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륵산 심곡사 회주 화평스님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바이러스성 호흡기 질환. '코로나19'가 2020년 1월 전 세계 여러 국가로 감염자가 확산되고, 한국에도 방한 중인 중국인이 1월 20일 최초 감염자로 확진된 이후 3월 2일 오전 9시 37분 현재 3천736명(사망 22명)이 감염자로 확진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예전 같으면 새해가 됐다고 다들 들떠 있을 텐데 올해는 새해 분위기가 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거리의 풍경도 활기에 차기 보다는 공포와 무언가에 짓눌린 듯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깨를 늘어뜨리고 공포에 쌓여 살수는 없습니다. 이제 팔을 걷어붙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합니다.

서양의 학자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훌륭한 ‘위생학’이라고들 합니다.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예방하는 학문을 위생학이라고 하는데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와 같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마음과 삶의 건강을 증진하고 그 질병을 예방하는 탁월한 가르침 이라는 것입니다.

부처님의 교설을 살펴보면 마치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처방하는 것과 꼭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불교의 가장 기본적인 가르침인 사성제(四聖諦)를 보면 이를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사성제는 고제(苦諦) ·집제(集諦) ·멸제(滅諦) ·도제(道諦)입니다. 고제는 이 세상, 우리의 삶이 ‘고’라는 진단입니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고 무슨 병이라고 진단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면 그 병의 원인은 무엇인가를 밝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집제입니다.

우리가 고의 고통을 받는 것은 집착 때문이라는 겁니다. 병명이 밝혀졌다면 이제는 치료가 가능한지의 여부입니다. 그것이 바로 멸제입니다. 치료가 가능하며, 치료한 후에는 어떤 좋은 상태가 된다는 것을 밝힙니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그 치료법은 무엇인가가 나와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도제, 즉 팔정도(八正道)입니다. 여덟 가지 바른 수행을 하면 고의 세계에서 해탈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위급한 상항에 종교나 지역을 따지지 말고 사성제의 수행방법처럼 코로나-19와 오늘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행복을 바라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 하는 선천적 욕망을 갖고 있습니다. 이는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매우 본능적인 일이라 증명할 필요도 없습니다.

행복은 우리 모두가 얻고 싶어 하는 것이며 그 열망을 충족시킬 권리도 당연히 갖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통은 모두가 피하고 싶어 하는 것이며 우리는 고통을 없애려고 노력할 권리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행복을 바라고 고통을 피하려는 이 열망이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고 당연한 것이라면 문제는 과연 우리가 이 열망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사성제에 대한 가르침으로 이끌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성제는 두 쌍의 인과(원인과 결과)를 이해해야 합니다. 하나는 우리가 겪는 고통은 무(無)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원인과 조건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우리가 누리는 행복 역시 원인과 조건의 결과로 발생하는 것입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행복은 감정의 상태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고통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인 소멸이 감정의 상태는 아니나 지고한 형태의 행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멸은 고통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기 때문입니다.

불교의 관점에서 보면 소멸은 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소멸이 어떤 원인에 의해 만들어진다거나 발생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의 수행이나 정진으로 소멸의 상태를 실현할 수 있고, 소멸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소멸로 이끄는 수행(道-올바른 대처)이 소멸의 원인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성제(四聖諦)의 가르침은 두 쌍의 인과(고통을 만드는 원인과 행복을 만드는 원인)를 명백하게 구분합니다. 이를 일상에서 우리가 잘 구분하여, 행복해지고 고통을 없애고픈 큰 열망을 실현토록 하는 것이 사성제(四聖諦) 가르침의 목적입니다.

사성제(四聖諦)는 부처님께서 그와 함께 수행하는 다섯 비구에게 행한 최초의 설법이라고 합니다. 또한 깨달음의 경험을 세상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였습니다. 한해를 시작 하면서 시작된 우환근심(코로나-19)의 해결 방법도 이와 다를 바 없다고 봅니다. 뒤를 돌아보는 새로운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자신이 그 진리를 확인하고 통찰하여 차근차근 치료해 근심 없는 나날이 이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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