님이 오면 꼭 모시고 가는 곳이기도 하다.

그는 “익산만의 특별함은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있는 것을 활용했을 때 빛이 난다. 무엇보다 독창적인 익산 상품이 필요하다. 붕어빵처럼 미륵사지 석탑 빵을 만들 수 있고 왕궁리유적의 넓은 후원을 꽃잔디로 조성하는 등 찾아가는 곳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수십 년 간 문화유산 알리미로 열정을 쏟은 그는 “앞으로 문화반장으로서 내 역할이 무엇인지 좀 더 고민하고 계획을 세울 생각이다. 우리 동네에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라며 활짝 웃었다.

황정아 기자  ikopen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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